공익 목적으로 중고거래 사기 주의글 올린 A씨
사기 가해자로부터 ‘2차 보복’ 당해 고소장 접수
사기 가해자로부터 ‘2차 보복’ 당해 고소장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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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사기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A야 마지막 경고다. 심부름 센터에서 사람 사기 전에 적당히 화나게 해라.’
지난 4월 29일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회원인 40대 남성 A씨에게 모르는 이로부터 이같은 내용의 문자가 왔다. 평소 A씨는 당근마켓, 중고나라 같은 플랫폼에서 안전 거래를 당부하는 글을 써왔다. 자신이 중고사기를 당한적이 있어서 다른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건 발신자 불명의 문자뿐 아니었다. 이어 A씨에겐 그가 조카들과 같이 찍은 가족사진도 전송됐다. 주소를 언급하며 ‘담가버리겠다’는 협박글도 왔다.
두려움과 분노를 느낀 A씨는 지난 19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A씨는 “그동안 정의감으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사기 의심 거래를 제지하며 댓글로 수도 없는 인신공격을 받아왔지만 이런 협박 연락이 온 건 처음”이라면서 “중고거래 사기에 이어 협박까지 일삼는 이들을 검거까지 못하더라도 수사로 압박을 느끼게 하면 좋겠다. 그래서 사기 범죄도 위축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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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A씨가 중고거래 사기 가해자로부터 받은 협박 문자. [A씨 제공] |
중고거래 사기 가해자들이 피해자 또는 공익 제보자의 입막음을 하기 위해 ‘2차 보복’에 나서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A씨와 같이 사기 주의글을 쓰다 오히려 협박이나 인신공격 등을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가해자들은 자신의 온라인 계정 및 계좌 정보나 범행 수법 등이 알려지면 다른 대포폰이나 대포 통장으로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 때문에 사기 피해를 줄이겠다는 공익 목적으로 글이 올라오면 게시자가 거래를 위해 적어놓은 전화번호 및 주소 등 신상 정보를 악용한다.
올해 초 직장인 김모(59) 씨도 중고거래를 하다 ‘2차 보복’을 경험한 바 있다. 김씨는 온라인 채팅으로 물품거래를 약속하고 상대방이 보내준 택배송장까지 확인한 뒤 입금을 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택배가 오지 않았다고 했다. 일주일 뒤에는 연락 두절됐던 가해자가 계정만 바꾸고 나타나 똑같은 상품을 판매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사기당했음을 뒤늦게 알아차린 김씨는 중고거래 사이트에 곧바로 ‘이놈 완전히 사기꾼이다. 절대 거래하지 말라’라고 글을 올렸다. 그러자 가해자로부터 “나 너 주소 안다. 너야 말로 조심해라”, “니 아들 찢어 죽여버리겠다” 등의 협박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A씨 등의 피해 사례에서 가해자에 대한 협박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용범 변호사(법무법인 화담)는 ▷피해자가 받은 문자 내용이 ‘해악을 가하겠다’는 취지로 읽히는 점 ▷가해자가 피해자의 거주지를 언급하고 지인 및 가족 사진도 함께 보냄으로써 그 해악의 실현 가능성이 높고 해악이 피해자 본인 외 주변 사람들까지로도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함으로써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점 ▷‘심부름 센터’라는 표현 자체가 불법적 행위를 연상시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형법상 협박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강민구 변호사(법무법인 진솔)도 “A씨가 받은 문자 내용은 상대방한테 위해를 가하겠다고 한 것이므로 해악의 고지가 된다”면서 “경찰 수사에서 가해자 신원이 밝혀져야 되겠지만 (문자를 보낸) 주체가 누구든 상관없이 협박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피해자들의 2차 보복을 구제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는 점이다. 가해자를 추적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경찰 관계자는 “(중고거래 가해자) 대부분은 대포폰이나 우회한 IP를 사용하며 이들이 쓰는 서버는 외국에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개인정보 제공을 최대한 지양해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를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 변호사는 “중고거래 커뮤니티에 개인정보가 포함된 글을 남기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만약 불가피하게 개인정보를 남긴 글이 있더라도 거래가 성사 혹은 완료된 건이라면 삭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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