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런던(영국), 이성필 기자] "가기는 어디를 가는가."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UEL) 우승과 그에 따른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UCL) 진출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더 붙들어야 하는 여론이 프리미어리그 종료 후 더 커지고 있다.
토트넘의 2024-2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는 17위로 끝났다. 강등권 세 팀이 워낙 빨리 강등을 확정하는 바람에 위험 부담 없이 UEL에 도전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으면서 우승으로 끝났다.
손흥민이 UEL 결승전에서 보여준 결단력과 경험은 대단했다. 선발 출전 욕심이 났겠지만, 무리하게 나서지 않으며 냉정하게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했고 팀플레이를 해치지 않기 위해 교체 명단으로 빠져 있었다.
경기에 들어와서도 맨유의 파상 공세와 토트넘의 수비 흐름이 깨지지 않도록 무리하게 전방으로 나가지 않았다. 역습 기회에서 스프린트했지만, 주변 동료가 부족하니 과감한 돌파 대신 볼을 지키며 시간을 지연하는 지능적인 플레이를 해줬다.
이는 손흥민이 여러 결승전을 경험하며 쌓은 것들이다. 2018-19 리버풀과의 UCL 결승에서는 사실상 전반 2분 모하메드 살라의 페널티킥 골로 승부가 나버렸다. 무사 뎀벨레의 핸드볼 파울 판정이 토트넘 입장에서는 억울했겠지만, 단판 승부의 특성상 골을 내주면 끌려가며 만회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맨유전에서는 더 절실하게 움직였고 한 골 지키기에 성공했다.
다음 시즌 UCL은 2022-23 시즌 이후 3시즌 만에 경험하는 토트넘이다. 2022-23 시즌은 16강에서 AC밀란에 2패로 탈락했다. 당시 손흥민은 조별리그 올림피크 마르세유(프랑스)전에서 안와 골절 부상을 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마스크를 쓰고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이끌었지만, UCL에서 더 높은 단계로 나가지 못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 사이 UCL은 지난 시즌부터 조별리그가 아닌 리그 페이즈 체제로 달라졌다. 36개 팀이 섞여 치열하게 싸운다. 프리미어리그에서만 리그 1위 리버풀과 2위 아스널, 3위 맨체스터 시티, 4위 첼시, 5위 뉴캐슬에 토트넘까지 더해 6개 팀이 출전한다.
스페인도 FC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아틀레틱 빌바오, 비야레알이 나서고 독일 분데스리가는 바이에른 뮌헨, 바이엘 레버쿠젠, 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등이다. 이탈리아 세리에A도 나폴리, 인테르 밀란, 아탈란타, 유벤투스가 있고 프랑스 리그앙도 파리 생제르맹, 마르세유, AS모나코 등 면면이 화려하다.
토트넘이 경쟁력을 보이기 위해서는 기존 전력에 추가 보강을 해야 하는 것과 동시에 경험이 있는 이들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2022-23 시즌 UCL 주축 중에서 현재 뛰는 인원은 손흥민과 클루세프스키, 크리스티안 로메로, 파페 사르 정도가 전부다. 교체 카드로 히샤를리송, 페드로 포로 정도였으니 올 시즌의 경험을 안고 다음 시즌 리그와 UCL을 위한 전력 구축이 필요하다.
팬들의 목소리도 거의 비슷하다. 현재 토트넘의 구심점이 손흥민이라는 것이다. 손흥민이라는 축이 사라질 경우 리더쉽 공백은 물론 경험치에서 상당한 손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브라이턴전에서 만난 토트넘 팬 데일리 핸슨 씨는 "다니엘 레비 단장이 캡틴과 재계약을 해야 한다. 내년 여름까지 하고 내보낼 계획이라면 레비가 나가라. 손흥민이 우승을 위해 보여줬던 헌신을 보라"라며 불필요한 이적 논란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제대로 붙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팬 데빗 와튼 씨도 "우리 아들에게 물어봐도 손흥민 재계약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한국인들도 그렇지 않나. 다 똑같다. 여기서 뼈를 묻어야 한다. I wanna to sign for life Sonny(저는 손흥민과 무한한 계약(=종신 계약=)을 원한다"라고 덧붙였다.
분명 UEL 우승은 토트넘에 많은 낭만을 안겨다 줬다. 그렇지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경영 능력이 뛰어나면서도 혹독하다 평가받는 레비 회장의 계산기는 빠르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귀국길에 오른 손흥민을 1년만 활용하고 끝내기에는 UEL 우승의 파급력이 생각보다 토트넘 팬들 사이에 너무 크게 스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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