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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갚아요" 연체 급증…'돈' 되던 카드론이 '독' 됐다

머니투데이 이창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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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갚아요" 연체 급증…'돈' 되던 카드론이 '독'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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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론 늘린 카드사, 연체율 상승으로 건전성 악화…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
신용판매 부진 만회하려다 늘린 카드론이 오히려 수익성 악화시켜

카드사, 카드론 수익 변화율 추이/그래픽=윤선정

카드사, 카드론 수익 변화율 추이/그래픽=윤선정


카드사가 돈을 벌기 위해 늘려온 카드론이 오히려 수익성의 발목을 잡았다. 연체율이 급격히 오르면서 카드사 건전성이 악화했고, 충당금 적립도 늘어서다. 카드사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계속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신용판매 부문에서 돈을 벌기 어려워진 카드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 업계가 최근 급격하게 취급을 늘린 카드론이 자산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분기 주요 카드사의 평균 실질 연체율은 1.87%를 기록했다. KB국민카드와 우리·하나카드 등 일부 카드사는 실질 연체율이 2.0%를 넘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최고 높은 수치다.

카드사는 최근 몇 년 새 카드론 취급을 늘리며 이익을 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8개 카드사의 지난해 4분기 기준 카드론 수익 증가율은 12.61%다. 카드론 수익 증가율은 2022년 1.23%에 불과했으나 2023년엔 6.36%를 기록했고 이듬해에는 거의 2배가량 상승했다. 연간 카드론 신규 취급액도 2023년 39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42조8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카드사가 카드론 취급을 늘린 배경은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을 낼 수 없어서다.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은 지난 18년간 15차례 내렸다.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영세·중소 가맹점은 전체의 약 96%에 달한다. 수수료 수익은 0%에 가깝거나 사실상 역마진이 나는 상황이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이후 카드사 수익성 지표는 크게 악화했다. 2014년 2.54%였던 카드사 ROA(총자산이익률)는 지난해 1.43%를 기록해 10년 새 1%P(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돈을 벌기 위해 늘렸던 카드론이 오히려 부메랑으로 카드사에 돌아왔다. 카드론 연체율이 크게 상승하면서 '떼인 돈'인 대손충당금이 급증했다. 지난 1분기 카드사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하거나 오히려 뒷걸음질 쳤는데 대손충당금 적립액 증가의 영향이 컸다.

건전성 악화가 심상치 않자 금융당국도 제동을 걸었다. 금융당국은 올해 카드사의 카드론 증가 목표치를 명목 GDP 상승률과 연계해 3~5%로 설정했다. 지난해 카드론을 급격히 늘렸던 현대카드는 최근 금감원으로부터 '경영유의' 조치를 받았다. 금감원은 현대카드에 "저신용자와 다중채무자 대상 카드론 취급 현황과 연체율 등 건전성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한도 산출 시 신용도 및 상환능력을 고려하라"고 지적했다.


카드사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지용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은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재무위험 평가 지표 중 실질 연체율에 20% 가중치를 둔다"며 "카드사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카드사가 신용등급 AA+를 유지하려면 실질 연체율이 최소 1.5% 수준은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카드사 수익성 회복의 방안으로는 해외 ABS(자산유동화증권) 발행을 통한 조달 비용 효율화, PLCC(상업자표시카드) 확대를 통한 판매·관리비 절감이 거론된다. 궁극적으론 카드사 본업을 악화시킨 수수료율 산정 체계를 손봐야 한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만이 법적으로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을 규제하므로 이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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