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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원짜리 미국산 아이폰 나올까

이데일리 김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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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원짜리 미국산 아이폰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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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전일대비 9.5원 내린 1440.3원 마감
트럼프, 애플에 美생산 거듭 압박하지만
생산 10%만 미국 옮겨도 40조원 들어
미국산 '맥 프로' 처럼 상징적 조치만 할 가능성
R&D 등 非생산 투자 늘려 충돌 피할 듯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애플을 향해 미국 내 생산을 거듭 압박했지만 애플이 미국에서 아이폰을 대량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이 일부 제품의 최종 조립을 미국에서 하는 등의 상징적인 조치를 취하거나, 연구개발(R&D) 등 비생산 부문 투자를 늘려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 충돌을 피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자신의 아이폰을 들고 있다. (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자신의 아이폰을 들고 있다. (사진=AFP)


아이폰 생산 시설 10%만 옮겨도 40조원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뉴저지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티셔츠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군사 장비를 만들고 싶고, 컴퓨터로 인공지능(AI)을 만들고 싶다”며 “반도체, 컴퓨터, 탱크와 선박을 만들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과 23일에도 애플을 향해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라고 거듭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이 중국과 인도 등에서 아이폰을 생산해 미국에 판매한다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느니 가격을 올리거나 관세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낫다는 분석이 나온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할 경우 아이폰 가격이 현재의 3배에 달하는 3500달러(약 477만원)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아이폰 생산 시설의 10%만 미국으로 옮긴다 하더라도 최소 3년간 300억달러(약 40조원)이 든다는 추산이다.

애플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를 비롯한 아이폰 부품 90% 이상을 한국과 대만, 중국 등 아시아에서 조달한다. 아이폰 조립 역시 아시아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한다. 현재 아이폰 생산 비용 가운데 인건비 비중은 생산 원가의 5% 이하로 추정되는데, 미국에서 아이폰을 조립하면 인건비와 부품 조달 비용이 급증할 전망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017년 중국에는 아이폰을 정교하게 조립할 수 있는 인력이 축구장 여러 개를 채울 만큼 많은 반면 미국에는 방 한 칸을 채울 정도에 불과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애플 경영진은 10년 후에는 아이폰이 인공지능(AI)을 위한 새로운 기기로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아이폰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전했다.


2019년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애플 맥 프로 제조 공장을 둘러보는 팀 쿡 애플 CEO(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2019년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애플 맥 프로 제조 공장을 둘러보는 팀 쿡 애플 CEO(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맥 프로’처럼 상징적 조치 또는 비 생산 투자 늘릴 가능성

애플이 상징적인 조치로 아이폰의 일부 물량이나 다른 액세서리 등을 미국에서 생산할 가능성도 있다. 애플은 과거에도 미국 생산을 시도한 바 있다. 2013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맥 프로를 조립했지만, 낮은 생산 효율성과 비용 부담으로 2019년 중단했다.

이후 애플은 트럼프 집권 1기 시절 관세 면제를 조건으로 다시 미국 생산을 재개했으나, 맥 프로는 아이폰처럼 대량 생산하는 품목이 아니어서 가능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에도 애플의 맥 프로 공장을 제조업 부활의 상징으로 부각했다.

애플은 반도체 설계와 클라우드 인프라 확충 등 비 생산 부문 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늘려 고용을 창출한다는 점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 제조’ 대신 ‘미국에서 설계’를 내세우는 전략이다.


대외적으로는 인도 등 중국이 아닌 나라로 생산기지를 분산해 미·중 갈등 리스크를 회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완전한 ‘탈 중국’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프라치르 싱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인도 담당 애널리스트는 “모두가 국내 제조를 원하지만 쉽지 않다”며 “아이폰에는 1000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가는데, 애플이 중국에 그런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는 10년 이상 걸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