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미래 지향적이고 글로벌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과학기술 분야에 전문성 있는 후보가 주목받을 것이다.”
지난 4월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한 말이다. 올해 40세로 대선 주자 중 가장 젊은 그는 ‘압도적 새로움’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이준석 후보가 강조하는 핵심은 ‘과학기술 패권국가’라는 비전이다. 6·3 대선을 앞두고 단일화 압박을 정면으로 거부하며, 실용주의와 이공계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3위를 기록하며 대선판 새로운 변수로 부상한 그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등 보수 진영 단일화 요구에도 “단일화는 없다. 끝까지 내 이름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이다. 그가 내세운 정책들은 ‘작은 정부’, ‘민간 중심 AI 혁신’, ‘지역분권형 경제’ 등 기존 정치권과 다른 접근을 보여준다.
◆ ‘작은 정부’로 권력 분산…19개→13개 부처 통폐합=이준석 후보 1호 공약은 ‘대통령 힘 빼고 일 잘하는 정부 만들기’로, 대통령 권한을 대폭 분산하고 정부조직을 대대적으로 슬림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구체적으로는 현행 19개 중앙부처를 13개로 통합하고 여성가족부와 통일부를 폐지하는 한편,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통합한 교육과학부, 외교부와 통일부를 합친 외교통일부 등 유사·중복 부처 대대적 개편이 포함된다.
또한 안보·전략·사회 등 3부총리제 도입, 기획재정부 예산기획 기능 국무총리실 이관 등 실무 중심 효율적 정부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후보는 “입법·사법·행정을 장악한 극단적 총통의 시대가 아니라, 다양한 정당이 협력하는 상식적 협치가 이뤄지는 정부, 세계 각국 정상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상식적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 등 정치제도 개혁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국회와 대통령실 등 수도 기능 일부를 세종 등 다른 지역으로 분산하는 헌법 조항 신설, 감사원의 국회 소속 이관 등 권력 분산과 삼권분립 강화도 주요 개헌안에 포함됐다. 이 후보 1호 공약은 부처 통폐합을 넘어 권력 구조와 행정 체계 전반에 걸친 대대적 혁신을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 리쇼어링과 지방분권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이준석 후보 경제 공약은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핵심으로 하며 지방분권형 법인세·최저임금 자율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과 결합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추진한다. 여기에 플랫폼 경제 공정성 강화를 통한 자영업자 보호 정책이 보완책으로 제시됐다.
특히 법인세 지방전환 정책은 주목할 만하다. 국세인 법인세 30%를 감면하고 감면된 금액만큼을 법인지방소득세로 전환해 각 지자체가 최대 50%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미국 주별 세율 경쟁 모델을 한국에 도입한 것으로, 테슬라가 세금이 높은 캘리포니아에서 주소득세가 없는 텍사스로 본사를 이전한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플랫폼 경제 분야에서는 자영업자 보호를 위해 ‘리뷰중재위원회’ 설치 의무화를 약속했다. 악성 리뷰(별점 테러)는 15일 내 조치하며 플랫폼 사업자에게 소상공인 권리보호센터 운영을 요구한다. 가맹본부가 폐업 점주에게 로열티 일부를 보상하는 ‘폐업보상제’도 도입해 “플랫폼과 가맹본부의 책임 회피를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 ‘AI 100조’ 비판…“민간 중심 데이터 혁신이 해답”=이준석 후보가 다른 후보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AI 정책 접근법이다. 이공계 출신을 강조하며 “AI·디지털 분야에서 정부 주도 대규모 투자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이재명·김문수 후보가 ‘AI 100조 투자’를 내세운 것과 달리, 그는 “규제 철폐와 민간 자율성이 경쟁력 핵심”이라며 ‘규제기준국가제’를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영국·독일 등 선진국 규제 사례를 국내에 적용해 신산업의 신속한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ICT는 미국, 금융은 영국, 자율주행은 독일 규제 기준을 도입해 실질적인 규제 철폐를 통해 미래 산업 경쟁력을 지키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가 최근 TV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 ‘모두의 AI’ 공약에 대해 “전 국민에게 챗GPT와 같은 서비스를 보급하려면 12조원 가까운 예산이 수반될 것”이라며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가 제시한 것은 부산 데이터특구 특별법이다. 수도권 데이터센터 포화와 전력부족으로 제2 데이터 중심지가 필요한 상황에서, 국제기준 보안레벨을 확보하는 ‘데이터 특구’를 부산에 도입해 구글·애플 등 글로벌 디지털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도 ‘AI 전략부총리 신설’이 있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아우르는 전략부총리를 두어, AI 정책 일관성과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 ‘과학영웅 우대제도’로 인재 육성…“기술 전략가 시대” 강조=최근 판교에서 안철수 후보와 진행한 ‘AI 기술패권’ 대담에서 이준석 후보는 “정치공학이 아닌 진짜 공학으로 미래를 논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법률가보다 기술 전략가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공계 리더십을 내세우며 기존 정치권과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그는 유행에 휩쓸린 정책보다 실질적 기술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과학자 패스트트랙(우대 채용), 지역 거점 국립대 확충 등을 공약에 포함했다. 특히 과학기술 인재 육성을 위해 노벨상·필즈상·튜링상 등 최고 권위 국제 과학상 수상자에게는 포상금 5억원과 월 500만원 연금을, 과학기술훈장 창조장 등 국내 최고상 수상자에게는 포상금 5000만원과 월 50만원 연금을 지급하는 ‘국가과학영웅 우대제도’를 약속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번 선거는 낡은 보수와 낡은 진보의 대결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대결”이라고 말했다. 40세 이공계 출신 정치인이 던지는 차별화 전략이 대선 판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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