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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정부가 전폭 지지" 각자도생 K-화학 몸부림…돌파구는

머니투데이 김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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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정부가 전폭 지지" 각자도생 K-화학 몸부림…돌파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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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K-화학 넥스트 레벨(下)

[편집자주] 대한민국 석유화학이 '빙하기의 공룡'이 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친다. 하지만 중국발 증설 확대라는 더 강한 한파가 예정돼 있다. 정부의 지원 없이는 생존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스페셜티 위주 전환은 물론,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석유화학, 중국발 '증설 태풍' 코앞에…"침체 길어지나"

③ 체질개선 미룰 수 없는 이유

전세계 에틸렌 및 폴리에틸렌(PE) 증설 전망/그래픽=윤선정

전세계 에틸렌 및 폴리에틸렌(PE) 증설 전망/그래픽=윤선정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악전고투해온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 증설 사이클이 최소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 정보업체 S&P 글로벌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에틸렌 신규 증설량은 약 936만5000톤으로 예측된다. 2026년엔 911만2000톤, 2027년 1125만톤으로 증가세는 이어질 예정이다. 폴리에틸렌(PE) 증설량도 올해 512만2000톤에서 2026년 686만9000톤, 2027년 1021만톤으로 매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세계 에틸렌과 PE 증설량이 각각 234만2000톤, 357만8000톤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3배 이상이 뛰는 셈이다.

반면 지난달부터 미국에서 시작된 상호관세 등으로 글로벌 석유화학 제품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는 고조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이구환신 등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며 수요 개선을 기대하지만, 문제는 대규모 증설 사이클 및 공급과잉의 주체가 중국이라는 점이다. 2025~2027년 전 세계 신규 증설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적으로 에틸렌이 67%, PE가 57% 등으로 절반 이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현실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미래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든다.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지며 중국 경기 개선이 석유화학 업황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중국의 에틸렌 자급률은 95.2%, 폴리프로필렌(PP)은 96.9%에 달했다. 이에 2010년 50%에 달했던 국내 석유화학 중국 수출 비중은 지난해 30%대로 추락했다.


지난 3년간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일부 에틸렌 생산설비들이 폐쇄 또는 폐쇄 검토에 들어가기도 했으나 당장 누적된 공급 부담을 해소하기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원자재 및 에너지 시장 정보기관인 ICIS는 2030년까지 2200만톤 규모의 설비가 폐쇄돼야 석유화학 설비 가동률이 평균 85%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글로벌 석유화학 설비 가동률은 2020년 대비 약 10%포인트(p)가 낮아진 상태다.

이에 S&P 글로벌은 국내 일부 석유화학 기업들의 신용등급 유지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면서 "글로벌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은 화학 제품 수요를 위축시켜 설비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비용 절감 등의 방법으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일시적으로 반등할 수 있지만 이는 여전히 '미드 사이클'을 크게 밑도는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수요 개선 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누릴 수 있는 낙수효과는 작아지고 있다"며 "2022년부터 시작된 기초유분 등 범용성 제품 스프레드 약세 및 NCC(나프타 분해 설비)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사이클 이노베이션 센터가 건설될 SK케미칼 울산공장 전경/ 사진=SK케미칼

리사이클 이노베이션 센터가 건설될 SK케미칼 울산공장 전경/ 사진=SK케미칼




석유화학 살리려면…R&D 지원은 기본, 구조조정 못 피한다

④구조조정, 어떻게 할 것인가

석유화학 산업 부흥 위한 업계 요구/그래픽=이지혜

석유화학 산업 부흥 위한 업계 요구/그래픽=이지혜

"더 이상은 못 버틴다."


정부가 지난해 말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했지만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정책 수립이 연기되자 업계에서 나오는 볼멘소리다. 각자도생에 내몰렸던 석유화학 업계는 이제 새 정부 출범 후 실질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즉각 체감할 수 있는 산업용 전기요금 감면 등이 우선 거론된다. 통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의 경우 매출 원가에서 차지하는 전기 요금 비중이 3~4% 수준에 달한다. 한국화학산업협회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 보고서에도 이같은 요구가 담겨있다.

한 화학 기업 관계자는 "경쟁자인 중국 기업들은 국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 우리 업계가 중국 정부가 싸우고 있는 형국"이라며 "정부에서 전기요금 감면과 같은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정책을 내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친환경·고부가 제품 연구개발(R&D)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 역시 있다. 그 배경에는 스페셜티 영역에서도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추월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영역의 경쟁력 있는 사업을 키우는 게 절실한 만큼 이와 관련한 R&D 비용 지원 등이 필요하다"며 "중국의 추격을 허용한 다른 산업의 선례를 보면 지금의 우위가 얼마나 갈지 불확실하다"고 했다.

석유화학 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정부가 키를 잡아야 한다는 게 주된 인식이다. 정부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다. 석유화학 불황의 원인인 중국·중동발 공급 과잉은 기업의 자발적 노력만으로 돌파구를 찾기 힘들다. 구조조정의 주된 대상으로 논의되는 기초유분 생산 시설 즉, NCC(납사분해설비)는 경제적 논리만으로 접근할 수 없는 기간산업이다.

결국 다음달 출범할 새 정부가 적극적 개입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민간에만 체질개선을 맡겨두면 이해관계가 얽혀가지고 해결이 안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자원 빈국이기에 범용 소재를 완전히 포기할 순 없다"라면서 "범용은 최소한의 내수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설비 유지를 하고, 고부가 스페셜티 위주의 수출을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6곳인 NCC 보유 기업을 1~2곳으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현실적인 구조조정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범용 제품을 생산하기로 한 기업에 대한 독점적 위치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문제가 따른다. 정부가 독점규제·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완화해야 가능한 방안이다. 화학 업계 관계자는 "체질개선을 위해서는 기업 간 빅딜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새 정부가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 대산 NCC공장/사진제공=LG화학

LG화학 대산 NCC공장/사진제공=LG화학



김지현 기자 flow@mt.co.kr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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