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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트럼프 총알 스칠 때 셔터 계속 눌러… 원본 확인 땐 손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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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트럼프 총알 스칠 때 셔터 계속 눌러… 원본 확인 땐 손 떨렸다”

서울흐림 / 20.8 °
피 흘리며 주먹 쥔 트럼프 비현실적
초당 약 20장 고속 연사모드로 촬영
사진 삭제 요청 등 검열 한 번도 없어
정치적 해석 안 해… 나는 기록자일 뿐


지난해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받은 순간 현장을 취재하던 단 한 대의 카메라가 총알이 그의 귀를 스치는 장면을 포착했다. 퓰리처상은 이 역사적 한 컷에 돌아갔다. 주인공은 뉴욕타임스(NYT) 사진기자 더그 밀스(65)였다. 총격이 자작극이라는 음모론도 퍼졌지만, 밀스의 사진은 이를 명확히 반박하며 진실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 진행한 전화·이메일 인터뷰에서 “정치적 해석은 없다. 나는 기록자일 뿐”이라며 자신의 오랜 취재 원칙을 밝혔다.

미국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지난해 7월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야외 유세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 유세 도중 그를 겨냥한 총알이 머리 옆으로 스쳐 지나가고 있다. 뉴욕타임스 제공

미국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지난해 7월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야외 유세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 유세 도중 그를 겨냥한 총알이 머리 옆으로 스쳐 지나가고 있다. 뉴욕타임스 제공


-트럼프 피격 당시 현장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 유세를 처음부터 따라다녔고 그날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는 매우 더웠다. 행사는 오후 5시였고, 나는 오전 6시에 도착해 보안 검색과 장비 설치를 마쳤다. 비밀경호국은 모든 유세처럼 8~10시간 전 장비 점검을 요청했다. 무대 주변 버퍼 존(완충지대)엔 나를 포함해 사진기자 네 명이 있었다. 연설 시작 5분 뒤 총성이 울렸다. 소총 소리는 처음이라 폭죽이나 오토바이 엔진 소음이 터져나온 것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트럼프 대통령을 촬영 중이었고 손은 계속 ‘소니 A1’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그는 오른쪽을 가리키다 귀를 만졌고 손의 피를 보고 몸을 숙였다. 총성은 네 발 더 울렸고 비밀경호국은 공격범을 사살했다. 상태를 알 수 없고 무대 아래로 내려올 것 같아 자리를 옮기려던 참이었다. 그는 피 흘리는 얼굴로 주먹을 쥐고 ‘파이트’를 외치며 퇴장했다. 비현실적인 순간 속에서 셔터를 눌렀다.”

-총알 사진은 어떻게 확인했나.

“처음 보낸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먹을 쥐고 얼굴에 피가 묻은 장면이었다. 곧 사무실에서 전화가 와 연설 중이나 총성 순간의 사진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대통령이 손짓하고 몸을 숙이는 장면까지 보냈다. 편집자가 다시 전화해 ‘머리 뒤로 총알이 지나가는 것 같다’며 사진을 요청했다. 노트북으로 원본을 열어 실제로 총알이 스치는 장면을 확인했다. 사건 후에도 손이 계속 떨렸다.”

더그 밀스 뉴욕타임스 기자가 지난 5일 뉴욕타임스 편집국에서 퓰리처상 속보 사진 부문 수상자로 발표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뉴욕 로이터 연합뉴스

더그 밀스 뉴욕타임스 기자가 지난 5일 뉴욕타임스 편집국에서 퓰리처상 속보 사진 부문 수상자로 발표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뉴욕 로이터 연합뉴스


-다른 기자들도 있었는데 어떻게 당신만 찍을 수 있었나.

“그 순간 셔터를 누르고 있던 사람은 나뿐이었던 것 같다. 초당 약 20장을 촬영할 수 있는 고속 연사 모드로 찍었고, 카메라는 24㎜ 렌즈에 ISO 80, 조리개 f/1.6, 셔터 속도 1/8000초로 설정돼 있었다.”


-피격 사건 이후 정치권과 언론의 반응은 어땠나.

“정말 중요한 질문이다. 대통령이 무대에서 쓰러진 직후 정치권에서는 그가 총에 맞지 않았다는 말이 돌았다. 일부 루머는 그가 연단 뒤에서 유리 조각에 귀를 베였다고도 했다. 그러나 사진은 실제 귀에 총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머리 뒤로 총알이 날아가는 장면이 공개되자 사람들은 그가 총격을 당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됐다.”

-오바마·트럼프·바이든, 사진기자 입장에서 세 대통령의 차이는.


“오바마는 어떤 환경에서도 자연스럽게 분위기에 녹아드는, 사진이 잘 담기는 인물이었다. 트럼프는 이미지를 가장 의식했고 기자들에게 가장 많은 접근을 허용한 대통령이었다. 사진과 방송을 즐겼기에 기회도 많았다. 반면 바이든은 접근이 매우 제한적이고 통제가 엄격했다.”

-백악관 취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1983년 레이건 전 대통령 유세부터 백악관을 취재해 왔다. 역사적인 순간과 슬픈 장면도 많았다. 9·11 테러 당시 부시 전 대통령이 수업을 참관하던 중 두 번째 충돌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 자리에 있었다. 며칠 뒤 그와 함께 ‘9·11 메모리얼파크’를 찾았다. 미국엔 믿기 힘들고 슬픈 시기였고, 그 장면을 기록해 전할 수 있었던 것이 감사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흑인 최초로 당선된 밤도 기억에 남는다. 미국 역사상 기념비적인 순간이었다.”


-백악관에서 사진 삭제 요청을 한 적 있나.

“지금까지 어떤 행정부로부터도 검열을 받은 적은 없다. 대통령의 사진을 삭제하라는 요청은 한 번도 받은 적 없다.”

-AI 시대 보도사진의 윤리 기준은.

“AI로 조작된 사진을 사실로 믿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하며 피해야 한다. NYT를 포함한 미국 언론사 사진기자들은 밝기·크롭·톤 조정 외 편집을 금지한다. 인물 추가·삭제는 비윤리적이며 해고 사유다.”

-분열된 정치 상황에서 중립성은 어떻게 지키나.

“정치인을 담은 사진은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된다. 사진기자의 역할은 모든 순간을 사실 그대로 담는 데 있다. 정치적이어서는 안 되며 개인감정을 개입시켜서도 안 된다. 일반 독자들이 목격할 수 없는 장면을 대신 기록하는 것이 일이다. 특정 인물에게 유리하든 불리하든 판단하지 않고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긴다.”


더그 밀스는

1983년부터 백악관을 출입하며 대통령 7명의 임기를 기록해 온 NYT 소속 베테랑 사진기자다. 퓰리처상을 세 차례 수상했다.

홍윤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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