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안병하 치안감 /사진=전남경찰 제공, 뉴스1 |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한 고(故) 안병하 치안감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퇴직연금 소송에서 승소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고은설)는 지난 22일 안 치안감의 공무원 퇴직연금 일시금 계산이 잘못됐다며 부인 전임순씨가 낸 지급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안병하 치안감은 1980년 5·18 당시 전남경찰국장(경무관)으로, 신군부의 강경 진압 및 발포 명령을 거부하고 시민들을 보호하려 했다. 이후 시위 진압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그해 5월26일 보직 해임됐고 계엄사령부로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6월2일 의원면직이 되면서 풀려났으나 고문 후유증으로 투병하다 1988년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2006년 국가유공자로 선정됐고 2017년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선정되며 치안감으로 한 계급 특진 추서됐다.
이후 2022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는 경찰청에 1980년 당시 의원면직은 불법 구금과 강압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에 취소하고 미지급한 급여를 줄 것을 권고했다.
유족들은 안 치안감의 퇴직일을 연령정년(만 61세)을 기준으로 사망일인 1988년 10월10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퇴직일은 계급정년이 아닌 연령정년을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공무원연금공단은 계급정년을 적용해 1981년 6월30일을 퇴직일로 간주, 일시금을 적게 산정했다. 치안감으로 추서된 1981년 6월29일 경무관 계급에서 퇴직했다고 본 것이다. 이에 유족 측은 공단이 퇴직일을 잘못 계산했다며 취소 소송을 냈다.
연령정년을 적용할 경우 1929년생인 고인의 정년 퇴직일은 1990년 12월31일이나 그 전에 사망했기 때문에 퇴직일은 사망일인 1988년 10월10일이 된다. 연령정년은 기준 나이인 만 61세가 되기 전 숨진 경우 사망한 날을 퇴직일로 본다.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2022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안 치안감에게 연령정년을 적용해 퇴직일을 사망일인 1988년 10월10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점이 근거가 됐다.
경찰청도 앞서 고인이 면직된 1980년 6월 2일부터 사망한 1988년 10월10일까지 100개월치 급여를 소급한 바 있다. 유족 측 임선숙 변호사는 "연령정년을 적용해야 한다는 권익위 판단이 법으로 인정받은 건 처음"이라며 "상식과 원칙에 부합한 판결을 환영한다"고 했다.
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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