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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폭격에 자녀 9명 잃은 가자지구 의사…병원서 불탄 주검 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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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폭격에 자녀 9명 잃은 가자지구 의사…병원서 불탄 주검 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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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이스라엘군의 폭격 이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구조대원들이 주검을 옮기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3일 이스라엘군의 폭격 이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구조대원들이 주검을 옮기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계속되는 이스라엘군의 폭격과 끝이 보이지 않는 굶주림으로 가자지구의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남부 칸유니스에서는 한 의사가 자녀 아홉명을 잃어 비극을 더했다.



24일 영국 비비시(BBC), 가디언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 위치한 나세르 병원은 하루 전 소아과 의사 알라 나자르의 집이 폭격을 당해 자녀 10명 중 9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나자르는 이스라엘군의 폭격이 계속되는 도중인 23일 나세르 병원 그룹 소속인 알타흐리르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근무 중이던 그는 자녀들이 일곱구의 그을린 주검이 되어 실려 오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숨진 자녀 두명은 아직 엄마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번 폭격에서 나자르의 가족은 자녀 1명과 남편만 목숨을 건졌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11살 자녀 아담은 왼쪽 팔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나자르가 일하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집도한 그레임 그룸은 비비시에 “소아과 의사로 수년간 아이들을 돌본 어머니가 미사일 단 한 방에 모든 것을 잃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다”고 말했다. 가자 보건부도 소셜미디어 ‘엑스’(X)에 “알라 나자르 박사의 남편이자 동료 의사인 함디 박사는 아내를 출근시킨 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집이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함디도 머리에 관통상을 입는 등 매우 심하게 다쳤으며, 목숨이 위독한 상태다.



가자 보건부는 24일 정오 기준으로 지난 하루 동안 이스라엘군에 의해 최소 7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24일 이스라엘군(IDF)도 성명을 내어 하루 전 가자지구 전역에서 100개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군 부대와 인접한 구조물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확인된 다수의 ‘용의자’를 우리 항공기가 공습했다”고 이번 공격을 확인했다. 다만, 이스라엘군은 지역 민간인들을 대피시켰다며 “민간인 피해에 대한 주장은 검토 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제사회는 지난 18일 공식화한 ‘기드온의 전차’ 작전 이후 공격 수위를 높인 이스라엘을 더욱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23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이 잔혹한 갈등의 가장 잔인한 단계를 견디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밀가루와 분유, 의약품 등의 반입이 재개되고 있지만 “대량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티스푼 하나에 불과한 양”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3월1일 하마스와 1단계 휴전이 종료된 뒤 가자지구로 반입되는 원조를 전면 통제하며 2개월 반 이상 가자지구를 극한의 굶주림으로 몰아넣고 있다. 명목은 하마스 압박이었다. 이스라엘은 18일 원조 봉쇄를 부분 해제했지만 여전히 이스라엘군이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만 구호품을 일부 전달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사기관 코가트는 23일 밀가루 등 일부 식량과 의약품을 실은 트럭 83대가 가자지구에 추가 진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엔은 가자 주민 전체를 위해선 하루 500~600대의 트럭이 필요하다며 구호품의 양이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가자 전쟁에 대한 회의론은 점점 커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에 대해 비교적 온건한 입장을 지닌 이스라엘 전 총리 에후드 바라크는 22일 이스라엘 매체 하아레츠에 “네타냐후의 전략은 실패할 운명이며 이스라엘을 국제적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전쟁은 국가의 안보와 미래를 위한 것처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정치적인 전쟁”이라고 꼬집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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