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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익산 모녀' 막기 위해… 익산시, 기초생활수급 중단 가구 전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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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익산 모녀' 막기 위해… 익산시, 기초생활수급 중단 가구 전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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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익산서 모녀 숨진 채 발견
읍·면·동장 책임제·민관 협력 체계 구축
"생활 실태 확인 후 서비스 즉각 지원"


전북 익산시청 전경. 익산시 제공

전북 익산시청 전경. 익산시 제공


전북 익산시가 급여가 중지된 기초생활수급자 위기 예방과 대응체계 강화를 위해 전수조사에 나선다. 생계급여가 끊긴 모녀가 최근 생활고 등으로 사망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익산시는 25일 "국민기초생활수급 자격이 중지된 가구가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촘촘한 대응체계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대책은 △기초생활수급 자격 중지자 전수조사 △읍·면·동장 책임제 및 인적 안전망 강화 △민관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 크게 세 가지다.

익산시는 우선 소득·재산 변화나 가구 구성 변경 등으로 기초생활수급 자격을 상실했지만 여전히 생활이 어려운 가구를 전수조사한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맞춤형 공적 급여 △긴급복지 지원 △다이로움 나눔 곳간(식료품·생활용품 제공) △민간 자원 연계 등을 추진한다. 필요한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한 심리상담을 실시하고,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해 복합 위기에 대응할 계획이다.

시는 '읍·면·동장 책임제'도 운영한다. 지역 사정에 밝은 읍·면·동장이 기초생활수급 중지 가구를 방문해 생활 실태를 확인한 뒤 즉시 가능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지역 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등 유관기관과도 협력하고, 읍·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위원장과 정기 회의를 열어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힘쓸 방침이다.

앞서 지난 18일 오전 6시쯤 익산시 모현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A(65)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15층에서 추락한 A씨 목에는 집 열쇠와 쪽지가 매달린 목걸이가 있었다. 쪽지에는 "하늘나라로 먼저 간 딸이 있다. 우울증을 앓는 딸의 병원비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를 받고 수색에 나선 경찰은 A씨 집에서 둘째 딸 B(28)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유서 등을 토대로 B씨가 지난 3월 30일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B씨는 유서에 "우울증 때문에 힘들다. 편하게 살고 싶다"고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익산시에 따르면 호흡기질환이 있는 A씨는 2006년부터 숨진 B씨, 큰딸 C(40)씨와 함께 매월 생계·주거급여(3인 가구 기준) 150만 원을 받았다. 세 사람 모두 질병 등으로 근로 능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다 척추질환을 앓던 C씨가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아 2023년 9월부터 급여가 120만 원(2인 가구 기준)으로 감소했다.


C씨가 지난해 1월 취직하며 2월부터는 급여가 더 줄었다. 생계급여가 끊겼고 주거급여 20여 만 원만 받았다. 익산시 관계자는 "A씨 모녀의 통장 거래 내역과 잔액을 확인한 결과 긴급복지 지원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다"며 "급여를 계속 받으려면 취직한 큰딸과 주소지를 분리하라고 안내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익산= 김혜지 기자 fo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