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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냄새 나요”… 전주 ‘쥐눈이콩 비누’ 체취 고민 해결사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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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냄새 나요”… 전주 ‘쥐눈이콩 비누’ 체취 고민 해결사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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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곁에 가면 냄새 나요.”

비누로 자주 씻고 몸 세정제를 써도 나이 들어 생긴 냄새는 마음을 상하게 한다. 단지 나이 탓이라 여기며 무심히 넘기기엔, 이런 말 한마디가 남모를 상처가 되곤 한다.

‘쥐눈이콩 비누’와 일반 비누의 채취 개선율 비교표(위)와 쥐눈이콩, 미나리, 미강 추출물. 전주농생명소재연구원 제공

‘쥐눈이콩 비누’와 일반 비누의 채취 개선율 비교표(위)와 쥐눈이콩, 미나리, 미강 추출물. 전주농생명소재연구원 제공


그런 고민의 중심엔 ‘노네날(nonenal)’이라는 물질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 몸속에서 자연스레 생성되는 이 성분은, 피부 피지선의 변화와 산화 스트레스 증가에 의해 발생하는 알데하이드 계열의 불포화 지방산 산화물이다. 바로 고령층 특유의 체취 원인으로 꼽히는 물질이다. 이런 ‘노년의 냄새’를 줄이기 위한 해법이 전북 전주에서 나왔다.

전주시 출연기관인 전주농생명소재연구원은 이 지역에서 주로 콩나물국밥용으로 재배하는 쥐눈이콩과 미강, 미나리를 배합해 일반 비누보다 체취 개선 효과가 뛰어난 천연 복합소재를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쥐눈이콩 96, 미강 3, 미나리 1 비율로 ‘쥐눈이콩 비누’ 시제품을 만들어 만 50세 이상 한국인 여성 24명을 대상으로 한 인체 적용 시험에서 단 1회 사용만으로도 일반 비누보다 체취 강도가 12.3%, 냄새 등급은 무려 45.8% 더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특히, 이 비누는 ‘향기’로 덮는 체취 관리가 아니라 ‘원인’을 줄이는 기능성 소재라는 점에 있다. 전통적인 방식의 세정이 아닌, 과학적 조합과 지역 농산물의 효능을 결합한 결과다.


이 조성물은 지난해 한국자원식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우수 포스터상’을 수상하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연구원은 이 제품의 상용화 가능성에 주목해 후속 연구와 기술 이전, 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김상남 전주생물소재연구원장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 사회에서 이 소재는 단순한 위생용품을 넘어, 고령층의 건강관리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고 농가 소득 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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