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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한 표 행사한 시민들···“대통령 탄핵 되자마자 친구와 함께 투표하자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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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한 표 행사한 시민들···“대통령 탄핵 되자마자 친구와 함께 투표하자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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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에 사는 유권자들이 지난 24일 제21대 대통령 재외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뮌헨에서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단체 버스에 타고 있다. 뮌헨 한인회 제공

독일 뮌헨에 사는 유권자들이 지난 24일 제21대 대통령 재외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뮌헨에서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단체 버스에 타고 있다. 뮌헨 한인회 제공


제21대 대통령 재외선거가 시작된 지난 20일 오전 8시, 노르웨이 오슬로에 사는 유학생 강모씨(30)가 주노르웨이 한국 대사관에 들어섰다. 이번 대선의 첫번째 투표자를 맞이한 대사관 직원들이 “노르웨이 1호 재외국민 투표자”라며 손뼉을 쳤다. 강씨는 “그동안의 불안을 빨리 해소하고 싶었다”며 “투표를 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고 말했다.

6·3 대선을 앞두고 지난 20~25일 세계 곳곳에서 재외선거가 진행됐다. 경향신문이 각국 한인회·유학생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접촉한 한국 밖 한국인들은 지정된 투표소까지 길게는 10시간가량 달려와 한표를 던졌다고 했다. 이들은 이번 투표로 하루빨리 12·3 불법계엄사태로 인한 혼란이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 한인들은 이번 대선의 투표 열기가 지난 대선보다 높다고 전했다. 영국 셰필드에 사는 유학생 정모씨(31)는 지난 24일 기자와 통화하며 버스로 왕복 8시간 거리인 런던까지 다녀왔다. 정씨 주변의 한국인 교환학생·유학생들이 SNS에 ‘투표 인증’을 많이 올리고 있다고 한다. 정씨는 “12·3 불법계엄사태 소식을 태국인 친구에게 전해 들었는데 ‘한국은 당연히 민주 국가라서 이렇게 극단적인 일이 생길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었다”며 “부끄러운 마음이 컸고, 더 잘못되기 전에 되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조모씨(29)도 “투표 시작 날부터 지난 24일까지 계속 비가 와서 투표장을 찾는 시민들이 적을까 걱정했다”며 “그런데도 또래 시민들이 꾸준히 투표장을 찾아와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영국 셰필드에 사는 정모씨(31)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있는 투표소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있다. 정씨는 투표를 위해 8시간을 오갔다. 정씨 제공

영국 셰필드에 사는 정모씨(31)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있는 투표소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있다. 정씨는 투표를 위해 8시간을 오갔다. 정씨 제공


독일 뮌헨 한인회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뮌헨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단체버스를 빌려 투표장으로 향했다. 비용은 주프랑크푸르트 한국 총영사관이 냈다. 뮌헨에서 투표장이 있는 프랑크푸르트까지는 왕복 10시간, 휴식 시간까지 포함해 총 13시간이 걸리는 여정이지만 열기는 뜨거웠다고 한다. 지난해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때는 단체버스 신청자가 50명 정도였는데, 올해는 90명까지 늘었다. 버스를 타고 투표에 참여한 장모씨(47)는 “지난 총선보다 투표자가 30% 이상 많아졌다는 느낌”이라며 “탄핵이 인용되기 전까지 잠도 잘 못 이뤘다. 재외국민에게도 상식을 벗어나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투표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투표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날만을 기다렸다’고 입을 모았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사는 박모씨(29)는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던 지난달 4일 친구와 함께 투표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비상계엄 사태를 뉴스로 봤을 때 ‘나라를 잃은 기분’이었다. 한국에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부터 들었다”며 “사태가 하루빨리 정리되길 바라서 투표장에 가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선거에 참여한 윤지만씨(46)는 “독일은 철저히 단죄와 숙청으로 ‘나치는 안된다’는 교훈을 명확히 했다”며 “한국에서는 아직도 내란 일으킨 전직 대통령이 활개 치고 있는데, 단죄를 위해서 투표 날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재외국민 투표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대선 후보들 사이에 ‘단일화’ 논의가 진행된 것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조모씨는 “해외에서 비행기를 타고 투표를 하러 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투표 이후 단일화가 되면 이런 시민들이 투표한 후보가 사라질 수 있는 것”이라며 “단일화 논의는 더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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