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수 한국초등교장협의회 회장 인터뷰
최치수 한국초등교장협의회 회장 |
“요즘 학교에 가보면 교사들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젊은 교장도 보입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모아 교육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죠.”
학창 시절 교장 선생님을 떠올리면 지루한 훈화시간이 먼저 생각나는 이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19일 서울 강동구 명일초등학교에서 만난 최치수 교장은 “개방형 공모제 등도 생기고, 교직 사회도 예전보다는 진취적이고 활동적인 모습을 보여서 교장들도 많이 바뀌고 있다”며 과거와 달라진 최근 학교 현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35년 교직 생활을 거친 최 교장은 최근 서울초등교장회 회장에 이어 한국초등교장협의회 회장까지 맡으며 교장들의 ‘대표’가 됐다. 특히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회원 직접선거를 거쳐 서울초등교장회 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확실한 대표성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최 교장은 “기존에는 전임 회장이 후임을 지명하고 동의받는 식으로 운영됐지만 이제 민주적인 의식이 강화되고 있다”며 “살면서 선거에 나설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그만큼 교장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표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알고 나섰다”고 말했다.
교장들이 단체 조직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그만큼 교직 사회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서이초등학교와 하늘이 참변 등 큰 사건사고들이 이어졌고, 교사의 책임과 권리를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 교장은 “교사들이 아이들을 지도하고, 그것을 잘할 수 있도록 책임지고 지원하는 역할이 바로 교장”이라며 “교육 정책은 그 특성상 외부 단체, 국민들 영향을 많이 받는데 정작 현장의 교육 전문가인 교장들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들려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최 교장은 교장·교감 자격변동 시 호봉 승급, 학교장 법률보호지원단 구성, 교육청과 정례화된 정책협의, 퇴직교장 공로연수 신설, 학교장 놀봄지원수당 신설 등 다양한 공약을 내세웠다. 최 교장은 “늘봄학교나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같은 정책만 해도 각 시도교육청 통해 일괄적으로 내려온 부분이 크다”며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까지 모두 고려해서 판단할 수 있는 교장과 교사들이 더욱 자율적으로 학교를 운영할 수 있게 돕고 싶다”고 강조했다. 처우를 좋게 하는 부분은 물론,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비중을 늘리고 싶다는 말이다.
이어 최 교장은 “교장협의회라는 단체가 보다 인정받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교조·교총·교사노조 등 다른 교원단체에 비해 아직 못 미치는 부분이다. 그는 “여타 교원 단체들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큰데 교장협의회는 70년 역사를 갖추고도 아직 정부나 교육청과 교섭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임기 2년 동안 법적 지위를 다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다만 교장들 스스로가 바뀌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최 교장은 “과거에는 교장이 종적 리더십을 가졌지만 지금은 그보다 수평적 문화를 만들기 위한 소통과 협력이 더욱 필요한데 평교사들이 아니라 교장이 바뀌어야 가능하다”고 짚었다.
현장체험학습 거부, 아동학대와 맞물린 교권 추락 등도 마찬가지다. “책임 소재의 문제로 인해 교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일”이라고 본 최 교장은 “교장들이 학생과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까지 모두 고려해서 교사 지원에 나설 때 교장 역시 그 다양한 주체들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수행하며 인정받을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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