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감옥은 방탄유리 필요없어"…이재명 "반성해도 모자랄 자들이"
이준석-안철수 회동, 단일화 '온도차'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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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2일 경남 양산 양산워터파크에서 열린 유세에서 방탄유리 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이헌일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약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례없이 더운 날씨 만큼이나 대선 후보들의 선거운동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수도권에서 제주까지 전국 곳곳을 누비며 유권자들에게 장점을 어필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감한 이슈를 두고 후보 간 설전도 이어졌다.
-이재명 후보와 김 후보는 '방탄유리 유세'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김 후보는 과민반응이라는 식으로 이 후보를 공격하며 오히려 본인은 경호인력을 줄여 차별화에 나섰고, 이 후보는 과거 테러를 당한 경험을 언급하면서 반박했다. 다른 한편으로 김 후보는 이준석 후보를 향해서는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단일화 러브콜을 이어갔는데, 이준석 후보는 단호하게 거부 입장을 고수하다가 결국 다소 감정적인 모습까지 노출했다. 이제 반환점을 돈 각 후보의 선거운동을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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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가 21일 인천 계양구 계양역 앞 유세에서 연설 도중 착용한 방탄 조끼를 공개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유리 한 장 사이로…이재명과 김문수, 방탄 설전
-요즘 이재명 후보 유세장 풍경, 뭔가 달라졌다면서? 유리막 같은 게 설치됐다던데.
-맞아. 이 후보가 연설하는 유세장 앞을 보면 꽤 두꺼워 보이는 투명 유리막이 쳐져 있어. 방탄유리라고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피습 이후 저걸 설치하고 유세를 이어갔다고 하더라. 이번에 러시아제 소총 밀반입설까지 나오면서 테러 가능성을 우려해 설치했다고 해. 방탄조끼에 이어 방탄유리까지 등장한 셈이야.
-국민의힘 쪽은 이게 영 마음에 안 들었나 봐. 김문수 후보가 연일 비판을 쏟아내더라고. 21일 경기 유세에선 "날씨 좋은데 방탄조끼 입고 유리 안에서 애쓰지 말라"며 직격했어. "죄가 많은 사람은 감옥에 앉아 있으면 교도관까지 배치해 확실하게 방탄해 준다. 감옥에 있으면 방탄조끼도 필요 없고, 방탄 유리도 필요 없다"는 말까지 나왔어.
-그러면서 김 후보는 "국민이 내 방탄조끼"라며 오히려 경호인력을 줄였대. "깨끗한 공직 생활이 나의 방탄유리"란 말도 덧붙이면서 본인의 청렴함을 강조하는 모습이야. 22일 광명·부천 유세에서도 감옥 얘기, 법인카드 얘기, 방탄 입법 얘기까지 반복하며 공세를 이어갔어. 이 후보를 향한 '도덕성 공세'에 방탄이라는 상징을 덧씌운 셈이랄까.
-이 후보도 가만있지 않았어. 21일 인천 부평 유세에서 "방탄유리를 설치하고 경호원들이 경호하는 가운데 유세를 해야 하는 것이 이재명, 민주당의 잘못인가"라며 "이것이 비아냥거릴 일인가. 그들이 이렇게 만들지 않느냐"고 했지. 그러면서 "반성해도 모자랄 자들이 국민을 능멸하고 살해 기도에 목이 찔린 상대방 정치인을 두고 그렇게 장난해서야 되겠나"라고 말하더라. 민주당은 폭력 대신 민주주의로 싸운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어.
-결국 유리 한 장 사이에 놓인 건 '국민의 신뢰'냐, '실제 위협'이냐의 차이인 셈이지. 한쪽은 "국민이 지켜준다"고 하고, 다른 쪽은 "일부가 위협했다"고 말하니 말이야. 요즘 유세장 풍경, 점점 드라마처럼 전개되는 것 같지 않아? 다음 장면은 또 뭘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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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가 19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앞 상상마당 유세장에서 선물받은 스케이트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
◆'합죽선'과 '스케이트보드'…이재명이 받은 이색선물
-이 후보의 유세가 좀 특별하게 시작되는 경우가 있다고.
-맞아. 이 후보의 유세는 일종의 루틴이 있어. 단상에 올라가 시민들과 인사한 뒤 선물을 전달받곤 해. 주로 지역의 특성을 살린 선물이 많은데 유달리 눈에 띄는 것들도 있었어.
-대표적으로 지난 16일 전북 전주시 유세에서는 전주 한지로 만들어진 합죽선(접이식 부채)을 선물받았어. '진짜 대한민국'이라고 적혀 있었지. 부채가 쫙 펼쳐지는 것처럼 쫙 펼친 정치를 해달라는 의미였다고 해. 이 후보는 부채를 쭉 펼쳐 보이기도 했어. 17일 나주에서는 특산물로 유명한 배를 선물받았어. 배처럼 시원한 정치를 하라는 격려였대.
-이런 지역 특산물 외에 완전히 다른 선물도 있었어. 이 후보가 지난 19일 홍익대학교 앞 상상마당을 방문했을 때 일인데, 한 지지자가 스케이트보드를 선물했어. 여기에도 '진짜 대한민국'이라고 적혀 있었지. 젊음의 상징인 홍대에 어울리는 것 같기는 한데, 이 후보가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모습이라니 생경하지 않아? 선물받은 스케이트보드를 직접 탈 일은 없겠지만 말이야.
-14일 창원에서는 작업복을 선물 받았는데, 창원에 위치한 국가산단을 상징하는 의미였어. 고양과 제주 등에서는 투표 도장 모양의 꽃을 받기도 했지. 앞으로 또 어떤 선물이 이어질지 궁금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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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가천대학교에서 간담회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남용희 기자 |
◆이준석·안철수 가천대서 '학식 회동'...웃음 뒤 미묘한 신경전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김 후보의 단일화 이슈가 여전히 세간의 관심사인데, 이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을 만났다며?
-응. 이 후보는 지난 21일 경기 성남시 가천대학교 글로벌캠퍼스에서 학생들과 학식을 먹었는데, 그 자리에 안 의원이 깜짝 등장했지. 예고 없던 등장에 학생들 반응도 엄청났어. "연예인 보는 줄 알았다"며 사진 찍으려고 몰려들더라.
-학식 일정 이후 학생들과 사진 찍는 시간이 이어졌는데, 줄이 정말 길게 늘어섰더라. 이후 취재를 위해 현장에서 대기하던 기자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두 사람을 기다렸어. 워낙 줄이 줄지를 않다 보니까, 몇몇 기자들 사이에선 "이거 일부러 안 만나려고 계속 사진만 찍는 거 아니냐"는 농담도 나왔어. 예전 김문수-한덕수 백브리핑 때 신경전이 떠올랐다는 말도 나왔고. 안 의원이 먼저 사진 촬영을 마치고 자리에 앉았고, 이 후보도 2분 뒤 내려왔어. 그러면서 안 의원이 "예 뭐 비슷한 시간에 끝났네요"라고 한마디 툭 던졌는데 묘하더라고. 서로 상대방 쪽 줄을 은근히 의식하고 있지 않았나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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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성남=남용희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의원이 2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가천대학교 학생식당을 찾아 학생들과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두 사람은 캠퍼스 한 켠 야외 테이블에서 잠깐 얘기를 나누다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겨 약 15분 정도 대담을 이어갔는데 창 밖에서 본 모습은 이랬어. 안 의원이 손을 써가며 열심히 말하고, 이 후보는 대체로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이는 식이더라고. 거리감이 느껴졌어.
-대담이 끝난 뒤엔 백브리핑, 그러니까 기자들과 질의응답 하는 시간도 있었는데 여기서도 분위기가 좀 묘했어. 안 의원이 "백브리핑 꼭 해야 하나요? 하하하"라고 웃으며 말문을 열더니 "앞으로 또 만날 가능성도 열어뒀고, 김 후보와의 만남도 주선할 수 있다"고 했어. 단일화 여지를 열어둔 셈이지.
-그러나 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 후보는 "단일화 하면 안철수 의원 아니겠냐"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우면서도 "단일화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어. 김 후보와의 만남에 대해서도 "오해 소지가 있다"며 가능성을 일축했어. 결국 안 의원은 빈손으로 돌아가게 된 셈이지.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송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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