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 부부(왼쪽부터), 차성수 노무현재단이사장,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 노건호씨, 권양숙 여사,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가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6주기 추도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6주기 추도식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렸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우원식 국회의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과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각 정당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는 추도식에 앞서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는 추도 메시지를 냈다.
이번 추도식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과 탄핵으로 인해 치러지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열려 각별한 의미를 더했다. 추도식 주제도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어록에서 따온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였다. 12·3 내란의 밤 국회 앞에 집결해 민주주의를 지킨 시민의 힘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았다. 우원식 의장은 추도사에서 “대통령님은 주권자 시민의 힘을 누구보다 깊이 신뢰한 지도자였다”며 “지난 12·3 계엄 사태에서 우리는 그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곳에 깨어 있는 시민이 있었다. 함께 계엄군에 맞섰고, 응원봉을 들었다. 민주주의 역행을 막고 시대를 구했다”고 했다. 내란을 저지하고 망상에 취한 주범을 끌어내린 시민들은 이제 본격적인 내란 극복과 훼손된 민주 헌정의 복원, 무너진 민생의 회복을 시대의 과제로 요구하고 있다. 6·3 대선은 이런 시민의 명령에 누가 가장 제대로 응답하는지를 평가하고 선택하는 기회라 할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노무현 대통령께서 꿈꾸던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여정,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고,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특권과 반칙이 없는 사회, 국민이 주인 되는 ‘진짜 대한민국’에 가닿겠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소신 있는 정치를 하겠다”며 “‘3당 합당하자’는 주변의 얘기가 있을 때 노 전 대통령이 주먹을 불끈 쥐고 ‘이의 있습니다’라고 외치던 그 모습을 닮은 정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문수 후보는 “바위처럼 단단한 기득권에 맞서 싸운 분”이라며 “국민주권 개헌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했다. 권영국 후보는 “관용의 민주주의를 복원하고 평등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겠다”며 “노무현 정신을 새길 것”이라고 했다. 중요한 건 말보다 행동이다. 시민들은 누가 노무현의 꿈을 잇고 많은 시민들이 공명하는 노무현의 가치를 현실로 만들어낼 적임자인지를 면밀히 따져보고 냉철한 평가를 내릴 것이다.
추도 메시지를 내긴 했지만, 김문수 후보와 국민의힘 주류가 그간 보여왔고 지금도 드러내고 있는 태도는 매우 우려스럽다. 이들은 여전히 12·3 계엄의 ‘내란 본색’조차 부정하고 있다. 근본적 반성과 사죄 위에서 내란 세력과 결별하고 민주주의와 민생 회복의 비전을 제시하기는커녕 지속적으로 내란 세력을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김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주제로 한 영화를 관람한 데 대해 “누구라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전광훈 목사 등 극우 지지층에 대해서도 “관계를 잘 이뤄나가야 한다”고 했다. 김 후보가 이날 메시지만 냈을 뿐 참배도 않고 추도식에 불참한 데는 노 전 대통령을 경원시하는 극우 세력의 심기에 대한 고려도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란 극복’이라는 주권자의 명령과 시대의 요구에 귀 닫은 채 표만 달라고 해서야 결코 통할 리 없다는 사실을 한시바삐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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