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이데일리 언론사 이미지

“美, 더는 안전하지 않아”…트럼프 ‘골드카드’ 中부유층 유치엔 실패

이데일리 방성훈
원문보기

“美, 더는 안전하지 않아”…트럼프 ‘골드카드’ 中부유층 유치엔 실패

속보
트럼프 "상호관세 유예, 연장할수도 있고 줄일수도 있다"
中투자자들 “70억짜리 비자면 비싼건 아닌데…”
세금·치안·이민정책 불확실성 등 우려로 외면
“미·중 무역전쟁에 중국인 대상 범죄로 매력↓”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슈퍼 리치’(초부유층)을 상대로 야심차게 추진 중인 ‘골드카드’ 비자가 최소한 중국 부유층 사이에선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기존 ‘EB-5’ 비자를 골드카드 비자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500만달러(약 69억원)를 지불하면 누구나 그린카드 소지자와 동일한 권리를 얻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여기엔 미국에서 영구적으로 일하고 거주할 수 있는 권리와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이 포함된다. 절차도 EB-5보다 더 빠르고 간편하다. 1990년에 도입된 EB-5는 영주권 취득을 위해 미국 기업에 105만 달러를 투자하고 10개의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경제 둔화 등으로 부유층들의 대규모 이탈을 겪고 있다. 국제 이민 컨설팅업체 헨리앤파트너스에 따르면 중국에선 2023년 최소 100만달러의 투자가 가능한 자산 보유자가 약 1만 5200명 해외로 이주했다. 사상 최대치다. 지난해에도 억만장자의 해외 유출이 세계에서 가장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인들의 골드카드 수요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은 중국인들의 해외 이주시 가장 인기가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실제로 전 세계 EB-5 비자 신청자 가운데 약 70%가 중국인이었다. 2024년 2월 후룬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중국 본토에서 총자산 1억위안 이상을 보유한 가구는 약 11만가구, 이 중 투자 가능한 자산이 1억위안 이상인 가구는 6만 6000가구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초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골드카드가 “조용히 시범 운영을 거치고 있으며 곧 일반에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은 골드카드 웹사이트가 일주일 안에 개설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럼에도 중국 부유층들에게 인기가 높지 않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신, 즉 새로운 정책의 세부 사항이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미국의 법률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해당 프로그램을 시작할 권한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새로운 비자를 발급하거나 EB-5 비자를 취소·변경하려면, 의회 승인을 거쳐 대통령이 서명한 정식 법안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많은 부유한 중국인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SCMP는 설명했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이민 서비스 제공업체 웰트렌드의 잭 징 총괄 매니저는 “일부 고객들이 골드카드에 대해 문의했지만, 프로그램을 둘러싼 모호성을 알게 된 후 신중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비리그 의대를 목표로 하는 자녀를 두는 등 일부 고객들 사이에선 확실한 수요가 있다”면서도 “입법적으로 적절한 뒷받침이 없을 가능성 등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중국 초부유층을 끌어들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미국 내 대부분의 의대는 미국 시민 및 영주권자만 지원할 수 있다.


미중 갈등, 적대적인 이민정책, 미국 내 치안 불안, 높은 세금 등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미국은 시민권자와 영주권자의 전 세계 소득에 세금을 부과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드카드 소지자는 “미국 외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약속했지만, 그가 어떻게 세법을 바꿀 계획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중국 남부 광저우 출신으로 수억위안의 자산을 보유한 부동산 개발업자 캔디스 멍(Candice Meng)은 트럼프대통령이 제시한 초부유층 대상 골드카드 소식을 듣고 흥미를 느꼈다. 싱가포르 1억위안(약 191억원), 뉴질랜드 6000만위안(약 114억원) 등 다른 나라의 투자 이민 비용과 비교하면 최소 투자금액 500만달러가 합리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멍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자녀 유학 비용도 증가했고, 졸업 후 미국에서 취업 전망도 밝지 않다. 팬데믹 기간 중 증가한 반(反)아시아 폭력과 인종차별, 강경한 반이민 정책, 비교적 높은 도시 범죄율 때문에 현재의 미국은 더 이상 살기 좋은 곳이 아닌 것 같다. 총기사건이 일상화하고 거리마다 노숙자가 넘쳐나는 미국에 우리 가족을 보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 소재 하이웨이즈 법률사무소의 캐시 치앤 변호사는 “미국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글로벌 과세와 중국인에 대한 불분명한 태도”라며 “많은 중국 고객들이 미국보다 싱가포르가 더 안전하고 중국인에게 우호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싱가포르 이주에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 1세대 기업가들의 은퇴 시기가 다가오면서, 향후 10년간 약 20조위안에 달하는 자산이 다음 세대로 이전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 중국인 사업가는 “미국 이주에 500만달러를 쓰느니 중국 내 여러 프로젝트에 투자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