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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정하다는 착각‘에 죽어가는 한국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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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정하다는 착각‘에 죽어가는 한국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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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적대응하느라 혁신 물건너가는 대한민국 플랫폼
- 대한민국 미래경쟁력보다 숫자많은편 드는 현실정치


박용후/관점 디자이너

박용후/관점 디자이너


[파이낸셜뉴스] 2025년 5월 22일, 서울고등법원이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271억 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전면 취소했다. 공정위는 이 기업이 자사 가맹택시에 ‘콜 몰아주기’를 했다며 불공정 행위로 판단했으나, 법원은 이를 뒷받침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기업의 승소를 넘어, 우리 사회가 기술 기반 기업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되묻는 계기가 됐다.

문제의 본질은 규제기관이 플랫폼 기업의 기술과 운영 방식에 대해 충분한 이해 없이, 정치적 민원이나 여론에 기반한 판단을 내렸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제재가 가해졌고, 그 결과는 단지 행정력 낭비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플랫폼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데 필요한 자율성과 안정성을 해치는 요인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내 스타트업 및 플랫폼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플랫폼 규제법(플랫폼 경쟁촉진법) 도입에 대해 국내 스타트업 CEO의 52.8%가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또한, 국내 규제가 글로벌 플랫폼(구글 등)보다 자국 플랫폼에 더 강하게 적용돼 역차별·혁신 저해 우려가 있다는 IT업계의 비판도 존재한다.

기술 기반 플랫폼에 대한 낡은 시각
플랫폼 기업의 핵심은 ‘기술’이다. 알고리즘, AI, 데이터 분석 등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비즈니스의 구조 그 자체다. 특히 AI 기반 배차 시스템은 기사와 승객 모두의 효율을 고려해 최적의 매칭을 도출하려는 기술적 시도이며, 이는 글로벌 모든 모빌리티 플랫폼이 채택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러한 기술적 운영을 ‘조작’으로 규정했다. 이는 기술의 작동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규제를 시도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배차 알고리즘이 특정 집단에 불이익을 주지 않았으며, AI 운영은 기술적 편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명시했다. 중요한 것은, 이 판단이 단순히 기술 친화적인 시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법적 판단 기준에 따라 객관적 데이터와 구조를 검토한 결과라는 점이다.

규제의 정당성은 ‘균형’에서 나온다

공정위뿐 아니라, 검찰과 금융감독원 역시 플랫폼 기업과 스타트업을 규제 대상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 물론 공정한 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규제가 정당성을 갖기 위해선, 기술과 시장 현실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전제로 해야 한다. 현재처럼 플랫폼에 대한 기본적 신뢰 없이, 의혹만으로 조사에 착수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식은 기업에 예측 불가능성을 안기고,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치명적인 리스크가 된다. 실제로 공정위가 AI, 데이터 기반 플랫폼에 대한 규제 방향을 최근에서야 정책보고서로 전환하며, 과거에는 ‘탑다운’식 규제와 사회적 합의 부족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는 단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 기술을 둘러싼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은 기술 혁신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규제 체계를 유연하게 조정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규제 기관의 시각이 여전히 ‘중개업체’나 ‘독점 위험’이라는 낡은 틀에 갇혀 있어, 신기술 기반 사업모델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과도한 리스크 전가는 글로벌 도전을 가로막는다

이번 사례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시장 구조에 대한 오해다. 전국 택시 약 24만 대 중, 약 6만 7천 대가 카카오모빌리티 가맹이며 수수료를 지불한다. 나머지 17만 대는 수수료 없이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지만, 동일한 배차를 요구하는 불만이 제기됐다. 공정위는 이 불만을 받아들여 ‘차별’로 해석했다.

하지만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은, 비용을 지불한 사용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이 오히려 공정한 경쟁이다. 이런 구조를 ‘특혜’로 해석하면, 비용 부담을 감수하는 사용자들의 인센티브가 사라지고 시장은 왜곡된다. 이처럼 일부 이해관계자의 불만을 정책 판단의 근거로 삼는 방식은, 국내 플랫폼 기업이 글로벌 기준에 따라 경쟁력을 키우는 데 있어 불안정성을 높이는 결정 요인이 된다.

기술에 대한 공정한 이해가 글로벌 경쟁력의 시작점

지금 한국의 플랫폼 기업들은 기술력만으로는 경쟁할 수 없다. 국내 규제의 예측 불가능성과 정서 중심의 판단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고, 인재 유출을 가속화한다. 더구나 이러한 규제가 반복되면, 글로벌 기업이 한국을 기술 실험의 장으로 삼으려는 의지도 약화된다.

규제기관은 기술 기반 플랫폼 기업을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조율의 파트너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술을 어떻게 공정하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필요하지만, 그 출발점은 기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판단이어야 한다. 여론과 정치가 아닌 원칙과 구조에 기반한 규제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국내 플랫폼 산업은 더 이상 세계 무대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규제기관의 역할, ‘감시자’에서 ‘균형자’로
카카오모빌리티 판결은 단순한 한 사건의 결과가 아니다. 이는 규제기관이 변화해야 할 시점이 왔음을 의미한다. 혁신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 조건을 조성하는 것이 규제기관의 본래 역할이다. 기술의 진보가 시장을 선도하는 시대, 규제는 그 진보를 막는 벽이 아닌, 그 진보가 공정하게 작동하도록 설계된 레일이어야 한다.

박용후/관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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