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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코앞 터진 ‘주한미군 감축론’…한미동맹 시험대

헤럴드경제 신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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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코앞 터진 ‘주한미군 감축론’…한미동맹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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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전략적 환헤지 내년까지 연장
28,500 주한미군 4500여명 이전설 제기
美, 中 견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구상
정치군사 의미 커…北 잘못된 메시지 우려
새 정부 통상협상+방위비분담금 이중 부담
6·3 대선을 통한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한미군 감축 및 일부 철수론이 불거졌다. 2024년 10월 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에서 주한 미군부대 장병들이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6·3 대선을 통한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한미군 감축 및 일부 철수론이 불거졌다. 2024년 10월 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에서 주한 미군부대 장병들이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6·3 대선을 통한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한미군 감축 및 일부 철수론이 불거졌다.

아직 검토 단계로 보이지만 미국의 세계전략 속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에 따른 안보태세 변화는 물론 한미동맹의 전환 등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국방당국자를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만8500여명의 주한미군 가운데 4500여명을 괌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의 비공식 검토의 일환으로 아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았지만 고위당국자 단계에서 논의하는 여러 구상 중 하나라는 것이다.

한미 간 논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국 국방부는 23일 “주한미군 철수 관련 한미 간 논의된 사항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어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핵심전력으로 우리 군과 함께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해 북한의 침략과 도발을 억제함으로써 한반도 및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그러한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미 측과 지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미 국방부 대변인은 관련 질의에 “오늘은 발표할 것이 없다”면서도 WSJ의 보도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보도 내용대로라면 주한미군 감축, 일부 철수는 미국의 세계전략에 따른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 재조정 구상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여석주 전 국방정책실장은 “주한미군의 어느 부분을 줄이겠다는 것인지는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야 알 수 있다”며 “주한미군 조정은 단독 계획이 아니라 전 지구적인 미군, 특히 미 육군 부대배치계획(UDP)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조정은 미국 측에서 꾸준히 제기해온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궤를 같이 한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활동 범위를 한반도에 국한하지 않고 중국의 대만 침공을 비롯한 위기에 적극 투입하는 방안을 추구하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미 육군협회(AUSA) 태평양지상군 심포지엄에서 주한미군 감축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주한미군은 북한을 격퇴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며 “우리는 더 큰 인도태평양 전략의 작은 부분으로서 역내 작전, 활동과 투자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브런슨 사령관은 ‘거리의 횡포’(tyranny of distance)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한국이 “베이징과 가장 가까운 동맹”이자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있는 고정된 항공모함과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주한미군과 한국이 북한의 위협뿐 아니라 미국의 전략경쟁 상대인 중국 견제에 있어서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이 같은 구상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 3월 중국을 미 국방부의 유일한 ‘추격하는 위협’으로 명시하면서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와 미 본토 방어를 최우선으로 전환하고 북한 등의 위협 억제는 동맹국에게 넘기는 구상을 밝힌 ‘임시 국가 방어전략 지침’을 배포한 바 있다.

일본이 미국 측에 제안한 한국과 미국, 일본, 호주, 필리핀 등 한반도와 동중국해·남중국해를 중심으로 하나의 전역(戰域)으로 묶는 ‘원 시어터’ 구상과도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6·3 대선을 통한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한미군 감축 및 일부 철수론이 불거졌다.주한미군 제2보병사단 스트라이커 여단 장병들이 경기도 포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훈련 준비를 하는 모습. 자료사진. [뉴시스]

6·3 대선을 통한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한미군 감축 및 일부 철수론이 불거졌다.주한미군 제2보병사단 스트라이커 여단 장병들이 경기도 포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훈련 준비를 하는 모습. 자료사진. [뉴시스]



문제는 이 같은 구상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은 북한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수호한다는 한국의 통상적인 인식과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주한미군이 한미동맹의 상징인 만큼 규모 조정은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를 비롯한 전환의 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 주한미군 감축, 철수는 불가능한 시나리오만도 아니다.

2006년 한미공동성명에 따라 미국은 주한미군 전환 배치에 있어서 사전 협의 의무를 지지는 않는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5 회계연도에 2만8500여명의 주한미군 병력을 유지하는 등의 국방수권법을 발효했지만 내년에는 얼마든지 사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

여 전 실장은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한반도를 방어하는 데 있어서 한국군의 역할이 꾸준히 증가하고 주한미군의 역할은 줄어들었지만 주한미군의 존재 자체가 갖는 정치군사적 의미는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의 규모보다 미국이 얼마나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관여하겠느냐가 중요하지만 주한미군 규모 조정은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우려도 있다.

아울러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새 정부 출범 직후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를 방위비분담금 대폭 증액과 연계시켜 압박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된다.

이러한 관측이 현실화된다면 한국의 새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트럼프발(發) 통상압박 협상과 함께 주한미군을 고리로 한 방위비분담금 협상이라는 이중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