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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불거진 주한미군 감축론, 관세+안보 포괄협상 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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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불거진 주한미군 감축론, 관세+안보 포괄협상 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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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의 역할이 기존의 대북(對北) 억지에서 중국·러시아를 상대하기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재조정될 것이란 우려를 뒷받침하는 언론 보도가 나와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국방부가 주한미군 약 4500명을 미국령 괌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얼마전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은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 떠있는 항공모함”이라고 한 것과 연장선상에 있는 보도로, 우리로선 주한미군 전력 차출과 이로 인한 북핵 대응 능력 약화 등 여러 변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국 입장에서 2만8500명 안팎의 주한미군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주장을 확대하며 대만을 위협해온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도 해왔다. 이런 차원에서 괌의 경우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과 가까우면서도 중국군이 닿기 어려워 병력을 배치할 중요한 중심지(hub)로 부상하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미국 국방전략(NDS) 수립을 이끄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은 미국이 한국을 북한 핵무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확장억제력(핵우산)을 계속 제공하되 한국의 미군 병력을 중국에 집중하도록 재편하면서 북한의 재래식 위협을 방어하는 역할은 한국이 더 주도적으로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이에 부합하는 내용이다.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 지칭하며 주한미군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해온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주한미군 감축론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이번 보도에는 감축 규모와 재배치 장소가 특정됐다는 점에서 단순 압박용 카드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활동 범위를 한반도로 국한하지 않고, 중국의 대만 침공 등 동북아시아의 다양한 지정학적 위기에 투입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돼왔다. 우리 국방부는 WSJ 보도에 한미 간 논의가 전혀 없었다고 했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미국 국방부도 당장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했지만 곧 닥쳐올 수 있는 현실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북러 군사협력 강화와 함께 더욱 심화하는 시기에 주한미군 감축론이 나온 것에 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조만간 들어설 새 정부는 주한미군의 규모나 성격 변화에 대응하는 플랜B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트럼프발 관세와 관련한 무역 협상과 함께 주한미군 감축 및 그와 연결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포괄적으로 진행하게 될 가능성에 대비한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