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기계공학부 박사 과정 중 스마트 팩토리 연구·구축... 공장과 환경 비슷한 농업에 AI 로봇 적용 떠올려
고령화·인력 부족의 구조적 문제에 직면한 농업, AI·로봇·자율주행·비전 기술 연구자들이 의기투합
딸기·오이에 집중해 로봇 파견하는 ‘영농 대행’ 서비스 준비…기존 인력 운영비의 70~80%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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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파머스는 농업의 고령화와 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나선 스타트업이다.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업 현장의 현실을 반영해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로 ‘메타파머(metaFarmer)’라는 AI 기반 농업 로봇과 원격 제어 농작업 소프트웨어 ‘탭파머스(tapFarmers)’를 개발했다.
테크42와 만난 메타파머스의 이규화 대표는 “농업은 단순 반복 작업이 많지만, 농장마다 환경이 다르고 작물도 비정형적인 경우가 많다”며 “이 복잡한 현실을 로봇이 학습하고 적응할 수 있어야 자동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자사 기술의 본질을 ‘현장 맞춤형 해법’이라고 털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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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파머스의 ‘메타파머’ 로봇 하드웨어의 핵심은 엔드이펙터(End Effector, 작업용 손가락)다. 메타파머스는 딸기, 오이 등 각 작물의 섬세한 수확을 가능하게 하는 엔드이펙터를 다양하게 개발했다. 또 소프트웨어인 ‘탭파머스’는 농장 환경을 AI가 수집해 빠르게 최적화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이는 웹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용자가 어디서나 로봇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게 개발 되고 있다. 원격 작업을 통한 효율성 극대화가 핵심이다. 이러한 기술력은 초기 스타트업인 메타파머스를 단기간에 국내 농업 로봇 자동화 분야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게 했다.
“사람 대신 로봇이 농사를 짓는 시대를 선도 할 것”이라는 비전을 밝히는 이규화 대표의 당찬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메타파머스는 이미 자체 구축한 수직 농장을 통해 스마트팜과 로보틱스 기술을 결합해 수확, 수분, 모니터링까지 자동화하는 농업 솔루션을 실증하고 있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라는 말이다. 로봇 농부가 더 이상 공상과학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내고 있는 메타파머스, 그리고 이규화 대표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봤다.
연구실에서 착안한 아이디어, 3년만에 상용화 앞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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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연구실에서 출발한 메타파머스는 창업 만 3년을 앞둔 지금, 실질적인 기술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며 본격적인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초기엔 토마토 수확 로봇 개발을 통해 프로토타입을 완성했고, 이 기술력을 기반으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등으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이후 지난 2023년에는 팁스(TIPS) 프로그램에 선정돼 기술 고도화를 위한 R&D를 본격화했다. 이 대표는 “상용화 직전 시제품이 완성됐고, 현재는 PoC(기술검증) 단계”라며 말문을 열었다.
“토마토로 프로토타입을 시도했고, 시장성 측면에서 딸기가 유리하다고 판단해 이후에는 딸기 작물을 대상으로 한 로봇 상용화에 집중했어요. 현재는 PoC와 함께 다음 딸기 수확 시즌에 맞춰 두 번째 모델을 구성하고 있죠.”
진행 상황을 이야기하는 이 대표의 표정에서 기대감이 느껴졌다. 그런데 스마트팩토리를 연구하던 연구자들이 돌연 농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뭘까? 잠시 맥락을 벗어난 질문에 이 대표는 익숙하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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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현대화된 농업 시설이 공장과 닮은 부분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특히 스마트팜이나 현대화된 비닐 하우스의 경우 바닥도 평탄화가 잘 돼 있고 재배 방식에 따라 아예 바닥을 콘크리트로 만들어 놓은 곳도 있죠. 작업 방식도 공장과 같이 굉장히 반복적라는 공통점이 있고요. 특히 수확 작업은 거이 매일 이뤄지더군요. 1년이면 1평(3.3㎡)에서 100kg가량의 작물이 생산된다고 해요. 그런 것을 알아가며 제가 연구했던 공장과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됐죠.”
그러한 관심은 반복적인 현장 답사로 이어졌다. 직접 농업 현장을 찾고 농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방향성은 더욱 명확해 졌다고. 이 대표는 “농작업의 고충을 듣고 눈으로 보면서 농업 현실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당장 해결해야 하는 굉장히 큰 문제로 다가왔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농촌은 평균 연령도 높아요. 그래서 실제 작업하는 분들을 보면 이미 100% 외국인 노동자들로 돌아가고 있어요.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 분들 조차도 인력 수급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거죠. 더구나 생산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보며 우리나라의 식량 안보, 그리고 농업인의 생계 문제가 당장 해결해야 할 큰 문제로 와 닿았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 문제를 풀어 낼 수 있겠다 싶더군요. 기술적인 부분은 이미 스마트팩토리 연구를 통해 많이 해 놓은 상황이라 도전해 볼만하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농업 분야에 뛰어 든 거죠(웃음).”
그렇게 메타파머스는 현재 딸기 수확과 인공수분이 가능한 로봇, 생육 모니터링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상용화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러한 메타머스의 로봇 시스템은 단순 수확 로봇이 아닌 AI 기반 통합 플랫폼으로, 농작물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작업을 자동 제어하는 기능까지 갖춘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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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인 완성도를 듣던 와중에 또 다른 문제가 우려됐다. 아직 로봇에 익숙하지 않은 농업인들에게 어찌보면 메타파머스의 로봇은 커다란 장난감처럼 보일 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 손으로 일하던 것이 익숙한, 보수적인 분야에서 성과를 직접 확인하지 못한 기계에 섣불리 돈을 쓰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 대표는 이 역시도 이미 예상했다는 듯 ‘영농 대행’ 서비스를 언급했다. 메타파머스는 단순 로봇 판매가 아닌 ‘영농 대행’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로봇과 작업자를 함께 농장에 투입해 기존 인력 운용비의 70~80% 수준으로 수확과 수분을 대행하는 방식이다.
“향후 2년 정도는 저희가 작업자와 AI 로봇을 함께 파견해서 작업을 대행해 주는 방식으로 로봇의 효용성을 알리려 해요. 농장주 분들 입장에서는 어찌됐든 작업이 진행 되는 것을 보실 수 있으니 나쁠 것이 없죠. 저희 역시 수익도 생기고 데이터를 비롯해 여러가지 확보할 수 있는 노하우를 얻을 수 있으니 양쪽 모두 득이 될 거라고 보고 있어요. 이후에는 AI 로봇의 렌탈과 판매를 진행할 예정인데 가격 기준은 무조건 사람 작업 비용의 절반 정도로 맞출 생각이예요.”
매년 새로운 모델 선보이며 다양한 작물에 도전할 것
“기술 발전 속도가 저희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요. 따라서 저희도 자체 연구 개발 외에 학계에 공유되는 신기술을 계속 체크하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농민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작업이 수확과 분류인데요. 실제로 이 두 작업이 전체의 60~70%에 해당되죠. 저희는 이 두 작업을 자동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 이후에는 적엽이라고 하는 입을 떼는 작업, 적화라고 하는 꽃을 떼는 작업 등도 가능하도록 연구개발 중입니다. 또 연간 약 8700억원 정도가 농민들의 농기계 구매 지원금으로 편성돼 있는데, 저희 로봇 구매에도 혜택을 받으실 수 있도록 농업 기관들과 아직 기준이 없는 농업 AI 로봇 지원에 관련된 협의도 진행해 보려고 해요.”
이 대표의 말처럼 농업 자동화 분야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 중인 시장이다. 그렇다고 진입장벽이 낮은 것은 아니다. 작물은 형태가 다양하고 환경 변화도 심한 까닭에, 기존 제조 로봇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내수 시장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인 탓에 스타트업 입장에서 글로벌 진출은 필연적이다. 메타파머스는 글로벌에서도 충분히 통할 기술력을 구축했다고 자신한다. 핵심은 ‘환경 적응성’과 ‘정밀 제어 기술’이다. 이 대표는 “메타파머스가 만든 로봇은 단순히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닌, 로봇이 스스로 농장 환경에 적응하고, 점차 ‘숙련된 작업자처럼’ 행동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며 기술적 특장점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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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메타파머스의 로봇은 농장에 투입된 이후 며칠간 데이터를 학습하며 작물의 위치, 조도, 습도, 품종 특성을 반영한 작업 알고리즘을 스스로 최적화한다. 이러한 적응형 AI 덕분에 농장마다 다른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두 번째 차별점은 고난이도의 엔드이펙터 기술이다. 수확 작업의 핵심은 과실을 손상시키지 않고 정확히 파지하는 것이다. 메타파머스는 의료 로봇에서 사용하는 미세 조작 기술을 차용해, 딸기처럼 연약한 작물도 건드리지 않고 수확할 수 있는 그리퍼를 개발했다. 이 대표는 “카메라를 통해 2차원으로 인식되는 작물의 상태를 3차원으로 변환하고, 장애물을 회피하는 수확 경로를 짜서 그에 맞춰 세밀한 수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메타파머스는 농작업 원격 제어 솔루션인 ‘탭파머스’를 통해 로봇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것을 넘어 모니터링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단순 원격 조작을 넘어, AI가 수집한 생육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물의 수확 시점 예측, 기형과 판별, 병해충 예찰까지 가능한 시스템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시스템은 완성 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충분한 데이터 양을 확보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중”이라며 곧 적용될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이 대표는 “자율주행 트랙터나 파종기처럼 넓은 범위의 기계 자동화와 달리, 메타파머스는 ‘농작물을 선택적으로 수확하는 정밀 작업’에 초점을 맞췼다”고 기술적 자신감을 드러내면서도 “이제 막 시장이 열리는 상황에서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하길 바란다”는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농작물 수확에 초점을 맞춘 기술 면에서는 국내에서 저희 경쟁사라고 볼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선택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농업 자동화 분야는 이제 막 커져나가고 있는 중이고, 저희를 비롯해 더 많은 분들이 계속 참여를 하고 있는 흐름은 굉장히 좋다고 봅니다. 일단 시장의 파이가 커져야 저희도 경쟁을 해서 더 큰 목표를 이룰 수 있으니까요(웃음).”
메타파머스가 그리는 농업의 미래는?
메타파머스가 초기 테스트를 진행한 토마토 대신 더 다루기 쉽지 않은 딸기 수확 로봇 상용화를 우선한 이유는 역시 기술력이다. 가장 난이도가 높은 작물부터 성공하면 이후 확장은 더 쉽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 이 대표는 “동탄에 자체 구축한 수직 농장 쇼룸을 통해 일본, 유럽, 캐나다 등의 바이어들에게 AI 로봇을 소개하고 수출을 협의 중”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메타파머스가 해야 할 일이 차고 넘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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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의 수직 농장은 약 35평 규모로 구축돼 있어요. 5단, 3m까지 모두 로봇으로 작업하는 수직 농장이죠. 여기서 1년 내내 AI 로봇이 농작물을 재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최근에는 벨기에·영국·멕시코 등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해외 바이어들과 접촉하면서 농업 자동화라는 분야가 굉장히 넓고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저희가 지금 시도하는 딸기, 오이는 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해요. 한 번은 중동에 갔더니 대추야자를 수확해 달라고 하시더군요(웃음). 인도에서는 사탕수수 수확 로봇이 필요하다고 하고요. 나라마다 환경과 작물, 작업 종류가 굉장히 다양한 거죠. 저희는 이 모든 농작업의 자동화를 고민 중이예요. 그런 점에서 최근 일론 머스크가 말한 ‘지속 가능한 풍요’ 메시지에 굉장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사람 대신 로봇이 농사를 짓는 시대를 선도한다’는 메타파머스의 비전을 재차 언급했다. 현재의 노력은 그와 같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는 메타파머스에게 가장 중요한 한 해로 기록될 듯하다.
“올해 말부터 영농 대행 로봇 서비스 모델을 운영할 계획이예요. 저희 사업이 성공하는 것도 좋지만 보다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나라 농민 분들이 저희 기술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예요. 그것이 올해 저희의 가장 큰 마일스톤입니다. 그런 점에서 올 한 해는 실제 농장에 상용화 AI 로봇이 도입되는 사례를 만들고 지자체와 협력 모델을 만드는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저희 사업 모델에 대해 관심이 있는 지자체는 언제든 연락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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