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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틴 화이트헤드 QIC 파트너 “보호 무역주의 강화 흐름... 에너지 인프라 투자할 때”

조선비즈 권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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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틴 화이트헤드 QIC 파트너 “보호 무역주의 강화 흐름... 에너지 인프라 투자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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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즐랜드투자공사(QIC)가 투자한 벨기에 브뤼셀공항(왼쪽)과 호주 멜버른항. /QIC 제공

퀸즐랜드투자공사(QIC)가 투자한 벨기에 브뤼셀공항(왼쪽)과 호주 멜버른항. /QIC 제공



“지정학적 위기부터 ‘관세 전쟁’까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 인프라 투자의 매력이 커집니다. 인프라 자산에 투자하면 배당을 통해 안정적 현금 흐름을 만들어 방어 전략을 세우기 유리하지요.”

커스틴 화이트헤드(Kirsten Whitehead) 호주 퀸즐랜드투자공사(QIC) 인프라 부문 파트너는 “인프라는 규제로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은 자산인 만큼 인플레이션 헤지(Hedge·위험 회피) 기능을 하고 물가 상승을 계약에 녹여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그는 에너지 인프라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호무역주의가 커지는 흐름 속에서 각국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열풍이 분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는 충분한 전력 공급망을 갖췄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프라 자산의 특성상 장기 투자가 필요하고, 특정 분야·지역에 쏠리지 않도록 분산투자하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지난 20일 화이트헤드 파트너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나 인프라 투자 시장의 전망과 전략을 들었다.

호주 퀸즐랜드 주(州)정부가 설립한 자산운용사 QIC는 퍼시픽 에너지를 비롯해 21개 인프라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15개는 호주 내 인프라 등이고 나머지는 미국의 에너지 인프라와 벨기에 브뤼셀 공항 등이다. 인프라 부문 운용자산(AUM) 규모는 250억달러(약 35조원)다.

화이트헤드 파트너는 퀸즐랜드대와 뉴사우스웨일스 법학대학원에서 상학·법학을 공부하고 2010년 초 QIC에 합류했다. QIC 인프라 부문에서 자산관리와 대형 공통 투자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있다.


커스틴 화이트헤드(Kirsten Whitehead) 호주 퀸즐랜드투자공사(QIC) 인프라 부문 파트너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QIC 제공

커스틴 화이트헤드(Kirsten Whitehead) 호주 퀸즐랜드투자공사(QIC) 인프라 부문 파트너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QIC 제공



다음은 일문일답.

─QIC가 진행한 인프라 투자의 대표적인 성과는.

“호주 최대 분산형 에너지 공급업체인 ‘퍼시픽 에너지’ 사례다. QIC는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호주는 국토 면적은 미국만큼 넓은 데 인구는 2700만명 수준이다. 이런 환경 때문에 중앙집중형이 아니라 분산형 에너지 발전 시스템이 발달했다. 또 호주 연방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 생산의 82%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퍼시픽 에너지는 에너지 인프라 설계부터 발전·공급까지 두루 역량을 갖춰 투자를 결정했다."

─퍼시픽 에너지 투자 성과는 어떤가.

“인수 당시 기대 수익률을 웃돌고 있다. 퍼시픽 에너지 기존 사업에 다양한 발전원을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사업과 원격에서 조정·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사업을 덧붙였다. 또 평균 공급 계약 기간도 4년에서 10년으로 늘려 안정성을 강화했다. 처음 퍼시픽 에너지에 투자했을 때 발전원 중 재생에너지 비율은 2%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70%까지 커졌다. 궁극적으로 발전원 99%를 재생에너지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에선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비싸고, 기상 조건에 따라 발전량 차이도 크다.

“호주는 국토 면적이 넓고 일조량이 풍부해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높다. 에너지원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설이 뒷받침돼야 한다. 호주도 앞으로 지금의 7배가량 ESS 설비를 확대해야 한다. 호주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도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한국도 정부나 민간이 홀로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갖출 수는 없는 만큼, 협력 체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할 것 같다. 정부와 민간의 협업을 통해 재생에너지원의 경제성과 안정성을 충족할 수 있다.”

퀸즐랜드투자공사(QIC)가 투자한 호주 원격 전력 공급업체 퍼시픽 에너지의 발전단지. /QIC 제공

퀸즐랜드투자공사(QIC)가 투자한 호주 원격 전력 공급업체 퍼시픽 에너지의 발전단지. /QIC 제공



─최근 데이터센터 투자에 인기가 높다. 일각에선 공급 과잉 우려도 나온다. 이를 어떻게 보나.

“여전히 데이터센터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인프라 투자 자산이다. 다만 시장 역학이 변했다. 데이터센터라고 무조건 투자할 것이 아니라, 대형 사업자들이 입주해 활용할 수 있는 전력망을 갖췄는지를 우선 살펴봐야 한다.


데이터센터는 에너지 사용량이 크기 때문에 이를 감당할 발전원과 연결돼 있는지가 중요하다. 데이터센터 사업 모델에서 비용 중 전력비가 15~20%를 차지한다. 최근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이 일부 지연되는 가장 큰 원인도 수요 부족때문이 아니라 전력망, 발전 시설 등의 구축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에 투자할 때 계획대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인프라 자산에 투자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장기 시계열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산 가치의 탄력을 줄 수 있는 테마들이 무엇인지를 살펴야 한다. 탈(脫)탄소, 탈중앙화 등이 대표적이다. 또 인프라 자산이 특정 지역의 기간 산업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 지역에 쏠리기보다 다각화하는 것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보탬이 된다."

─특히 인프라 투자하기에 좋은 지역을 꼽는다면 어딘가.

“단연 호주다. 호주에 엄청난 기회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투명성, 회복력이 있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한데, 호주가 그런 매력이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호주는 인프라 분야 투자를 시작한 지 40년이 넘었고, 한국 기업도 호주 자산에 직접 투자를 많이 한 만큼 관계도 형성돼 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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