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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의혹 구글, '뮤직' 뺀 요금제 출시로 제재 피한다

머니투데이 세종=박광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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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의혹 구글, '뮤직' 뺀 요금제 출시로 제재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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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한일 과거 논하지만 현재·미래 협력 저해 않도록 관리"
(종합)

음원플랫폼 앱 MAU(월간활성이용자수) 추이/그래픽=이지혜

음원플랫폼 앱 MAU(월간활성이용자수) 추이/그래픽=이지혜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던 유튜브 운영사 구글이 제재를 피하는 대신 자진 시정방안을 시행한다.

문제가 된 유튜브 뮤직을 빼고 광고없이 유튜브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상품을 국내에도 출시하기로 했다. 구글은 또 300억원 상당의 상생방안을 마련, 소비자 후생 증진과 국내 음악 산업 및 아티스트, 크리에이터 지원 활동에도 나선다.


공정위,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의혹 구글 동의의결 절차 개시

공정위는 △구글 LNC(미국) △구글 아시아 퍼시픽 PTE LTD(싱가포르) △구글코리아 유한회사(대한민국) 등 구글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이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동의의결이란 사업자가 스스로 소비자 피해 구제 등 시정방안을 제시하고 공정위가 이해 관계인 등과 의견 수렴을 거쳐 그 방안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빠르게 종결하는 제도다.


구글은 유튜브 동영상 서비스와 유튜브 뮤직 서비스가 결합된 '유튜브 프리미엄' 상품과 유튜브 뮤직 단독 서비스인 '유튜브뮤직 프리미엄' 상품만을 판매했다. 광고 없이 유튜브 동영상을 볼 수 있는 단독 상품은 판매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의혹이 제기됐고 공정위는 2023년 2월부터 조사에 나섰다. 구글의 이같은 행위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멜론 등 국내 다른 음원 스트리밍 사업자들의 영업활동을 방해해 경쟁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구글은 공정위의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격)를 송부받은 뒤 지난달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구글은 자진시정안에 기존 '유튜브 프리미엄' 상품에서 유튜브 뮤직 서비스를 뺀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비음악 영상 콘텐츠를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상품으로 현재 독일과 멕시코,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영국, 호주, 캐나다, 태국에서 서비스 중인 상품이다.

유튜브 뮤직 없는 동영상 서비스만을 구매하기 원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유튜브 프리미엄'과 '유튜브뮤직 프리미엄' 상품도 유지되는 만큼 기존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소비자들은 그대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구글은 시정방안에 더해 신규 구독상품과 연계한 소비자 후생 증진 및 국내 음악 산업, 아티스트 지원을 위한 상생방안도 시행하겠다고 공정위에 제시했다.


구글은 상생방안 실행을 위해 300억원 상당을 지원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사건의 성격과 구글이 제시한 시정방안의 거래질서 개선 및 소비자 선택권 확대 등 공익성, 예상되는 제재 수준과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 시정방안 및 상생지원 방안을 구체화 해 잠정 동의의결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 및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최종 동의의결안을 전원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동의의결 절차로 실리 챙긴 공정위

김문식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구글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와 관련하여 신청한 동의의결절차 개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김문식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구글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와 관련하여 신청한 동의의결절차 개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이번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두곤 공정위가 실리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통상 압력을 피하는 동시에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국내 음원산업 보호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이 공정위에 동의의결 신청 의사를 전달한 건 지난 2월이다. 구글은 이후 내부 논의 과정 등을 거쳐 지난달 공정위에 공식적으로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이 시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신정부가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 등 통상 압력을 가하던 시기다. 실제 미국은 지난 3월 말 공개한 '2025년 국별 무역장벽(NTE) 보고서'에서 한국의 비관세장벽 21건을 지적했다. 여기에는 한국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도 포함됐다. 지난해 보고서엔 없던 내용이다.

자국 기업을 규제하지 말란 게 미국 측 요구의 본질이란 분석이다.

구글의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미국의 통상 압박과 연결지어 해석해야 한단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정위의 구글 제재를 고리로 미국 측이 향후 통상 협상에서 한국을 압박해 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공정위는 이번 동의의결 절차가 미국과의 통상 이슈와 관련 없다는 입장이다. 다른 동의의결 사건과 마찬가지로 구글건 역시 통상의 동의의결 개시요건 등을 따져 독립적으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김문식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번 사건은 통상 이슈와 관련이 없다"며 "(구글의 동의의결) 신청 내용이 공정거래법상 동의의결 절차 개시 요건을 충족했는지 여부를 판단해 개시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는 사업자가 동의의결을 신청하는 경우 국내외 사업자간 차별 없이 법령 요건 충족 여부를 심의해 개시 여부를 걸정해왔다"고 말했다.

대신 공정위는 동의의결로 국내 음원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의의결 절차가 의견수렴 과정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되면 현재 미국 등 9개 나라에서만 서비스 중인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상품을 국내 소비자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유튜브 뮤직을 빼고 광고 없이 유튜브 동영상만 보고 싶은 소비자들은 지금(1만4900원)보다 저렴한 가격에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전망이다. 구글은 현재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상품을 미국, 독일, 영국, 브라질 등 9개 나라에서 월 1만~1만3000원 수준에서 판매 중이다.

공정위는 앞으로 한 달간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및 관계기관 협의 등을 거쳐 구글과 협의해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상품의 국내 판매 가격 및 출시 시기를 확정한단 계획이다.

이번 동의의결은 국내 음원 서비스 시장의 거래질서를 신속히 바로 잡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김 국장은 "온라인 플랫폼 사건 같은 경우에는 기술 변화나 수요,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시정명령을 부과하더라도 소송 절차 등으로 인해서 시정명령이 지연되면 경쟁 사업자가 퇴출되거나 1위 사업자의 지위가 공고화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시정명령을 부과하더라도 그 실익이 없어질 수 있다. 시장 여건 변화로 시정명령의 내용이 현실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공정위가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통해 구글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동의의결 제도가 기업에 면죄부를 주거나 봐주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동의의결 절차가 개시되려면 공정거래법상 엄격한 절차를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담합 행위나 검찰 고발 대상 행위는 동의의결 절차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담합이나 고발 대상 행위가 아니라도 신청인이 제시한 시정방안과 상생방안이 공정위가 조사 중인 행위를 법 위반으로 전제할 경우 예상되는 제재 수준과 균형을 이뤄야 한다. 이번에 구글이 제시한 300억원 규모의 상생방안이 공정위가 제재 절차를 밟았을 때 예상되는 과징금 규모에 상응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동의의결 절차가 개시됐다 하더라도 향후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 과정에서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

사례도 있다. 실제 공정위는 2023년 6월 삼성전자에 갑질을 한 혐의를 받는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에 대한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했지만 이후 동의의결안이 삼성전자의 피해를 메꾸기에는 부족하다며 최종적으로 동의의결을 기각한 바 있다.

김 국장은 "(구글의 경우에도)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과정에서 거래질서 회복 등에 미흡한 것으로 평가될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동의의결이 기각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 활용 늘리는 공정위

사진제공=뉴스1

사진제공=뉴스1


한편 공정위는 최근 동의의결 절차 활용 빈도를 높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브로드컴의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에 대한 자사 시스템반도체 부품 사용 강제 △카카오의 '카카오톡 선물하기' 입점 납품업자에 대한 무료배송 강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입점업체에 대한 최혜대우 요구 및 무료배달 강제 △편의점 4사(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납품업체에 대한 갑질 건 등의 동의의결이 확정 또는 진행 중이다.

2011년 동의의결 제도가 도입된 이후 연평균 약 2건 정도의 동의의결 신청이 이뤄졌던 것을 고려하면 예년보다 많은 동의의결 절차가 진행 중인 셈이다.

일각에선 동의의결이 기업 봐주기란 비판도 나오지만, 장기간 행정소송 등을 하지 않아도 되고 사건을 이른 시일 내 마무리지을 수 있어 공정위도 반기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공정위 제재가 끝까지 진행될 경우 국고에 귀속되는 과징금 등 제재와 달리 피해자나 피해시장을 직접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실제 배달앱들이 최근 공정위에 신청한 동의의결 역시 동의의결안에 내수 경기 침체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상생방안이 담길 것이란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동의의결은 또 공정위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제재 이후 장기간 소송전 가능성을 차단하는 장점이 있다.

실제 공정위는 2021년 구글의 안드로이드 OS 탑재 강제 사건과 관련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249억여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이에 반발한 구글이 소송을 걸면서 현재 4년째 소송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해외 경쟁당국도 최근 동의의결 활용을 늘리는 추세다.

예컨대 EU(유럽연합) 경쟁당국은 지난해 7월 아이폰에 애플페이뿐 아니라 삼성페이나 구글페이도 구동될 수 있도록 애플에 대한 동의의결을 진행했다. 아마존에 대해선 입점업체의 비공개 데이터를 아마존이 PB(자체브랜드) 상품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동의의결을 이용했다. 미국 역시 구글이나 인텔의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에 대해 동의의결 제도를 활용한 바 있다.

그렇다고 모든 기업이 동의의결 절차를 밟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담합이나 고발 대상 행위의 경우 애초에 동의의결 대상이 아니고 피심인 측이 제시한 동의의결안이 소비자 및 피해당사자 피해 구제 등에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공정위가 동의의결 신청을 기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국장은 "그간 공정거래법 사건에서 동의의결 제도가 활용된 통계를 살펴보면 총 18건의 동의의결 신청이 있었고 이 중 9건이 인용되고 9건이 기각됐다"며 "(동의의결 제도가) 기업 봐주기나 면죄부라는 것은 오해"라고 밝혔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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