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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계정으로 '당근 사기 글'…"알고도 말 못 해요" 10대의 눈물

머니투데이 김미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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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계정으로 '당근 사기 글'…"알고도 말 못 해요" 10대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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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학교폭력 실태조사/그래픽=이지혜

2025 학교폭력 실태조사/그래픽=이지혜



#"너 노량진역에 있는 거 다 보여. 가깝네, 당장 튀어와."

고등학생 A양은 B양에게 위치 추적 앱을 설치하라고 강요했다. A양은 앱을 통해 B양의 실시간 위치를 확인한다. 학원에 가거나 집에 있을 때에도 A양의 감시망을 피할 수 없다. 지도 앱으로 이동 소요 시간을 계산한 뒤 시간 내에 오지 않으면 "내일 학교에서 보자"며 협박했다. (※푸른나무재단 학교폭력 피해 신고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한 사례)

학교폭력의 본거지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다. 22일 학교폭력 예방 NGO 푸른나무재단에 따르면 위치 추적, SNS, 중고거래 등 앱을 악용한 신종 사이버 학교폭력 피해 사례가 연이어 접수되고 있다.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의 김석민 학교폭력SOS센터 과장은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위치 추적 앱을 연동해서 마치 노예처럼 부리는 상황"이라며 "각각의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순기능이 있는데도 청소년 이용자들 사이에서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 메시지 서비스를 악용한 사이버 학교폭력 사례도 있다. 'NGL'은 인스타그램 스토리 등 SNS(소셜미디어) 계정에 링크를 게시하면 상대방이 익명의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앱이다.

피해 학생 C양(17)은 "온라인에서 커뮤니티에서 혐오성 유행어가 매년 생기고 성희롱성 저급한 표현을 개그처럼 쓴다"며 "릴스나 숏폼 콘텐츠로 배워서 익명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도 피해 학생을 괴롭히는 수단으로 악용된다. 피해 학생의 계정 정보를 요구하고 해당 계정으로 사기 판매하는 방식이다. 통상 가해 학생은 피해 학생의 계정으로 판매 게시글을 올린 뒤 구매자로부터 돈을 편취하고 물품을 전달하지 않는 사기를 저지른다.


이런 사이버 학교폭력 피해 학생 2명 중 1명꼴로 자살·자해 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푸른나무재단은 이날 서울 서초구 재단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5 학교폭력 실태조사 및 21대 대선후보 정책 제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18일부터 지난 2월24일까지 전국 17개 시·도 초중고교 재학생 1만2002명과 학부모 5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3.1%가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를 경험한 학생 17%는 사이버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응답 비중 15%보다 다소 높아졌다.

사이버 폭력 피해는 부작용도 크다. 피해 유형별 자살·자해 충동 경험률을 보면 사이버 폭력 피해 학생의 47.5%가 충동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사이버 폭력 가해 학생 10명 중 8명은 "가해 후 플랫폼에서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이현수 기자 lhs1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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