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바이브·위트있는 가사로 풀어낸 올드 스쿨 힙합
초동 판매량 44만 장 돌파·4연속 美 '빌보드 200'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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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원하모니는 지난 8일 미니 8집 'DUH!'를 발매하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멤버들은 자신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멋있는 우리가 필요 없다고?"라고 반문하며 파업을 선언한 여섯 영웅의 이야기를 위트 있게 풀어냈다. /FNC엔터테인먼트 |
[더팩트|박지윤 기자] 익숙한 올드스쿨도 피원하모니(P1Harmony)가 하면 새롭다. 히어로 콘셉트 안에서 끊임없는 변주를 통해 자신들의 영역을 견고하게 다진 이들은 이유 있는 자신감을 장착한 채 파업을 선언한 여섯 영웅이 되며 정석의 힙합을 자신들만의 색깔로 신선하게 풀어냈다. 그야말로 보법이 다른 'DUH!(더!)'다.
피원하모니(기호 테오 지웅 인탁 소울 종섭)는 지난 8일 미니 8집 'DUH!'로 8개월 만에 컴백했다. 이들은 히어로가 느끼는 슬픔과 공허함으로 영웅의 이면을 조명했던 전작 'SAD SONG(새드송)'과 달리 자신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멋있는 우리가 필요 없다고?"라고 반문하며 파업을 선언한 여섯 영웅이 돼 기분 좋은 건방진 바이브로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타이틀곡은 앨범명과 같은 'DUH!'다. 이는 '당연하지' '그걸 왜 물어봐?' 등의 의미를 갖고 있는 영어 표현으로, 상대방이 너무 명백하고 뻔한 말을 했을 때 장난스러우면서도 귀엽게 답하는 뉘앙스를 가진 말이다. 이를 곡 제목으로도 내세운 피원하모니는 정의롭고 겸손한 기존의 히어로와 달리 '내가 앉는 자리, 내가 걸어가는 길이 답'이라고 자신들을 과시하며 이러한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위트있게 표현했다.
'DUH!'는 90년대 올드 스쿨 힙합 장르로 에너지 넘치는 드럼 사운드와 빈티지한 비트가 주는 레트로한 매력 위에 레이백 그루브의 보컬이 돋보이는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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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은 파업을 선언한 영웅들의 자신감 넘치는 에티튜드를 최대한 살리는 발성과 톤으로 끝까지 지치지 않는 텐션을 유지하고, 기존보다 더 새롭고 힙한 느낌을 더한 퍼포먼스를 완성했다. /FNC엔터테인먼트 |
도입의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단숨에 귓가를 사로잡고 R&B 감성의 소울풀한 기호와 부드러우면서도 독특한 테오의 음색, 인탁과 종섭의 개성 넘치는 랩 그리고 중심을 잡는 지웅의 깔끔한 보컬과 랩이 조화를 이룬다. 이들은 잘 부르거나 잘생기게 보이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파업을 선언한 영웅들의 자신감 넘치는 에티튜드를 최대한 살리는 발성과 톤으로 끝까지 지치지 않는 텐션을 유지한다.
특히 종섭의 'DUH하거나 빼기 가위바위보 내기' '묶음 상품들에 군중은 홀려/찌는 던져졌고 물고기 떼는 몰려/빠르게 매진되는 가판대 위 아니 밑바닥에서 우리는 값을 올려'라는 묵찌빠로 삼행시를 짓는 가사나 인탁의 'Potayto potahto/Tomayto tomahto/비스무리하잖아'라는 유니크한 플로우 라인 등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피원하모니의 자유분방함을 최대치로 올리며 묘한 중독성을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처음으로 올드 스쿨 힙합을 선택한 피원하모니는 개성 강한 스타일링으로 유니크함을 더했고, 기존보다 더 새롭고 힙한 느낌을 더한 퍼포먼스를 완성하며 무대 위에서 제대로 놀고 있다. 인탁의 아이디어로 완성된 익살스러운 포인트 안무와 멤버마다 소화하는 느낌이 다른 동작들은 보는 재미를 확실하게 보장한다. 여기에 소울은 마지막 후렴에 힘차게 나와 뛰어난 실력의 프리스타일 댄스로 좌중을 압도하는 상당한 존재감을 발산해 짜릿함까지 안긴다.
신보에는 타이틀곡을 비롯해 우리를 바라봐주는 팬들의 색에 물들어 가겠다는 'Pretty Boy(프리티 보이)'와 90년대 R&B 힙합이 결합된 묵직한 분위기의 'Murmur', 우리가 남들과 다른 이유를 그려 낸 'Flashy(플래시)', 위협에 맞서는 각오와 패기를 드러낸 'Over And Over(오버 앤드 오버)', 실험적인 보컬이 눈에 띄는 'Work(워크)'까지 총 6곡이 담겼다.
데뷔 때부터 음악 퍼포먼스 콘셉트 비주얼 등 앨범을 이루는 모든 부분에 의견을 내며 팀의 정체성을 주체적으로 만들어갔던 피원하모니답게 이번에도 높은 참여도를 자랑한다. 먼저 리더 기호는 전반적인 앨범 제작에 참여해 디테일한 의견들을 내며 개성 강한 스타일링으로 유니크한 매력을 더했다.
또한 인탁과 종섭은 전곡 작사에 참여했고 지웅은 세 곡의 작사·작곡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기호는 'Pretty Boy' 작곡에 참여했고 종섭은 'Work' 작곡 크레딧에도 이름을 올리며 한층 더 탄탄해진 음악적 역량을 입증했다. 특히 쉬어 가는 구간 없이 짙은 힙합의 멋을 다양하게 풀어내며 팀의 세련된 바이브를 드러냄과 동시에 멤버들의 각기 다른 색채와 에너지를 담았다는 점이 가장 흥미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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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원하모니는 초동 판매량 44만 장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고, 'DUH!'로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23위를 차지하며 4연속 해당 차트에 진입하는 쾌거를 거뒀다. /FNC엔터테인먼트 |
'이지 리스닝'이 대세로 떠올랐지만 잘 짜인 세계관이 K팝 아이돌에게 필수 요소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기에 데뷔한 피원하모니는 영화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을 선보이며 아이돌 그룹 최초로 세계관을 영화화한 프로젝트로 가요계에 출사표를 낸 팀이다.
그렇게 피원하모니는 '부조화(DISHARMONY)' 3부작과 '조화(HARMONY)' 3부작을 선보이며 어려움이나 악당에 맞서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 세계관 확장에 나섰지만, 이후 정규 1집 '때깔 (Killin' It)'과 'SAD SONG' 그리고 'DUH!'까지 단편적인 세계관을 선보이며 길의 목표는 같지만 가는 방법에 변주를 줬다.
멤버들은 히어로를 전개 장치로 삼아 세계관을 이어가면서도 매 앨범에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내며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는 것. 이러한 행보는 대중의 진입장벽을 낮춤과 동시에 스스로도 얽매이지 않고 더 자유롭게 곡을 만들며 그룹의 정체성을 영리하게 확립해 나가는 이들의 센스를 확인시켜 준다.
그 결과 계단식 성장을 일궈온 피원하모니는 익숙한 힙합 장르를 자신들의 세계관으로 신선하게 풀어낸 'DUH!'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이번 앨범은 발매 다음날 아이튠즈 미국∙영국∙일본∙캐나다∙필리핀 등 8개 지역 KPOP앨범 차트에서 톱3, 태국∙필리핀∙뉴질랜드 3개 지역 POP앨범 차트에서 톱10을 기록한 데 이어 초동(발매 후 일주일) 판매량 44만 3108장으로 전작 'SAD SONG(새드 송)'보다 10만 장 이상 증가한 수치를 보여줬고 음악방송 1위도 거머쥐었다.
이에 힘입어 'DUH!'는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23위를 차지했고, '월드 앨범' 1위를 비롯해 '인디펜던트 앨범' '톱 앨범 세일즈' '톱 커런트 앨범 세일즈' 3위에 랭크됐고, 피원하모니는 '아티스트 100' 19위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미니 6집 'HARMONY : ALL IN(하모니: 올 인)'으로 '빌보드 200'에 51위로 처음 진입한데 이어 '때깔 (Killin’t It)' 'SAD SONG' 'DUH!'까지 네 작품 연속 빌보드 메인앨범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며 글로벌 차트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아직 피원하모니가 대중성을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여섯 멤버가 가진 각기 다른 매력과 역량을 조화롭게 이뤄내고 그룹명이 곧 정체성이 되는 입지를 다지면서 눈에 띄게 팬덤 규모를 늘려가고 있는 건 확실하다.
활동 기간만큼 여유와 경험이 쌓이면서 늘 상상 이상의 작업물을 내놓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늘 가보지 않은 길을 택하는 우직한 도전 정신이 깃들어 있는 멤버들이다. 그렇게 계속 전형적인 틀을 깨나가고 예측할 수 없는 신선한 선택을 하고 있기에 파업을 선언한 영웅에 이어 앞으로 또 어떤 공식을 깨부술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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