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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바오 NOW]'손흥민 응원단장'과 반 미쳐 응원한 토트넘의 절규가 통했고 맨유 팬들은 썰물처럼 사라졌다

스포티비뉴스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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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바오 NOW]'손흥민 응원단장'과 반 미쳐 응원한 토트넘의 절규가 통했고 맨유 팬들은 썰물처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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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빌바오(스페인), 이성필 기자] 우승하는 팀이 모든 것을 다 가져간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토트넘 홋스퍼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던 밤이었다.

토트넘에 '축구 성지'가 될 스페인 빌바오의 에스타디오 산 마메스, 2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2024-25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은 무관을 날리기 위해 모든 역량을 뿜어낸 축제의 장이었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전인 1960-61 시즌이 마지막 리그 우승인 토트넘이다. FA컵은 1990-91, 리그컵은 2007-08 시즌이 마지막이다. UEL은 전신인 UEFA컵인 1983-84 시즌이다.

우승에 목이 마르고도 남을 토트넘 팬들은 남측 관중석과 동측, 서측 관중석 절반을 정확히 다 메웠다. 맨유 팬들이 구단 깃발을 흔들며 다소 얌전하게 응원했다면, 토트넘 팬들은 악에 받친 느낌이었다.

이미 경기 시작 7시간 전부터 토트넘 팬들이 모이는 팬 파크에는 지독한 담배 연기와 맥주 파티가 벌어졌다. 그 자체를 즐기면서도 제발 우승하고 갔으면 하는, 간절함이 진하게 묻어 나왔다.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즐기던 맨유 팬들과는 너무나 달랐다. 빌바오 경찰은 양팀의 펜 파크를 남서쪽과 남동쪽으로 거리를 멀게 하며 시내를 완충 지대로 만들며 충돌을 막기 위해 철저하게 경계했다.

응원전도 뜨거웠다. 토트넘을 상징하는 응원가 'When the Spurs go marching in'이 수도 없이 울려 퍼졌다. 경기장 지붕이 관중석을 100% 덮었기 때문에 비가 내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정도로 음성의 파동이 그라운드를 뒤흔들었다.


경기 중에도 토트넘 팬들은 거의 반 미쳐 있었다. 선발로 나서지 않아, 조끼를 입고 터치라인 연습 구역에서 질주하던 손흥민은 두 손을 들어 환호를 격하게 유도했다. A대표팀에서도 자주 봤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주장의 열정적인 동작에 토트넘 팬들의 함성은 자동 발사였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안고 소리치며 울던 토트넘 팬들이다. 반대로 맨유 선수들을 향한 맨유 팬들의 야유는 철저하게 묻혔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순간, 신속하게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었다. 경기장 절반이 아틀레틱 빌바오의 상징이자 맨유의 상징인 붉은색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 반면 그 반대는 새하얀 물결이 넘실거렸다.

선수들은 시상식 후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경기장 안에서 우승의 맛을 즐겼다. 토트넘 관중도 거의 빠져나가지 않고 응원가를 부르며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를 영광의 순간을 기념으로 남겼다. 선수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가기 위해 관중석 하단으로 내려오는 모습도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새벽이 됐지만, 빌바오 시내 선술집(펍)에는 여전히 토트넘 팬들이 맥주를 들고 좋아했다. 일부는 거리에서 여명이 오기를 기다리며 밤을 지새우고 있었고 계속 응원가를 부르며 거리의 배경음악을 자처했다. 당일치기를 감행한 팬들은 바로 공항으로 이동해 새벽 일찍 출발하는 비행기를 기다렸다.

맨유 팬들은 구슬프게 내리는 비에 젖으며 단단한 아스팔트 위에 쓰린 속을 달래며 구토하고 있었다. 그 오물이자 아픈 기억을 중립인 빌바오 환경미화원들이 치울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우승에 취한 토트넘 팬들과 맨유 팬 사이에 시비가 붙기도 했다. 시내 한 호텔 앞에는 경찰력이 소란을 잠재우고 있었다. 우승을 못 했다가 드디어 경험한 팀과 그래도 뭐라도 자주 들어봤던 팀 팬의 흥겨움과 열 받음이 파열음을 일으킨 것이다. 풍경은 다르지만, 빌바오가 속한 바스크 지역 경제에 대단한 도움을 주는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세기의 프리미어리그 16, 17위 유럽클럽대항전 단판 승부는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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