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권수연 기자) "나는 항상 2년 차에 우승했다" 시즌 내내 토트넘을 이끄는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따라다녔던 말이다.
그리고 마법같이 이번에도 두 번째 시즌에 증명했다.
토트넘은 22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1-0으로 승리했다.
토트넘은 16-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8-1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20-21시즌 리그컵에서 연달아 준우승만 거둬왔다. 2008년 리그컵 이후로 메이저 대회 우승기록이 없던 토트넘은 속을 태웠다.
올 시즌은 리그 성적이 강등 직전까지 떨어졌다. 토트넘은 단 한 경기만 남겨놓고 승점이 38점에 그쳤다. 이는 지난 97-98시즌 기록한 구단 사상 단일시즌 역대 최저 승점인 44점을 훨씬 밑도는 수치다. 여기에 시즌 20패를 넘어서며 92년 리그 출범 이후 단일 시즌 최다 리그 패배 구단 기록도 다시 썼다.
이 때문에 비슷한 처지의 맨유와는 사실상 '단두대 매치'를 벌인 셈이 됐다. 양 팀 모두 카라바오컵과 FA컵에서 나란히 조기탈락하며 우승 기회를 대부분 날렸기 때문에 더욱 절박했다.
맨유를 이끄는 후벵 아모림 감독도 그렇지만,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올 시즌 경질설을 꼬리처럼 달고 다녔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해 "나는 2년 차에 항상 우승한다"는 발언을 남긴 바 있다.
실제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호주 사우스 멜버른을 이끌 당시 두 번째 시즌에 내셔널사커리그(NSL) 우승을 만들었고, 2013년에 호주 대표팀 감독에 부임해 2015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이어 일본 요코하마 F. 마리노스에 2018년 부임해 2019년 우승컵을 들었다. 토트넘에 부임하기 직전 이끌었던 스코틀랜드 셀틱에서도 첫 시즌 우승과 두 번째 시즌 타이틀 방어를 일궈냈다.
그러나 올 시즌 주전들의 대거 부상 및 리그 성적 실패, 컵대회 조기 탈락 등으로 인해 기회의 90%가 사라진 상황이 되자 이 발언은 팬들의 조롱거리가 됐다.
토트넘 포스테코글루 감독 |
토트넘 포스테코글루 감독 |
마지막 동아줄인 유로파리그도 그리 낙관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치러졌지만, 토트넘은 기적적으로 결승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우승이라는 오랜 숙원을 이뤄냈다.
경기 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이 우승이 팀에 어떤 의미인지 안다"며 "악순환이 길어질수록 끊기가 어렵다. 이 우승을 맛보며 선수들이 자신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게 되고 그것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믿을 수 없을만큼 알게 되길 바란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그 '2년 차 공약'에 대해 "사람들이 나를 오해한 것 같다"며 "그건 내가 자랑을 한 것이 아니라, 그냥 선언이었을 뿐이다. 저는 그걸 믿어왔다. 제 안에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 리그 성적이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3위를 했다고 해서 이 축구 클럽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우승 트로피를 따는 것이 제 꿈이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우승할 각오는 항상 돼있었다"고 강조했다.
유로파리그 우승과 별개로 리그 성적이 크게 주저앉았기에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은 존재한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런 시선에 대해 "내 거취에 대해서 (구단과) 따로 나눈 대화는 없다"고 자르며 "나는 경력 내내 승자였다. 내 성취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물론, 그 성취가 이쪽 세계에서는 맛보지 못했던 일이기에 그럴 것"이라고 되받았다.
한편 토트넘은 오는 26일 자정에 홈인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브라이턴과 리그 경기에 나선다. 해당 경기에서 토트넘은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홈 팬들에게 선보이는 세리머니를 펼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MH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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