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규모 집회가 개최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헝가리 집권 여당이 외국 자본의 지원을 받는 독립 언론과 비정부기구의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는 것을 반대하기 위해 모였다. 로이터 연합뉴스 |
해외 자본으로 운영되는 독립 언론과 비정부기구를 탄압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 중인 헝가리에 유럽연합(EU)이 제어 방안을 고심 중이다.
21일 영국 가디언, 독일 도이체벨레(DW) 등에 따르면, 유럽의회 의원 20여명은 전날 유럽연합이 헝가리에 대한 모든 자금 지원을 동결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이날 유럽 의회는 헝가리가 추진 중인 법안에 대해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유럽연합은 헝가리의 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자금을 삭감하는 등 여러 선택지를 검토 중이다.
유럽의 주요 언론인들도 유럽연합이 헝가리의 법안에 강력한 조처를 취해달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가디언 등 주요 언론 편집장 및 발행인 90여명과 23개국의 주요 미디어 단체가 이 성명에 참여했다. 언론인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자유로운 언론 활동이 불법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달 초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소속 정당 피데스당(Fidesz)은 정부가 크라우드 펀딩이나 유럽연합 보조금 등 모든 종류의 외국 자금을 지원받는 단체를 탄압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 의하면, 정부는 관련 단체 명단을 만들어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고 기부금을 수령하는 것을 금지한다. 관련 단체의 활동을 금지할 수 있는 내용도 있다. 공적 토론에 관여하는 거의 모든 조직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헝가리 정부는 ‘공적 활동의 투명성에 관한 법률’이란 이름으로 이 같은 내용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실상 헝가리 내 진보적 독립 매체, 비정부기구들에 재갈을 물리는 법안이란 비판이 거세다.
지난 18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국회의사당 앞에선 이 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일부 시위대는 ‘헬프(help)’라고 쓰인 유럽연합 깃발을 들고나와 흔들기도 했다. 헝가리 야당은 이 법안에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공적 사안에 관여하는 모든 독립 미디어와 시민단체의 활동을 금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 우려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내 독립 언론을 억압하는 방식과 비슷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2010년 두번째 집권에 성공한 오르반 총리는 보수 성향으로 친러시아, 반유럽연합 행보를 보여왔다. 그가 속한 정당 피데스당은 극우 성향의 포퓰리즘 정당이란 평가를 받는다. 지난 3월 오르반 총리는 “외국 자본으로 운영되는 시민사회 단체들을 해산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계 부패 감시기관인 ‘국제투명성기구’의 닉 아이오사 이사는 성명에서 “헝가리가 시민사회를 표적 삼아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동안 유럽연합 기관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고 가만히 있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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