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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년만에 명예회복”…고령의 제주4·3 생존 수형인에게 무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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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년만에 명예회복”…고령의 제주4·3 생존 수형인에게 무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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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평화공원 동백꽃.

제주4·3평화공원 동백꽃.


제주4·3 당시 불법 구금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실형을 선고받았던 고령의 피해자에게 76년만에 직권재심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특별법상 ‘4·3 희생자’가 아닌 생존 수형인이 일반 직권재심으로 억울함을 푼 첫 사례다.

제주지법 형사 4부(재판장 노현미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청사에서 열린 A씨(92·서울)에 대한 직권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내렸다.

A씨는 4·3 당시인 1949년 4월30일 제주지방법원에서 법령 제19호(공무집행방해)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16세였던 A씨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웃이 경찰에 거짓 밀고를 하면서 체포됐다. A씨 가족이 무장대를 지원했다는 내용으로 인해 A씨의 어머니는 총살됐고, A씨는 체포돼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했다. A씨는 현재 고문 후유증에 한국전쟁 참전 당시 다친 다리로 인해 몸이 크게 불편한 상태다.

A씨는 전쟁이 끝난 이후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지만 매번 신원조회에서 탈락했고, 결국 고향 제주를 떠났다.

서울에서 거주 중인 A씨는 4·3희생자 신고와 재심 청구 절차 등에 대해 몰랐다가 최근에야 소식을 접했다. 이 때문에 A씨는 4·3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아 4·3 특별법에 의한 특별재심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이하 합동수행단)이 A씨의 진술을 듣고 관련 자료를 조사한 결과 당시 재판 과정에서 불법 구금 등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형사소송법상 재심 요건에 해당한다.

합동수행단은 A씨의 나이, 건강 상태 등을 감안할 때 생존 중 조속히 명예 회복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형사소송법에 근거해 직권 재심을 청구했다. 이날 재판은 거동이 불편한 A씨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제주가 아닌 거주지 근처인 사법연수원 모의법정에서 열렸다.

이번 재심은 4·3희생자가 아닌 생존 수형인에 대한 세 번째 재심이다. 앞서 두 차례 재심은 군사재판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무죄로 숙원한 사례였다. 군사재판이 아닌 일반재판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합동수행단은 4·3특별법에 따라 2022년부터 4·3 당시 불법 군법회의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수형인에 대한 재심청구를 진행하고 있다. 수형인 명부에 기재된 이는 2530명에 달한다. 현재까지 2167명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합동수행단은 이후 4·3과 연루돼 제주지방법원 등에서 형을 선고받은 일반재판 수형인으로 범위를 확대해 직권재심을 청구하고 있다. 현재까지 351명이 무죄 선고를 받았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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