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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사망 의대생 추모공간 철거 취소소송, 2심도 각하

이데일리 성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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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사망 의대생 추모공간 철거 취소소송, 2심도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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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처분 취소해달라"…法 "소송대상 해당안돼"
"자진철거 현수막은 권유, 제재처분 한 것 아냐"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고(故) 손정민 씨 추모공간을 철거하려는 서울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된 행정소송이 2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해 1월 19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마련된 고 손정민 씨를 기리는 1000일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월 19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마련된 고 손정민 씨를 기리는 1000일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판사 윤강열)는 손씨의 한강 추모공간을 관리한 A씨가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철거명령 및 계고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과 같이 2심도 각하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당심에서 다시 보더라도 이 사건 게시가 항고소송 대상의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소를 각하하는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본안 심리 없이 재판을 끝내는 것을 말한다.

고 손정민 씨는 2021년 4월 24일 오후 11시께부터 이튿날 새벽 2시께까지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친구 B씨와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가 실종됐다. 손씨는 닷새 만인 4월 30일 실종 현장에서 멀지 않은 한강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은 B씨의 개입을 의심해 그를 폭행치사·유기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 모두 혐의점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경찰은 실종 약 두 달 뒤 범죄 혐의점이 없다는 취지로 사건을 종결했고, 검찰도 지난해 1월 불기소 처분했다.

A씨는 손씨 사망에 범죄 혐의점이 없다는 경찰 수사 결과에 반발해 재수사 촉구 모임을 이끌면서 2021년 5월부터 반포한강공원에 추모공간을 마련해 관리해왔다.


서울시는 2023년 12월 3일 추모공간 앞에 자진철거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게시했다. 현수막에는 “고 손정민 군 추모 등을 위한 각종 동산에 대한 소유권이 있는 자는 정해진 기간(2023년 12월 30일)까지 자진 철거하시기 바라며 해당 기간까지 조치가 없는 경우 하천법 제33조 및 제69조에 의거, 하천관리청에서 조치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A씨는 개별 통지나 적법한 송달 절차를 거치지 않고 현수막만으로 통보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전면적인 철거명령을 내리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며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7월 서울시가 철거 예고 현수막을 내건 데 대해 “원고의 구체적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 볼 수 없어 항고소송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울시는 하천법에 따른 제재 처분에 바로 나서지 않았고 시민 간담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공간 규모 등을 A씨와 상의하는 등 자발적 시정을 권유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2심 재판부도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자진 철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하천법에 따른 행정처분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음을 안내 내지 통지하는 내용에 불과하다”며 “토지 무단점용에 대한 어떠한 제재처분을 한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서울시는 서울시민 전체의 공간인 한강공원을 적정하고 안전하게 관리할 필요성과 함께 이 사건 추모공간이 갖는 의미와 성격 등을 두루 고려해 A씨에게 위반행위의 자발적인 시정을 권유해 온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하천법 제33조 1항은 하천구역 안에서 토지의 점용 행위를 하려는 자는 하천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손씨 추모공간은 하천관리청 등의 허가를 받지 않고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