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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계엄 선포문·포고령, '민간인' 노상원 작성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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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계엄 선포문·포고령, '민간인' 노상원 작성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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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원 압수 문건 등 분석 결과 보고
계엄 포고령 1호 등과 유사성 발견돼
불명예 전역 후 '계엄 비선' 역할 의혹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은평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은평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12·3 불법계엄을 수사 중인 검찰이 계엄 선포문·포고령 등 계엄 관련 문건 작성자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으로 나타났다. 노 전 사령관은 개인 비위로 불명예 전역 후 민간인 신분으로 계엄에 관여하는 등 '계엄 비선'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2월 11일 '비상계엄 관련 문건들과 노 전 사령관 작성 문건들의 유사성 검토'라는 제목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는 검찰이 노 전 사령관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의 혐으로 1월 10일 구속기소한 뒤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만들어졌다. 검찰은 노 전 사령관을 재판에 넘긴 뒤에도 추가 혐의에 대해선 계속 수사했고, 이달 16일 장성 진급 인사 청탁 명목으로 현직 군인들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해당 보고서엔 '비상계엄 관련 문건들과 노상원이 작성한 문건들의 유사성을 검토한 결과, 노상원이 작성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판단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선포문과 포고령 1호,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전달된 비상입법기구 관련 문건, 합동수사본부 인사 발령을 위한 국방부 일반명령 문건 등에 대한 검토 결과에 따른 것이다. 노 전 사령관 주거지에서 압수한 이동식 저장장치(USB)에 담긴 문서들과 비교 결과, 제목·목차 등 문건 양식에서 상당한 공통점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노 전 사령관은 목차를 구분할 때 '■→▲→o → -' 순으로 활용해 단락을 나눴는데, 특히 'o'은 한글프로그램 특수문자 중 라틴 표기를 활용했다. 이는 국방부 일반명령 문건에도 동일하게 쓰였다. 또 제목을 쓸 때 사용한 '가운데 정렬' '진하게' '밑줄' 표시 등이 계엄 선포문과 포고령 1호, 비상입법기구 관련 문건 등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과거 성추행 사건으로 불명예 전역한 뒤 점집을 운영하던 노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의 개인적인 인연을 유지하면서 계엄 준비 단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가 지난해 9월부터 계엄 선포 당일까지 김 전 장관 공관을 20회 이상 방문했는데, 특히 마지막 나흘간 매일 드나들었던 것으로 조사된 것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한다. 김 전 장관은 계엄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1일 오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문과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 초안 등을 보고했고 이튿날 저녁 수정안을 다시 보고했다. 모두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을 찾은 날이다. 검찰은 이런 정황을 바탕으로 실제 계엄 문건 작성자가 노 전 사령관인지 확인 중이다.

검찰은 경찰이 노 전 사령관의 점집에서 압수한 이른바 '노상원 수첩'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이 수첩에는 자필로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수거 대상' 등 문구가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계엄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과의 충돌을 유도하려 했다는 의혹의 근거가 됐다. 당시 압수수색에선 국방부·합동참모본부 주요 보직자의 비화폰 번호, 대장 4명·중장 20명의 프로필 등이 담긴 '국방 인사전략 방향'이라는 문건도 발견됐다고 한다. 검찰은 수첩에 적힌 내용 등이 실제 계엄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