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머니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보이지 않는 폭력이 더 무섭다…사이버학폭 2명 중 1명 '자살·자해' 충동

머니투데이 김미루기자
원문보기

보이지 않는 폭력이 더 무섭다…사이버학폭 2명 중 1명 '자살·자해' 충동

서울맑음 / -3.9 °
[SNS 속 아이들은 안전한가]②푸른나무재단, 학폭 실태조사 발표

[편집자주] 사이버 학교폭력이 날이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 온라인상 폭력이 교실로 이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인공지능(AI), SNS 등을 활용한 수법은 기상천외하다. 어른들은 모르는 사이버 세계 속 학교폭력 실태를 들여다봤다.

푸른나무재단이 실시한 2025 학교폭력 실태조사. /그래픽=이지혜 기자.

푸른나무재단이 실시한 2025 학교폭력 실태조사. /그래픽=이지혜 기자.



사이버 학교폭력 피해 학생 2명 중 1명꼴로 자살·자해 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피해 학생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학부모들은 청소년 SNS(소셜미디어) 사용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푸른나무재단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재단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5 학교폭력 실태조사 및 21대 대선후보 정책 제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18일부터 지난 2월24일까지 전국 17개 시·도 초중고교 재학생 1만2002명과 학부모 5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1995년 설립된 푸른나무재단은 2001년부터 매년 전국 단위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3.1%가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를 경험한 학생 17%는 사이버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응답 비중 15%보다 다소 높아졌다. 고등학생인 피해 학생의 5명 중 1명은 사이버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SNS 등에서 성폭력을 경험했다는 사이버 성폭력 피해율도 큰 폭으로 높아졌다. 사이버 폭력 중 성폭력 경험률은 이번 조사에서 13.3%로 집계됐다. 3년 전 조사 결과인 2.8%에서 11%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사이버 성폭력 피해 4건 중 1건은 딥페이크를 악용한 사례로 파악됐다.

사이버 폭력 피해는 부작용도 크다. 피해 유형별 자살·자해 충동 경험률을 보면 사이버 폭력 피해 학생의 47.5%가 충동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사이버 성폭력 피해 학생들의 응답률은 65.6%로 더 높았다. 두 유형 모두 전체 피해 학생 평균인 38%를 상회했다.

사이버 폭력 가해 학생 10명 중 8명은 "가해 후 플랫폼에서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학교 선생님에게 지도를 받았다는 응답도 20.9%에 그쳤다. 제재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가해 학생의 반성 점수는 4.0점으로, 교사(4.7점)나 부모(4.8점)로부터 지도를 받은 경우보다 낮았다.


서울시내 한 SPO(학교전담경찰관)은 "신체 폭력은 멍도 들고 눈에 보이니까 피해 가해 당사자 학생들이 알고 교사나 부모도 인지하기가 비교적 쉽다"며 "사이버 폭력은 피해 학생도 자신이 상처받았는지 인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어른들 눈에도 띄기 어려워서 SPO가 직접 인스타그램 등 SNS에 들어가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여러 방식으로 사이버폭력이 해결되기를 바랐다. 학부모 10명 중 9명은 청소년 SNS 사용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봤다. 플랫폼 기업의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89.4%로 집계됐다.

푸른나무재단은 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학교폭력 대응 10대 정책 과제'를 주요 대선후보들에게 공식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번 정책 제안은 전국 학생과 보호자, 관계자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마련됐다. △사이버폭력에 대한 적극 대응(플랫폼 책임 강화 및 AI 기반 감지 체계 구축) △피해학생 보호 및 회복 지원 확대 △사안처리의 교육적 전환과 제도 개선 △예방교육의 실효성 제고 △비폭력 사회문화 조성을 위한 환경 구축 등 5개 영역, 10대 과제를 제시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