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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전쟁…해외 유통 원점차단·국내 수요억제 동시에"[뉴스인사이드⑥·끝]

아시아경제 임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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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전쟁…해외 유통 원점차단·국내 수요억제 동시에"[뉴스인사이드⑥·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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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노만석 대검 마약·조직범죄 부장 인터뷰
명문대 동아리 마약 사건
사회 구조적 위기 신호탄
최근 가상자산 화폐 사용
텔레그램 등 디지털 수사 필수
해외 조직 수사 위해 인터폴 협조…수사관 파견
"젊은 지성인들이 마약에 이렇게 쉽게 노출돼 있다는 현실에 저도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노만석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장(검사장)은 아시아경제 인터뷰에서 이른바 '명문대 연합동아리 마약 사건'을 사례로 들며 '충격'이라고 했다. 이 사건은 서울 주요 대학 학생들이 포함된 수백명 규모 동아리에서 집단 마약 투약, 유통, 성관계를 벌인 사건이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연락하면서 엑스터시, LSD 등을 함께 구매하고 투약했다.
노만석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장(검사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노만석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장(검사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노 검사장은 "단순 일탈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각성해야 할 구조적 위기의 신호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마약은 국경을 넘나드는 초국경적 범죄 가운데 가장 심각한 범죄"라며 "어느 한 나라만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검 마약·조직범죄부는 전국의 마약 수사를 통할하는 컨트롤타워다.

-최근 마약 범죄 양상은 어떤가.
▲마약 반입은 필로폰 위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종류가 들어오고 있다. 마리화나, 엑스터시, LSD, 코카인처럼 종류가 많아졌다. 해상 밀수, 항공화물, 바디패커(몸에 숨겨서 반입) 등 반입 경로와 수법도 대담해졌다. 과거엔 1㎏만 적발돼도 큰 사건이었는데 요즘은 코카인이 10㎏, 14㎏ 단위로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갈수록 마약 범죄가 조직적으로 진화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그래도 다른 나라에 비해 마약에 대한 수사기관의 통제가 잘 이뤄지는 편이다. 그런데 이것이 공급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마약 단가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수사망을 뚫어야 하는 '위험수당'이 붙는다는 의미) 유통에 위험 부담이 크다 보니 공급자들은 단 한 번의 성공으로도 큰 이익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의 마약 총책들 사이에서 "(한국의 마약 거래는) 열 번 중 한 번만 성공하면 대박"이라는 말이 돈다고 한다. 마약을 바디패커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반입시키는 사례가 많고, 적발돼도 곧바로 대체 인력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조직이 계속 유지된다. 역할이 철저히 분리돼 있어 서로 얼굴조차 모른다. 전달책이 잡혀도 윗선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수사에 어려움이 크다.

-가상자산이나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한 마약 거래는 어떤 상황인가.
▲예전에는 '돈을 좇으면 범인이 보인다'는 말처럼 계좌를 따라가면 범죄 구조가 드러났다. 요즘 상황은 다르다. 마약 유통도 결국 돈벌이를 위한 범죄인데, 최근엔 스테이블 코인이나 가상화폐를 주로 활용한다. 거래가 익명성 기반으로 이뤄지다 보니 흐름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검찰은 이 부분을 경제범죄로 보고 가상자산 수사를 위한 기법도 개발하고 있다. 디지털 추적 전문가들이 수사에 투입되고 있고, 외부 전문가와의 협업도 진행한다. 실무에서 적용되고 있는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다.

-수사 방식에도 변화를 줄 필요가 있겠다.
▲현장에서 단속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은 텔레그램, 다크웹, 가상자산까지 추적해야 하는 시대다. 마약 수사는 이제 '기술 기반 수사'가 됐다. 그에 맞는 디지털 포렌식 역량이나 정보 분석력이 필요하고, 그런 쪽으로도 인력과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다.


노만석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장(검사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노만석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장(검사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검찰이 맡고 있는 마약 수사는.
▲마약류 범죄자는 크게 공급 사범, 유통 사범, 단순 소지·투약 사범으로 나눠진다. 공급과 유통은 경제적 이익을 위한 범죄이기 때문에 경제 범죄의 하나로 보고,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 반면 단순 투약은 경제적 목적이 없다는 이유로 수사권이 경찰에만 있다. 소지·투약 사범을 수사하다 보면 결국 유통, 더 나아가 공급 사범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구조로는 검찰이 전체를 다 볼 수가 없다. 검찰에는 마약 수사에 특화된 전담 수사관이 350명 가까이 있다. 검찰이 단순 소지·투약 사범도 수사해야 범죄 대응이 유기적이 된다. 전체적인 국가 대응 체계 속에서 검찰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국제 공조 체계는 어떻게 이뤄져 있나.
▲인터폴과 협조해 태국에서 마약 공급책을 검거한 사례가 있었다. 국내에서는 단순 투약자나 수거책만 있고, 실제 공급 조직은 해외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구조를 끊기 위해서는 국제 공조가 필수적이다. 검찰은 이를 '원점 타격형 국제 공조 수사'라고 부른다. 말이 좀 거창하긴 하지만, 핵심은 마약이 처음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원점'부터 차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마약 전담 수사관을 현지에 파견하고 있다.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에 마약 전담 수사관이 파견됐다. 올 하반기에는 캄보디아에도 보낼 예정이다.

-마약 수요 억제 방안은.
▲마약 문제는 수요를 줄이지 않으면 끝낼 수 없다. 당연히 공급 차단이 수사기관의 역할이지만, 동시에 수요도 예방과 치료로 줄여야 한다. 단순 투약자에게는 치료 조건부 기소유예 같은 방식으로 병원 치료나 사회 복귀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금은 정말 마약 수사에 있어 변곡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검찰은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마약을 꼽고 있고, 그만큼 집중하고 있다. 마약 청정국의 위상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보겠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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