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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메다 충돌…은하수 아름다운 나선 팔의 운명은? [천문학자와 함께하는 우주 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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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메다 충돌…은하수 아름다운 나선 팔의 운명은? [천문학자와 함께하는 우주 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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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늘날 우주는 경외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즐길 수 있는 감상의 대상이다. 우주는 인간이 창조한 예술작품과 자연이 보여주는 놀라운 모습보다 더욱 아름답고 신기한 천체들로 가득하다. 여러분을 다양한 우주로 안내할 예정이다.


다양한 소용돌이의 나선은하
은하 회전의 창조물 소용돌이
형태, 빛깔에 담긴 우주 신비


허블망원경으로 찍은 소용돌이 은하(NGC 1300)의 모습. 커다란 나선팔 두 개가 뚜렷이 보인다. NASA, ESA, and the Hubble Heritage Team (STScI/AURA)

허블망원경으로 찍은 소용돌이 은하(NGC 1300)의 모습. 커다란 나선팔 두 개가 뚜렷이 보인다. NASA, ESA, and the Hubble Heritage Team (STScI/AURA)


우리는 소용돌이처럼 보이는 나선 은하에서 살고 있다.

소용돌이는 고흐의 유명한 그림인 '별이 빛나는 밤'에서도 보인다. 소용돌이를 보면 그 아름다움과 신비함에 빠져들게 된다. 소용돌이는 은하가 회전할 때 생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안드로메다 은하도 소용돌이 은하이며, 우주에는 이런 은하가 수없이 많이 있다.

우주에 있는 나선 은하의 소용돌이 모양은 대부분 두 가지로 나뉜다. 첫번째는 <사진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소용돌이 부분에 그랜드 디자인처럼 뚜렷한 나선 팔 두 개가 대칭적으로 보이는 형태다. 이 은하의 중심부에는 뿌옇게 보이는 둥근 부분이 있고, 둥근 부분의 양끝에는 직선 모양으로 튀어나온 구조가 보인다. 이 직선 구조를 막대라고 하며, 이런 은하를 막대 나선은하라고 한다.

막대의 양끝에는 아름다운 나선 팔이 달려 있다. 나선 팔은 아래 위로 뻗어나가면서 중심 부분을 감싸는 것처럼 보인다. 이 은하는 6,000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어 사진에서 보이는 나선 팔의 실제 길이는 3,300 광년이나 된다. 이 거대한 나선 팔의 모양은 서예에서 커다란 붓으로 일필휘지로 갈겨쓴 것처럼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은하 외곽부에 있는 물질은 막대를 따라 은하 중심부로 이동한다. 이런 물질이 은하 중심부 근처로 가면 작은 소용돌이를 또 하나 만든다. 소용돌이 속의 소용돌이이다. 작은 소용돌이 중심부에는 매우 무거운 블랙홀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나선 팔은 푸르스름하게 보이며 별처럼 보이는 작은 천체들이 곳곳에 몰려 있다. 이 작은 천체들은 실제로 수백만 개의 별을 품은 성단이다. 검게 보이는 암흑 성운도 많이 보인다. 이런 나선 팔에서는 최근에 많은 별들이 태어나고 있어,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사회와 비슷하다. 그래서 밝게 빛난다. 어린 별 중에서 태양보다 무거운 별들은 온도가 매우 높아 자외선을 많이 방출한다. 그래서 푸르게 보인다.


반면 은하 중심부와 막대는 노란 색이다. 태양보다 나이가 많고 질량이 가벼운 별들이 모여 있어 노랗게 보이는 것이다. 이 곳은 사람으로 비유하면 노인들이 모여 사는 고령 사회이다.

양털처럼 보이는 소용돌이 은하 (NGC 5335)의 모습. 소용돌이 모양이 작은 양털 조각이 많이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NASA/ESA/STScI

양털처럼 보이는 소용돌이 은하 (NGC 5335)의 모습. 소용돌이 모양이 작은 양털 조각이 많이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NASA/ESA/STScI


두번째는 <사진 2> 처럼 소용돌이 부분이 양털이 많이 모여있는 것처럼 보이는 나선은하이다. 이 은하의 중심부에도 뿌옇게 보이는 둥근 부분이 있고 양쪽으로 튀어 나온 직선 모양 막대가 보인다. 그 바깥에는 여러 개의 나선팔이 중심부를 휘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은하는 우리로부터 2억4,000만 광년 떨어져 있다

그런데 나선 팔을 따라 자세히 보면 나선 팔 자체가 연속으로 이어져 있지 않고 곳곳이 끊어져 있다. 작은 양털이 여러 개 뭉쳐있어 신기하게도 전체적으로 연결된 나선 팔처럼 보이는 것이다. 일종의 착시 효과이다. 유화에서 숲이나 나무를 그릴 때 붓으로 한 번에 그리지 않고 여러번 찍듯이 칠하여 그린 것처럼 보인다.


양털처럼 보이는 곳에서는 최근에 별이 계속 태어나고 있으며, 이들의 영향으로 그 옆에 있는 양털에서도 별이 만들어진다. 이런 과정이 은하 전체에서 일어나면서 나선팔처럼 보이는 것이다.

드물지만 우주에는 나선 팔이 하나만 있는 은하도 있다.

은하 두 개가 충돌하면서 생긴 나선 팔의 모습 (Arp 107). 왼 쪽은 나선 은하이고 오른 쪽은 타원 은하이다. 왼쪽에 거대한 나선 팔 한 개가 외눈 안경처럼 보인다. ESA, Hubble, NASA, J. Dalcanton

은하 두 개가 충돌하면서 생긴 나선 팔의 모습 (Arp 107). 왼 쪽은 나선 은하이고 오른 쪽은 타원 은하이다. 왼쪽에 거대한 나선 팔 한 개가 외눈 안경처럼 보인다. ESA, Hubble, NASA, J. Dalcanton


<사진 3>은 그런 은하를 보여준다. 사진에서는 코가 없는 광대의 얼굴이 보인다. 노란 원 두 개가 눈처럼 보이고, 눈과 눈 사이는 웃고 있는 광대의 입술로 연결되어 있다. 입술 아래 부분에는 푸른 성운이 수염처럼 달려있다. 이 곳에서도 별이 태어나고 있다. 왼쪽 눈이 있는 곳은 나선 은하이고 오른쪽 눈이 있는 곳은 타원 은하다. 이 은하들은 우리로부터 4억6,000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신기하게도 왼쪽 눈은 손잡이가 달린 외눈 안경을 쓴 것처럼 보인다. 이 외눈 안경처럼 보이는 부분이 거대한 나선 팔 한 개이다. 이 거대한 나선 팔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 나선 팔은 오른 쪽에 보이는 타원 은하가 과거에 왼쪽의 나선 은하를 관통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우주에서는 은하와 은하가 만나 충돌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충돌한 후 시간이 지나면 두 개의 은하는 하나로 합쳐진다. 우리 은하도 안드로메다 은하와 충돌하여 하나의 은하로 합쳐질 예정이다. 그러면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에 있던 소용돌이 나선 팔은 사라지고 둥그스름한 타원 은하가 될 것이다. 물론 그 때는 지구의 생명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런 일은 수십억 년 후에 일어날 것이므로.

이명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