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중국이 밀면 밀리는 철강
현대제철 '전기로-고로 복합 공정'
탄소 배출 줄이며 기존 고품질 유지
'친환경 수요' 풍력발전 시장 공략
원전 격납용기용 후판, 강판도 생산
'안전하면 계속 신뢰' 원전업계 노려
14일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만난 권태우 상무는 '전기로-고로 복합 공정'을 이렇게 강조했다. 통상 고로에서 고품질 철강제품을 생산할 땐 철광석이 녹는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된다. 전기로는 고철을 녹이기 때문에 탄소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현대제철은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고로와 전기로를 섞었을 때 기존 고품질은 유지하면서 최대한 줄일 수 있는 탄소배출량을 실험했다.
그 결과 전기로 100만톤(t)과 고로 300만t을 섞었을 때 20%의 탄소배출을 줄여도 100% 고로 방식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모든 종류의 철강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연간 약 400만t을 만들 수 있는 전기로-고로 복합 공정은 이렇게 탄생했다. 권 상무는 "탄소 절감을 목표로 시설 투자를 해서 고급 철강제품 시장에 대응하는 첫 시도"라며 "탄소중립 수요가 있는 시장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대제철은 올해 10월 완공, 내년 2월 상업 운전을 목표로 당진제철소에 해당 공정을 시공 중이다.
현대제철은 이 복합 공정을 통해 만든 철강제품으로 풍력발전소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풍력발전소를 지을 때는 주로 후판이 쓰이는데 발전 시행 업체들은 까다로운 친환경 기준을 요구한다. 실제 풍력발전 업체들은 조달 계약 때 탄소배출량이 적으면서 품질이 좋은 부품을 대놓고 선호한다. 한 풍력발전업계 관계자는 "한때 중국 철강 기업들이 유럽 풍력발전 시장에 대거 진출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독이 됐다"며 "아직 고급 철강제품은 품질이 떨어지고 탄소배출 관리도 안 돼 유럽에서는 아예 중국 철강제품을 쓰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제철 '전기로-고로 복합 공정'
탄소 배출 줄이며 기존 고품질 유지
'친환경 수요' 풍력발전 시장 공략
원전 격납용기용 후판, 강판도 생산
'안전하면 계속 신뢰' 원전업계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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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고로 전경. 현대제철 제공 |
완전히 새로운 생산체제가 탄생하는 겁니다
권태우 현대제철 기술연구소 상무
14일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만난 권태우 상무는 '전기로-고로 복합 공정'을 이렇게 강조했다. 통상 고로에서 고품질 철강제품을 생산할 땐 철광석이 녹는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된다. 전기로는 고철을 녹이기 때문에 탄소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현대제철은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고로와 전기로를 섞었을 때 기존 고품질은 유지하면서 최대한 줄일 수 있는 탄소배출량을 실험했다.
그 결과 전기로 100만톤(t)과 고로 300만t을 섞었을 때 20%의 탄소배출을 줄여도 100% 고로 방식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모든 종류의 철강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연간 약 400만t을 만들 수 있는 전기로-고로 복합 공정은 이렇게 탄생했다. 권 상무는 "탄소 절감을 목표로 시설 투자를 해서 고급 철강제품 시장에 대응하는 첫 시도"라며 "탄소중립 수요가 있는 시장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대제철은 올해 10월 완공, 내년 2월 상업 운전을 목표로 당진제철소에 해당 공정을 시공 중이다.
'전기로-고로 복합 공정'으로 친환경 수요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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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에서 생산한 열연 강판. 현대제철 제공 |
현대제철은 이 복합 공정을 통해 만든 철강제품으로 풍력발전소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풍력발전소를 지을 때는 주로 후판이 쓰이는데 발전 시행 업체들은 까다로운 친환경 기준을 요구한다. 실제 풍력발전 업체들은 조달 계약 때 탄소배출량이 적으면서 품질이 좋은 부품을 대놓고 선호한다. 한 풍력발전업계 관계자는 "한때 중국 철강 기업들이 유럽 풍력발전 시장에 대거 진출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독이 됐다"며 "아직 고급 철강제품은 품질이 떨어지고 탄소배출 관리도 안 돼 유럽에서는 아예 중국 철강제품을 쓰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제철은 이 지점을 공략하기로 했다. 친환경 제품 대응이 되는 제철소가 앞으로 친환경 수요가 있는 기업들을 고객으로 잡아둘 수 있다는 판단이다. 권 상무는 "2050년 100% 탄소중립을 기준으로 하면 너무 까다롭지만 당장 2030년에는 탄소배출량을 20% 줄이면서 기존 고품질을 유지하는 철강제품이 나온다면 경쟁력이 충분하다"며 "현대제철은 해상풍력용 후판 생산 공정 전체에 대한 검증을 통해 탄소발자국 인증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 번 믿으면 끝까지' 원자력 시장 선점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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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열연 강판 공장 내부 모습. 현대제철 제공 |
현대제철은 또 원자력발전소 시장도 개척하려 한다. 앞서 이 회사는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2호기, 신고리 5·6호기 등 국내 주요 원전과 2011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를 통해 해외 공급 실적도 쌓았다. 다만 원전 주변 인프라 구축을 위한 후판, 열연 강판을 납품한 것이다.
앞으로는 원전 내부의 격납용기용 후판, 강판을 생산해 납품하는 게 목표다. 격납용기는 방사능 물질이 밖으로 못 나가게 해야 하기 때문에 고온과 압력을 견뎌내는 성질이 강해야 한다. 이를 두고 '고신뢰도 강재' 라고 하는데 현대제철의 이 제품은 미국기계기술자협회(ASME)의 원자력 소재 공급사 품질인증(QSC)을 땄다. 회사 관계자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격납용기 크기, 디자인과 공사 현장 환경에 따라 여러 종류의 강재를 써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원전 시장의 '폐쇄성'에 집중한다. 원전은 안전하게 시공되고 돌아가는 게 가장 중요해 시장 내에서 한 번 "안전하다"는 신뢰를 받으면 꾸준히 납품할 수 있다. 권 상무는 "중국 철강 기업들이 원전용 철강제품 기술을 금방 따라올 순 있다"면서도 "원전 시장은 안전성이 검증돼 믿는 업체가 있다면 굳이 새 업체를 뽑아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니 우리가 먼저 시장에 자리잡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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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⑦ <7>공급 과잉에 속타는 화학
당진=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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