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국일보 언론사 이미지

[르포]①친환경 ②원자력 파고드는 K철강..."새 시장 선점하라" [뛰는 차이나, 기로의 K산업]

한국일보
원문보기

[르포]①친환경 ②원자력 파고드는 K철강..."새 시장 선점하라" [뛰는 차이나, 기로의 K산업]

서울흐림 / 31.5 °
<5> 중국이 밀면 밀리는 철강
현대제철 '전기로-고로 복합 공정'
탄소 배출 줄이며 기존 고품질 유지
'친환경 수요' 풍력발전 시장 공략
원전 격납용기용 후판, 강판도 생산
'안전하면 계속 신뢰' 원전업계 노려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고로 전경. 현대제철 제공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고로 전경. 현대제철 제공


완전히 새로운 생산체제가 탄생하는 겁니다
권태우 현대제철 기술연구소 상무

14일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만난 권태우 상무는 '전기로-고로 복합 공정'을 이렇게 강조했다. 통상 고로에서 고품질 철강제품을 생산할 땐 철광석이 녹는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된다. 전기로는 고철을 녹이기 때문에 탄소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현대제철은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고로와 전기로를 섞었을 때 기존 고품질은 유지하면서 최대한 줄일 수 있는 탄소배출량을 실험했다.

그 결과 전기로 100만톤(t)과 고로 300만t을 섞었을 때 20%의 탄소배출을 줄여도 100% 고로 방식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모든 종류의 철강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연간 약 400만t을 만들 수 있는 전기로-고로 복합 공정은 이렇게 탄생했다. 권 상무는 "탄소 절감을 목표로 시설 투자를 해서 고급 철강제품 시장에 대응하는 첫 시도"라며 "탄소중립 수요가 있는 시장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대제철은 올해 10월 완공, 내년 2월 상업 운전을 목표로 당진제철소에 해당 공정을 시공 중이다.

'전기로-고로 복합 공정'으로 친환경 수요 공략



현대제철에서 생산한 열연 강판.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에서 생산한 열연 강판.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은 이 복합 공정을 통해 만든 철강제품으로 풍력발전소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풍력발전소를 지을 때는 주로 후판이 쓰이는데 발전 시행 업체들은 까다로운 친환경 기준을 요구한다. 실제 풍력발전 업체들은 조달 계약 때 탄소배출량이 적으면서 품질이 좋은 부품을 대놓고 선호한다. 한 풍력발전업계 관계자는 "한때 중국 철강 기업들이 유럽 풍력발전 시장에 대거 진출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독이 됐다"며 "아직 고급 철강제품은 품질이 떨어지고 탄소배출 관리도 안 돼 유럽에서는 아예 중국 철강제품을 쓰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제철은 이 지점을 공략하기로 했다. 친환경 제품 대응이 되는 제철소가 앞으로 친환경 수요가 있는 기업들을 고객으로 잡아둘 수 있다는 판단이다. 권 상무는 "2050년 100% 탄소중립을 기준으로 하면 너무 까다롭지만 당장 2030년에는 탄소배출량을 20% 줄이면서 기존 고품질을 유지하는 철강제품이 나온다면 경쟁력이 충분하다"며 "현대제철은 해상풍력용 후판 생산 공정 전체에 대한 검증을 통해 탄소발자국 인증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 번 믿으면 끝까지' 원자력 시장 선점 노린다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열연 강판 공장 내부 모습. 현대제철 제공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열연 강판 공장 내부 모습.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은 또 원자력발전소 시장도 개척하려 한다. 앞서 이 회사는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2호기, 신고리 5·6호기 등 국내 주요 원전과 2011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를 통해 해외 공급 실적도 쌓았다. 다만 원전 주변 인프라 구축을 위한 후판, 열연 강판을 납품한 것이다.

앞으로는 원전 내부의 격납용기용 후판, 강판을 생산해 납품하는 게 목표다. 격납용기는 방사능 물질이 밖으로 못 나가게 해야 하기 때문에 고온과 압력을 견뎌내는 성질이 강해야 한다. 이를 두고 '고신뢰도 강재' 라고 하는데 현대제철의 이 제품은 미국기계기술자협회(ASME)의 원자력 소재 공급사 품질인증(QSC)을 땄다. 회사 관계자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격납용기 크기, 디자인과 공사 현장 환경에 따라 여러 종류의 강재를 써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원전 시장의 '폐쇄성'에 집중한다. 원전은 안전하게 시공되고 돌아가는 게 가장 중요해 시장 내에서 한 번 "안전하다"는 신뢰를 받으면 꾸준히 납품할 수 있다. 권 상무는 "중국 철강 기업들이 원전용 철강제품 기술을 금방 따라올 순 있다"면서도 "원전 시장은 안전성이 검증돼 믿는 업체가 있다면 굳이 새 업체를 뽑아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니 우리가 먼저 시장에 자리잡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1. ① <1>자율주행 정체 중인 자동차
    1. • 中과 기술 격차 3년, 누가 K 자율주행 발목 잡나 [뛰는 차이나, 기로의 K산업]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51519030002288)
    2. • 뛰어든 역주행 자전거도 피했다... '자율주행 택시' 중국 우한서 타 보니[뛰는 차이나, 기로의 K산업]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51218360005977)
  2. ② <2>시장 점유율 더 빼앗긴 배터리
    1. • 중국과 90대 2로 싸우는 전기차 심장...신기술로 사투 벌이는 배터리 [뛰는 차이나, 기로의 K산업]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51611370000215)
    2. • EV 배터리 열 다스린 액침냉각, 첫 상용화 나선 SK온 "안전에 중점" [뛰는 차이나, 기로의 K산업]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51613390002861)
    3. • 캐즘 뚫고 중국 넘을 '무기' 된 ESS...K배터리 3사 경쟁 치열 [뛰는 차이나, 기로의 K산업]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51616060001269)
  3. ③ <3>골든타임 곧 끝나는 반도체
    1. • [르포]반도체 中과 기술 격차 '최대 5년'...골든 타임 끝나간다[뛰는 차이나, 기로의 K산업]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51114330005578)
    2. • "반도체 현장 전문 인력에게 대학 강의 기회 주자" [뛰는 차이나, 기로의 K산업]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51714550002422)
  4. ④ <4>안방 지키기도 벅찬 전자
    1. • 가성비 넘은 '기술력'...韓 추격하던 中 가전, 세계 시장서 추월 중[뛰는 차이나, 기로의 K산업]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52000390003242)
    2. • [르포]中 가전 약점 '신뢰성·보안성' 파고 들어라...삼성·LG 전자의 승부수[뛰는 차이나, 기로의 K산업]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52014010001592)
  5. ⑤ <5>중국이 밀면 밀리는 철강
    1. • [르포]평택항에 쌓인 중국산 철강 제품...中 밀어내기에 설 땅 좁아진 K철강 [뛰는 차이나, 기로의 K산업]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51915220001707)
    2. • [르포]①친환경 ②원자력 파고드는 K철강..."새 시장 선점하라" [뛰는 차이나, 기로의 K산업]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52001230000756)
    3. • 철강 관세 폭탄에도...'강관'은 도리어 대미 수출 늘었다[뛰는 차이나, 기로의 K산업<1>]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52114420003674)
  6. ⑥ <6>호황 속 위기 외치는 조선
    1. • [르포]LNG선 초호황도 끝물 온다...값싼 '중국 상선' 압도하라 [뛰는 차이나, 기로의 K산업]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51721490000128)
    2. • [르포]10mm 오차도 허용 않는 K조선...기술 단절 위기 '빅데이터'로 넘는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51816020000854)
  7. ⑦ <7>공급 과잉에 속타는 화학


당진=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