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디지털이노베이션 대상] 기고
“변화를 준비하지 않는 자는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라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경고는 오늘날 기술패권이 국가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에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산업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은 과거의 전쟁보다 복잡하고 냉혹하다. 산업과 안보, 외교의 경계가 무너지고, 기술이 국가 운명을 좌우하는 시대로 접어든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은 세계 정세를 다시 뒤흔들고 있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은 ‘미국 혁신의 황금기 재현’을 천명하며, 과학기술패권 수성을 국가 전략의 중심에 둔다. 인공지능(AI), 양자, 원자력 등 전략산업에 대규모 정책 드라이브가 걸리고 있는 반면 친환경 정책은 후퇴하고 중공업 재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일찍이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제조강국 꿈을 강력히 실현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이차전지, 드론 등 첨단산업에서 눈에 띄는 자립 속도를 보이며 내부적으로 86%까지 목표를 달성했다는 진단이다. 최근에는 80개 이상의 대형언어모델(LLM)을 공식 승인하며, AI 강국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승엽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산업혁신부원장 |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은 세계 정세를 다시 뒤흔들고 있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은 ‘미국 혁신의 황금기 재현’을 천명하며, 과학기술패권 수성을 국가 전략의 중심에 둔다. 인공지능(AI), 양자, 원자력 등 전략산업에 대규모 정책 드라이브가 걸리고 있는 반면 친환경 정책은 후퇴하고 중공업 재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일찍이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제조강국 꿈을 강력히 실현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이차전지, 드론 등 첨단산업에서 눈에 띄는 자립 속도를 보이며 내부적으로 86%까지 목표를 달성했다는 진단이다. 최근에는 80개 이상의 대형언어모델(LLM)을 공식 승인하며, AI 강국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 외, 일본은 AI·수소기술을 앞세워 오사카 엑스포를 ‘첨단기술 톱 세일즈’ 기회로 삼고, 양자 분야의 산업 육성과 인재 양성에도 집중하고 있다. EU는 애플과 메타에 총 1조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견제하는 동시에 역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 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는 일본(소재부품)-한국(중간재)-중국(완제품)으로 이어지는 동아시아 공급망에서 중간재 역할에 머무르며, 소부장 기술자립이나 산업전환의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퍼스트무버가 되겠다는 구호는 있었지만,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와 단기성과 중심의 정책은 여전히 구조적 한계로 남아있다. 정부와 산업R&D를 담당하는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 또한,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과 기술 리더십 측면에서 부족함이 없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기술주권 회복을 위한 전략적 전환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먼저,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공급망은 기술독립과 산업안보의 핵심이다. 핵심 소부장의 국산화 및 자립적 공급망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AI 반도체, 바이오, 로봇 등 미래 핵심 산업의 기술 자립은 단순 추격을 넘어 창의적 선도가 요구된다. 그러자면 ‘아이디어 빅뱅’ 형 R&D 얼라이언스가 시급하다. 산·학·연·관의 다양한 지식과 아이디어를 융합해 폭발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 융합발전소 조성이 절실하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정부의 AI 자율제조 얼라이언스, K-휴머노이드 연합 출범 등은 바람직한 모델이다.
혁신에는 실패가 따르기 마련이다. 실패를 자산으로 인정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KEIT의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는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 중심의 R&D’로써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우리에게는 경술국치라는 뼈아픈 역사가 있다. 더 이상 남의 손에 맡길 수 없는 기술주권은 우리가 스스로 지켜내야 할 새로운 시대의 주권이다. 미래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설계하고 만들어 가야 한다. 과거에 머무를 것인지, 미래를 개척할 것인지, 기술주권은 우리의 생존 조건이며 그 시작점에 R&D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