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세서 '조봉암 사법살인 '반복 언급
피습·검찰 수사와 연결해 '정치 심판' 구도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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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인천 구월로데오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을 향해 엄지를 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인천=김세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열흘째인 21일, '정치적 재도약'의 출발점인 인천을 찾았다. 무더운 날씨 속 이어진 유세에서 이 후보가 반복적으로 꺼낸 이름은 조봉암이었다. 조봉암 선생의 '사법살인'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자신의 피습과 검찰 수사 등의 정치적 상황을 이와 연결 지었다.
죽산 조봉암 선생은 이승만 정권에서 농림부 장관을 지내며 과감한 농지개혁을 단행했다. 국회의원으로 재선한 뒤 국회부의장에 선출됐고, 이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며 이승만 대통령을 위협했다. 그러나 이승만 정권은 조봉암 선생과 진보당 간부들을 체포했고, 간첩죄가 유죄로 인정돼 1959년 결국 교수형에 처해졌다. 훗날 대법원은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했다. 1898년 인천 강화에서 태어난 조봉암 선생은 인천 지역의 대표적인 정치인이기도 하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유세마다 정치적 억압의 상징으로 조봉암 선생을 소환했다.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광장 유세에서는 조봉암 선생의 농지개혁과 정치적 성장 과정을 소개하며 그의 죽음을 현대 정치사의 비극으로 꼽았다.
이 후보는 "농지 개혁을 실제 주도했던 사람이 조봉암이라는 분이었다. 국민들에게 인기도 참 많은 사람이었다"며 "국민들에게 인기가 많으니까 이승만 정권이 없는 죄를 뒤집어 씌워 '간첩이다. 반국가 단체, 이적 단체를 만들었다'고 조봉암이 만든 정치 단체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북한 사람을 만나서 불법 공작금을 받았다고 모함을 해 사법 살인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법살인을 당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이승만을 누르고 대통령이 됐을 것이고, 대한민국 역사는 바뀌었을 것"이라며 투표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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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는 이날 유세마다 정치적 억압의 상징으로 조봉암 선생을 소환했다.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광장 유세에서는 조봉암 선생의 농지개혁과 정치적 성장 과정을 소개하며 그의 죽음을 현대 정치사의 비극으로 꼽았다. /이새롬 기자 |
부평역 유세에서도 이 후보는 그 이름을 다시 꺼냈다. 그는 "여기(부평구)가 그분의 제헌의회 지역구였다"며 "국민을, 이 나라를 사랑했던 훌륭한 정치인이었지만, 정적을 제거하려는 이승만 독재자에 의해서 간첩으로 몰리고 불법적인 이적 단체를 만들었다는 모함을 받아서 조작 기소가 되고, 결국은 정의롭지 못한 사법부에 의해서 사형을 선고받고 처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간, 사법 살인을 당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만약에 조봉암 선생이 살아 있었다면 이승만의 독재도 그리 길지 못했을 것이고, 그리고 박정희의 장기 군사 독재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구 청라 유세에서도 이 후보는 "조봉암이 사법살인을 당하지 않았다면, 인천은 조봉암이라는 훌륭한 역사적 지도자를 낸 지역으로 기억하게 됐을 것"이라며 "이승만의 장기독재도 없었을 것이고, 4.19도 5.16도 없었을 것이고 장기간의 군사독재도 없었을 것이고, 5.18 광주학살도 없었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조봉암 선생을 반복적으로 소환한 것은 단순한 역사적 회상을 넘어서는 정치적 전략으로 보인다. 조봉암 선생을 시작으로 김구, 장준하, 김대중으로 이어지는 '정적 제거'의 역사를 읊기도 했는데 이를 자신에게 가해진 피습과 검찰 수사, 대법원 전원합의체 등과 연결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구월 유세에서 이 후보는 "제가 목에 칼을 찔려 1mm 차이로 겨우 살아났지만, 지금도 이렇게 방탄유리를 설치하고 경호원들이 경호하는 와중에 연설을 하지 않는가"라며 "여전히 이 내란은 끝나지 않고 지금도 2차, 3차 내란이 계속되고, 내란의 잔당들이 국가기관에 여전히 남아서 4차, 5차 내란을 꿈꾸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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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살인이라는 프레임은 이 후보가 반복적으로 강조해온 정치보복·검찰정치 주장과 맞닿아 있다. /이새롬 기자 |
사법살인이라는 프레임은 이 후보가 반복적으로 강조해온 정치보복·검찰정치 주장과 맞닿아 있다. 이를 통해 대선을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닌, 역사적 정치 탄압에 대한 심판의 장으로 규정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특히 인천이라는 지역적 배경은 이 전략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조봉암 선생의 고향인 인천에서 그를 언급하면서 지역 정체성과 역사적 정의, 정치적 현실을 효과적으로 연결했다. "인천 출신 대통령", 해불양수의 정신"을 강조한 것도 이런 서사를 보강하기도 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 지역구가 인천이지 않나"라며 "이런 조봉암을 사법살인한 사람이 바로 이승만 정권이다. 그 이승만을 국부로 추앙하는 사람들이 바로 저 국민의힘이고, 이번엔 응징하자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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