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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장관 "트럼프의 시리아 제재 해제, 다 계획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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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장관 "트럼프의 시리아 제재 해제, 다 계획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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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기대, 미증시 일제↑ S&P 장중 사상 최고 경신
상원 외교위서 “과도정부 붕괴 가능성”
“트럼프, 푸틴 협상 소홀 땐 제재 실행”
“비자는 특권… 시위 유학생 박탈 계속”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20일 워싱턴 덕슨 연방 상원의원 회관에서 열린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20일 워싱턴 덕슨 연방 상원의원 회관에서 열린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중동 순방 첫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제재 철회를 선언한 것에 대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이 20일(현지시간) 즉흥적 행동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중동 평화 구상의 일부였다는 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위해 한 일”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내년 미국 국무부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려 연방의회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외교 현안들에 대한 질문에 답변했다. 그는 지난해 말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이 무너진 시리아의 상황과 관련해 “몇 달이 아니라 몇 주 내에 과도정부가 붕괴하고 대규모 내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게 우리 평가”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대통령이 신속하게 제재 관련 조치를 추진한 것은 우리가 계획이 있기 때문”이라며 “제재 해제의 가장 즉각적인 영향은 인접 국가들이 과도정부 지원을 시작하고 실제 그들(과도정부)이 정부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배 메커니즘을 만들게 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시리아 상황은 레바논에도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령 2년 뒤 시리아와 레바논이 안정되면 지역 전체에 평화·안보 등을 위한 놀라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며 “이는 큰 도전 과제이지만 역사적인 기회”라고 강조했다.

실제 당장 효과가 나타났다. 이날 유럽연합(EU) 27개국이 아직 남아 있는 시리아 대상 제재들을 전부 해제하기로 합의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레 시리아 제재 해제를 결정하는 바람에 EU의 제재 해제 시점도 앞당겨졌다고 유로뉴스는 분석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20일 워싱턴 덕슨 연방 상원의원 회관에서 열린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20일 워싱턴 덕슨 연방 상원의원 회관에서 열린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루비오 장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중재 외교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상관을 두둔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능성을 시사했던 대(對)러시아 추가 제재에 대해 “그(트럼프)는 지금 우리가 제재를 위협한다면 러시아는 대화를 중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옵션이 있고 푸틴이 협상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할 경우 이를 실행할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의 주민을 인근 지역으로 재배치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서는 “타국 추방은 없다”고 해명했다. 루비오 장관은 “재건을 위한 임시 조치로 자발적 이주를 원하는 주민들을 수용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 일부 국가에 예비적으로 문의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비판 시위에 참여한 유학생들의 학생 비자를 정부가 취소한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에는 “비자는 권리가 아니라 특권”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여기에 손님으로 와서 우리 고등 교육 시설에 지장을 주는 사람들의 비자를 앞으로도 계속 취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청문회는 여야 만장일치로 루비오 장관 임명안을 인준한 상원이 그에게 처음 질문하는 자리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루비오가 트럼프 내각에서 상대적으로 합리적이고 온건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기대했던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트럼프 정책의 충실한 대변자 역할을 하는 그에게 배신감을 토로하며 그를 성토했다”고 전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