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
사법부 신뢰 회복·재판독립 등 논의
李 상고심 직접 언급은 빠져
‘정치적 사건’ 우려에 의결 쉽지 않을듯
사법부 신뢰 회복·재판독립 등 논의
李 상고심 직접 언급은 빠져
‘정치적 사건’ 우려에 의결 쉽지 않을듯
![]() |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에 참석, 입술을 다물고 있다.[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전국법관대표회의가 오는 26일 열릴 임시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상고심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법원의 상고심 절차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며 회의가 소집됐지만 사법부 내부 반발을 반영해 관련 내용을 제외했다. 최대한 민감한 사안을 빼고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취지에도 ‘역풍’이 우려돼 안건이 통과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조희대 빠진 안건 상정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의장 김예원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는 오는 26일 오전 10시 임시회의를 개최하고 2개 안건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논란이 된 대법원 판결의 대상 사건과 관련해 개별 재판과 절차 진행의 당부에 대한 의견 표명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재판 독립, 법관의 민주적 책임성과 같은 가치를 되새기고 사법 신뢰와 재판독립 일반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임시회의는 이 후보의 상고심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파기환송 결론을 내리면서 소집이 요구됐다. 김주옥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지난 7일 법원 게시판에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해명할 수 없는 의심에 대해 대법원장이 책임지고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며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일부 법관대표들이 임시회의 개최를 요구했고 지난 8일 투표를 통해 임시회의 개최가 결정됐다. 하지만 구체적인 안건을 정하기 위해 각급 법원 법관대표들이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신중론’이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한 고등법원 판사는 “판사들은 다른 판사의 재판에 대해 의견을 표하는 것을 꺼린다”며 “이 사건은 정치적인 요소를 떼놓고 보기 어렵다.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대선 후보 관련 재판에 대외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것을 두고도 부담이 크다”고 했다.
실제 임시회의 개최 여부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개최 요구 정족수인 ‘26명’을 가까스로 채웠다. 반대 의견을 표한 법관대표도 7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대표 ‘절반’ 동의 필요…역풍 우려에 미지수
![]() |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해 4월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2024 상반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임시회의에서 안건이 결의돼 전국법관대표회의 명의 입장문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우선 2개 안건을 상정했다. 첫번째 안건은 “재판 독립은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가치임을 확인하고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의 민주적 책임성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밝힌다. 향후 이번 사태의 경과를 모니터링하고 원인을 분석해 대책을 논의한다”는 내용이다.
이 후보 상고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모니터링’이라는 대책을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산하에 법관대표 8인 이상 25인 이하로 구성된 5개 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이 중 ‘사법신뢰 및 법관윤리 분과위원회’를 통해 사법부에 대한 비판 의견을 수렴·반영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두 번째 안건은 “사법 독립의 바탕이 되는 사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것을 심각하게 인식한다. 개별 재판을 이유로 한 각종 책임 추궁과 제도의 변경이 재판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에 우려한다”는 내용이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열고 ‘대법관 증원법’, ‘재판소원 허용법’ 등을 추진하는등 사법부를 압박하자 우려를 표하는데 방점이 찍혀있다.
다만 법관을 대상으로 한 설명 자료에 ‘특정 사건의 이례적 절차 진행’이라는 문구가 삽입되어 있어 이 후보 상고심 절차가 사법부에 대한 공격 빌미를 제공했다는 인식도 담겨있다.
법조계에서는 임시회의에서 토론을 통해 안건이 의결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수도권 부장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당시에도 의결에 반대하는 법관대표가 적지 않았다. 안건으로 올린 입장문의 문구 수정을 두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며 “이번 안건은 개최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어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비수도권에서 근무 중인 또다른 부장판사 또한 “사법부 신뢰 훼손·회복보다는 재판 독립 관련된 안건만 통과될 가능성도 있어보인다”며 “법관들이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제 식구 감싸기’만 한다는 역풍을 맞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는 구성원 과반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한 구성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현장에서 추가 상정되는 안건이나 상정된 안건에 대한 법관대표들의 논의를 바탕으로 종합될 예정이다. 회의 현장에서 구성원 9인의 동의를 얻으면 추가 상정이 가능하다. 의결될 경우 전국법관대표 회의 명의 입장문으로 발표된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