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보 당국 소식통들, 감청·군사 움직임 등 포착…"핵 시설 공격 가능성 높아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20일 이란 테헤란에서 지난해 헬기 추락사고로 숨진 고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누구에게도 허가를 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의 발언에 대해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AP=뉴시스 |
미국과 이란 간 외교 회담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CNN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스라엘 고위 관리들의 공개 및 비공개 메시지뿐 아니라 미 정보 당국의 이스라엘 통신 내용 감청을 통해 확인됐다고 정보 당국에 정통한 여러 소식통이 전했다. 두 명의 소식통은 이스라엘군(IDF)의 움직임을 관찰한 결과 공군 무기가 이동하고 공중 훈련을 마치는 등 군사 준비 상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미 정보 당국 관계자는 "최근 몇 달 동안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4월 23일(현지 시간) 예루살렘 야드 바솀 홀로코스트 추모관에서 열린 홀로코스트 추모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모든 무력을 다 해 하마스의 능력을 제거할 것"과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반드시 저지할 것"을 선언했다./AP=뉴시스 |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을 공격할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결국 이스라엘이 실제 공격을 감행할지,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는 미국과 이란 간 핵 프로그램 협상을 이스라엘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달려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없애거나 제한하는 외교거래가 성사되지 못할 경우 군사 조치를 감행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월 중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보낸 서한에서 협상 시한을 60일로 못박았다. 이 서한이 전달된 지 60일이 넘었고, 1차 회담이 시작된 지 38일이 지났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 미사일 생산시설과 방공망을 폭격한 데다, 오랜 경제 제재 여파와 이란의 대리 세력이 몰락하면서 수십년 만에 가장 취약한 군사 상황에 놓여있다. 이스라엘로선 절호의 공격 타이밍이다. 하지만 미국의 지원 없이 이스라엘 독자적으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파괴할 능력은 없다. 공중 급유와 지하 깊숙한 시설을 관통하는 데 필요한 미국의 폭탄이 필수적이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 특사가 2025년 3월 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웨스트 윙 밖에서 언론 관계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로선 미-이란 합의가 만족스럽지 않아도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 이 지역 전문 전직 고위 정보관 조너선 파니코프는 "네타냐후가 미국의 암묵적 승인 없이 공격을 개시해 미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파탄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중대한 도발을 하지 않은 한 현재로서는 미국이 이란 핵 시설 공격을 지원할 가능성은 작다고 트럼프 행정부 계획에 정통한 소식통이 CNN에 전했다.
미국과 이란의 회담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미국 대표단을 이끄는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는 지난 주말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의 우라늄 농축도 허용할 수 없다"며 "우리는 이란에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제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위트코프에 따르면 이달 초 오만에서의 네 번째 회담에 이어 미국은 이란과 이번 주 유럽에서 추가 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날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미국과의 협상이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으며 미국의 우라늄 농축 금지 요구는 "큰 실수"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란은 유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농축할 권리가 있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이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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