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안방 지키기도 벅찬 전자
中, 소비자 구매력 커지고 정부 파격 지원
브랜드 체급 높여 세계 시장 점유율 상승
로봇청소기 '로보락' 한국 시장 장악
판매액 기준 전 세계 22% 점유율 1위
TV 수량 기준 中 업체가 韓 추월
금액 기준 삼성·LG가 1·2위지만
中 미니 LED 필두 고가 시장도 넘봐
한때 값싼 복제품이나 가성비 제품을 내놓는 정도로 여겨졌던 중국의 전자제품에 대한 국내 전자 기업들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이미 세계 선두인 로봇청소기가 한국의 안방마저 장악한 가운데 TV와 생활가전도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며 한국 기업을 맹추격 중이다. 구매력이 커진 중국 소비자들이 많이 사주고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체급을 키운 중국 브랜드가 기술력과 품질 면에서도 한국 국가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따라잡을 날이 머지않았다는 위기론도 나온다.
한국 가정의 필수 아이템으로 떠오른 로봇청소기의 국내 시장 1위는 중국의 로보락이다. 한국 기업들의 제품 개발이 지지부진한 틈을 뚫고 들어와 2022~2024년 3년째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만도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로보락은 판매량 기준 16%, 판매액 기준 22.3%를 기록하며 1위를 기록했다. 저가형 모델부터 프리미엄 모델까지 시장에 내놓으며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는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늦게나마 시장의 가능성을 알아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활용한 새 제품을 내놓으며 반격에 나섰지만 냉정하게 보면 추격자 신세다. △물걸레 자동 세척 △자동 급·배수 △실내 구조 파악(매핑) 등 기술을 먼저 담은 건 로보락을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었다. 로보락 외에도 에코백스·나르왈·샤오미·드리미 등은 중국에서조차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상품을 담금질했다. 적극적으로 연구개발(R&D)에 나선 덕택으로 AI 내비게이션과 가벼운 물건을 들어올릴 수 있는 로봇 팔, 문턱을 넘는 로봇 발로 무장한 도전적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中, 소비자 구매력 커지고 정부 파격 지원
브랜드 체급 높여 세계 시장 점유율 상승
로봇청소기 '로보락' 한국 시장 장악
판매액 기준 전 세계 22% 점유율 1위
TV 수량 기준 中 업체가 韓 추월
금액 기준 삼성·LG가 1·2위지만
中 미니 LED 필두 고가 시장도 넘봐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 TCL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패널 기술 발전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
한때 값싼 복제품이나 가성비 제품을 내놓는 정도로 여겨졌던 중국의 전자제품에 대한 국내 전자 기업들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이미 세계 선두인 로봇청소기가 한국의 안방마저 장악한 가운데 TV와 생활가전도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며 한국 기업을 맹추격 중이다. 구매력이 커진 중국 소비자들이 많이 사주고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체급을 키운 중국 브랜드가 기술력과 품질 면에서도 한국 국가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따라잡을 날이 머지않았다는 위기론도 나온다.
로보락이 'CES 2025'에서 공개한 로봇청소기 '사로스 Z70'은 3차원 내비게이션 기능으로 주변을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물체를 집어올리는 로봇 팔을 갖췄다. 로보락 제공 |
한국 가정의 필수 아이템으로 떠오른 로봇청소기의 국내 시장 1위는 중국의 로보락이다. 한국 기업들의 제품 개발이 지지부진한 틈을 뚫고 들어와 2022~2024년 3년째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만도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로보락은 판매량 기준 16%, 판매액 기준 22.3%를 기록하며 1위를 기록했다. 저가형 모델부터 프리미엄 모델까지 시장에 내놓으며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는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늦게나마 시장의 가능성을 알아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활용한 새 제품을 내놓으며 반격에 나섰지만 냉정하게 보면 추격자 신세다. △물걸레 자동 세척 △자동 급·배수 △실내 구조 파악(매핑) 등 기술을 먼저 담은 건 로보락을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었다. 로보락 외에도 에코백스·나르왈·샤오미·드리미 등은 중국에서조차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상품을 담금질했다. 적극적으로 연구개발(R&D)에 나선 덕택으로 AI 내비게이션과 가벼운 물건을 들어올릴 수 있는 로봇 팔, 문턱을 넘는 로봇 발로 무장한 도전적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LCD 공급망 장악한 중국, 미니 LED 앞세워 TV 시장도 노려
브랜드별 TV 시장 점유율브랜드별 TV 시장 점유율 |
로봇청소기는 제품 평균 단가가 아직까지 60만 원 수준이다. 시장 규모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하지만 다른 제품도 안심할 수 없다. 중국 기업들이 가장 빠르게 뒤쫓는 곳은 TV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집계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TV 시장에서 수량 기준 중국의 TCL·하이센스·샤오미의 합산 점유율이 31.2%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합산 28.4%를 처음 앞섰다. 중국 기업들은 한국 디스플레이사들이 철수한 액정화면(LCD) 공급망을 장악하면서 비용을 아끼고 이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난다.
금액 기준으론 여전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2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두 브랜드가 최근 고가 제품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을 중시하며 프리미엄 시장을 사수하고 있어서다. 실제 옴디아의 집계를 보면 지난해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는 2,500달러(약 350만 원) 이상 TV 시장에서 OLED TV의 비중이 70%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전 세계 시장을 보면 중국이 LCD의 일종인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제품과 초대형 LCD 제품을 많이 생산하면서 고가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옴디아는 올해 중국 기업들이 앞세운 미니 LED TV 출하량이 920만 대에 이르면서 OLED TV(710만 대)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가전, 깨어난 위기의식... "중국 연구" "맞대응"
샤오미는 1월 한국지사를 정식 설립하고 TV와 로봇청소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등을 국내 시장에 정식 출시했다. 샤오미코리아 제공 |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생활가전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다. 2024년 중국 가전 산업의 수출액은 1,124억 달러로 2023년 대비 14% 증가하며 역대 최대 수준으로 올랐다. 과거엔 '애국 소비' 경향에 힘입어 내수 시장에서 저가 제품 위주로 세를 키웠다면 최근엔 스마트홈과 AI을 활용한 기능까지도 적극 도입하는 면모가 눈에 띈다.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체)이라 불리는 중국 정부의 보상판매 지원 정책 또한 주효했다. 이 정책이 지원 대상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스마트 제품에 집중하면서 프리미엄 가전 제품이 수혜를 본다는 것이다. 3월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최대 가전 전시회 'AWE 2025'가 AI를 화두로 앞세운 것도 중국 시장의 변화와 함께 중국 가전사의 경쟁력을 반영한 것이다.
한동안 바라만 보던 한국 기업들도 중국 가전사의 최근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말 중국 시장과 가전 기업의 경쟁력을 분석하는 수십 개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중국 연구'에 나섰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가전사와 맞닥뜨린 'CES 2025'에서 "중국의 위협을 인식하는 단계에서 실제 대응을 실행해야 하는 단계로 왔다"고 말했다.
'TV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행보가 바빠졌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은 지난 4월 올해 TV 제품 라인업을 소개하는 행사에서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우리의 약점을 공략한 것 같다"면서도 "중간 가격대 라인업을 보강해 점유율을 빼앗아올 것"이라며 정면 대응을 예고했다.
- ① <1>자율주행 정체 중인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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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④ <4>안방 지키기도 벅찬 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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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성비 넘은 '기술력'...韓 추격하던 中 가전, 세계 시장서 추월 중
- ⑤ <5>중국이 밀면 밀리는 철강
- ⑥ <6>호황 속 위기 외치는 조선
- ⑦ <7>공급 과잉에 속타는 화학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