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기업 수준 대우에도 노사 분규 격화
서울시 재정 투입 증가에 제도에 회의론
04년 이전으로 회귀하면 버스 체계 격변
서울시 재정 투입 증가에 제도에 회의론
04년 이전으로 회귀하면 버스 체계 격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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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약 협상이 결렬된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이틀째 준법 투쟁을 이어간 지난 8일 서울역 앞 버스환승센터 정류장에 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2025.05.08. bluesoda@newsis.com |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임금 협상 중인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파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04년 도입돼 21년째 운영 중인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존립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서울시 시내버스 노조 등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을 비롯한 전국 22개 지역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산하 시내버스 노조는 오는 28일 동시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이번 동시 총파업을 주도하는 주체는 서울시 시내버스 노조다. 서울 시내버스 노조는 지난해 12월 19일 대법원에서 통상임금에 관한 기존 판례를 변경된 데 따라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온전히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노조는 기본급 8.2% 인상, 그리고 현행 만 63세인 정년의 65세 연장 등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정기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하는 등 임금 체계 개편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임금 체계 개편에 따른 임금 상승을 반영한 뒤 기본급 인상 여부를 협의하는 게 순서라는 게 사측 입장이다.
준공영제를 통해 시내버스 운영에 광범위하게 개입하고 있는 서울시는 고민에 빠져 있다.
사측이 통상임금 전부 반영에 기본급 8.2% 인상이라는 노조 요구안을 수용할 경우 버스 기사 월급이 평균 513만원에서 639만원으로 25% 오르고 전체 버스 기사 인건비는 1조3000억원 수준에서 1조6180억원으로 뛰기 때문이다. 이를 재정 부담 없이 충당하기 위해서는 버스 요금을 1500원에서 1800원으로 300원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비용 증가는 준공영제 유지를 위한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공산이 크다. 해마다 임금 인상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이에 따라 서울시민 혈세로 버스 기사 임금을 과도하게 올려준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될 경우 서울시로서는 준공영제를 고수할 명분이 약화된다.
준공영제는 시내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2004년 7월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민간 운수회사가 서비스를 공급하는 형태는 유지하되 버스 운송으로 발생한 수입금은 회사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총비용이 총수입을 초과해 적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지자체가 재정을 투입해 보전한다. 대신 시는 버스 회사들에 안전 운행을 비롯해 안정적인 버스 노선 운영을 요구할 권리를 갖게 된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노사 분규가 일상화되고 파업이 거듭되며 기사 임금 인상이 과도하게 이뤄질 경우, 서울시로서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시내버스 준공영제 존속 여부에 관한 고민을 떠안게 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사측은 지금과 같은 흐름이 준공영제 자체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버스준공영제는 환승할인과 중앙버스전용차로 등 세계 어느 도시도 시도하지 못했던 시민 편의 위주의 정책으로 많은 격려를 받아 왔지만 노동조합이 연간 3000억원 가량의 무리한 임금 인상을 요구한 채 이를 파업이라는 방식으로 관철시키겠다고 고집한다면 서울시민들로부터 외면 받을 것이 분명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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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김정환(왼쪽)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과 박점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서울 시내버스 노사 조정 회의가 중단되자 자리를 나서고 있다. 2025.04.29. hwang@newsis.com |
만에 하나 서울시가 준공영제를 포기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준공영제가 해제되면 서울 시내버스는 공공의 필요보다는 개별 회사 수익에 맞게 운영된다.
서울시의 노선 조정권이 박탈되고 이에 따라 언제든 버스 회사 수익 위주로 노선이 운영될 수 있다. 굴곡 노선, 장거리 노선, 중복 노선이 늘어나면서 대부분의 버스가 승객이 가득 찬 상태로 운행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승객이 적어 수익성이 떨어지는 변두리에는 노선 자체가 사라져 서비스 자체가 제공되지 않을 수 있다.
버스 회사로서는 한 사람이라도 더 태우는 게 이익이므로 승객을 더 태우려는 경쟁이 치열해진다. 과속과 난폭 운전이 늘어날 수 있다. 아울러 탑승하는 시간이 긴 장애인이나 고령자를 태우지 않으려는 경향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인구가 많아 승객이 많은 지역에는 버스 회사들이 앞다퉈 노선을 편성하게 된다. 수익이 적은 변두리 노선에서 빼 온 버스를 승객이 많은 노선 쪽으로 돌리는 방식이다.
버스 회사 간 경쟁이 격화하면 회사별 매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버스 회사는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이 과정에서 버스 기사 인건비를 줄이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준공영제 하에서는 단체 협상을 통해 대부분의 시내버스 기사 급여가 균등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준공영제가 폐지되고 개별 노조가 개별 회사와 임금 협상을 할 경우 회사 실적에 따라 임금과 복지 등 기사들의 처우에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준공영제 폐지에 따라 시민이 가장 직접적으로 입는 피해는 대중교통 환승요금제 폐지다. 환승요금제에 따른 환승 할인은 2004년 준공영제 실시와 함께 도입된 제도다.
대중교통 환승 할인은 서울시의 재정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해 유지되고 있는 정책이다. 준공영제가 폐지돼 서울시가 버스 수입금 배분에 관여하지 않게 되면 자동적으로 승객들은 환승 할인을 받지 못하게 된다. 반대로 버스 회사는 승객이 갈아탈 때마다 요금을 받는 독립요금제에 따라 더 많은 수익을 확보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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