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관리가 쉽지는 않았다. 두 선수가 그간 팀 전력에서 차지하던 비중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팀이 오랜 기간 육성해서 꽃을 피웠던 선수들이라 아쉬움은 더 컸다. 심우준은 2014년 2차 특별 지명(14순위)로 입단했다. kt의 창단부터 지금까지 함께 한 나름의 역사였다. 엄상백은 2015년 팀의 1차 지명자였다. 두 선수의 성장과 함께 팀이 성장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떠난 선수는 떠난 선수고, 야구는 계속 해야 한다. 일단 엄상백이 자리는 트레이드를 해 메웠다.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SSG와 1대1 트레이드를 벌여 좌완 오원석(24)을 영입했다. 지난해 불펜에서 고생을 많이 한 핵심 필승조 김민을 내주는 출혈을 감수했다. 고비를 넘기지는 못했지만 아직 젊고, 좌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성과는 희망적이다. 오원석은 kt 코칭스태프의 조련을 거치면서 올해 성적이 훌쩍 뛰어올랐다. 지난해까지 KBO리그 통산 평균자책점이 5.13이었던 오원석은 올해 9경기에서 50이닝을 던지며 5승2패 평균자책점 2.34로 선전하고 있다. 원래 좋았던 구위에 다양한 색채가 더해졌고, 위기를 넘기는 힘도 제법 붙었다. 이강철 kt 감독이 요즘 오원석과 안현민의 이름만 나오면 활짝 웃는 이유다.
그렇게 오원석이 엄상백의 이름을 지워가고 있는 가운데, 불펜에서도 새로운 얼굴들이 나오고 있다. 엄상백의 공백을 완전히 지우기 위해서는 SSG로 건너 간 김민의 대체자까지 찾아야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 과제는 원상현(21)이 나서 풀고 있다. 지난해 1라운드 신인인 원상현은 올해 24경기에 나가 25⅔이닝을 던지며 1패6홀드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하며 대박의 향기를 풍기고 있다. 피안타율은 0.176,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1.09에 불과하다. 매년 핵심 불펜 투수 하나를 기가 막히게 뽑아냈던 kt의 마법은 올해 원상현을 가리키고 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하고 지난해부터 많은 경험을 줬던 선수다. 지난해 22경기에서 65⅓이닝을 던졌다. 경기 초반에 난타를 당해도 눈 딱 감고 계속 던지게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감독도 “원상현도 작년에 세금을 많이 냈다. 엄청 고생을 했다”고 웃으면서 “조금 있으면 육청명도 다 나아서 6월쯤 올라올 것이다. 그래도 145㎞를 때리고 1이닝을 막을 수 있다. 볼이 지저분하다”고 두 어린 선수에 기대를 걸었다.
올해 3라운드 신인인 김재원 또한 18일 LG전에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데뷔전을 치렀다. 이 감독은 “호주 때와 완전히 달라졌다. 완전히 (투구폼이) 안정되고 있어서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만원 관중 앞에서 씩씩하게 던지더라. 슬라이더가 좋다”고 더 실험할 뜻을 드러냈다. 야수진에서는 어마어마한 운동능력으로 무장한 안현민이 외야에 자리를 잡은 가운데, 박민석(25)이 최근 가능성을 보여주며 유격수 자리에서 심우준의 뒤를 이을 자원으로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 창단 후 10년이 지난 지금, 어느덧 저력이 쌓인 kt의 그라운드에 다시 파릇파릇한 풀들이 자라고 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