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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소득공제 11번째 연장?…일몰 적용되지 않는 조세지출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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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소득공제 11번째 연장?…일몰 적용되지 않는 조세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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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cy 2.0]<5>일몰 없는 조세지출 ②

[편집자주] 선거는 정책 경쟁의 장(場)이다. 미뤄왔던 정책 과제들이 쏟아진다. 정책 과제를 해결하는 것은 대한민국 '1.0'에서 '2.0'으로 가는 과정이다. 미뤄왔던 정책 과제를 이슈별로 살펴본다. 이 같은 정책 과제를 'Policy(정책) 2.0'으로 명명했다.

조세지출의 유형/그래픽=이지혜

조세지출의 유형/그래픽=이지혜


연말 정산의 단골손님인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사실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은 제도다. 다른 조세지출과 마찬가지로 특정 기한이 지나면 효력이 사라지는, 즉 일몰을 전제로 적용되고 있어서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은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적용 시기를 올해 말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999년 도입된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지금까지 일몰이 10번 연장되면서 사실상 영구적인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처럼 정상적으로 거둬들여야 할 세금에 특례를 부여하는 것을 조세지출이라고 한다. 조세지출의 종류에는 △감면 △비과세 △소득공제 △세액공제 등이 있다.

올해는 굵직굵직한 조세지출의 일몰이 예고돼 있다. 전례를 봤을 때 주요 조세지출이 예정대로 일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만큼 정부의 세입 여건에는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올해 일몰 도래하는 조세지출만 72건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조세지출의 감면액은 최소 16조9000억원이다. 지난해 9월 작성된 조세지출예산서를 기준으로 한 수치다. 그사이 올해 일몰되는 조세지출 항목이 7건 정도 늘었기 때문에 감면액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조세지출은 총 72건이다.

올해 일몰되는 조세지출 중 연간 감면액이 300억원이상인 조세지출만 23건이다. 기재부는 연간 감면액 300억원 이상인 조세지출 중 일몰이 도래하는 조세지출을 의무심층평가 대상으로 선정한다. 심층평가 결과를 토대로 일몰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23건의 조세지출의 감면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15조8000억원에 이른다.

2025년 일몰도래 조세지출 항목/그래픽=윤선정

2025년 일몰도래 조세지출 항목/그래픽=윤선정



의무심층평가 대상 중 상당수는 일몰이 여러차례 연장됐다. 23건 중 일몰 연장 횟수가 9~10회에 이르는 건만 9건에 이른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재활용폐자원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매입 세액공제 특례 등은 각각 일몰이 10회 연장됐다. 올해 감면액 규모가 2조5000억원으로 예상되는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세액감면 역시 연장 횟수가 8번이다.


이들 조세지출 중 상당수는 과거 심층평가에서 제도 축소와 제도 재설계 등의 평가를 받았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경우 2016년과 2018년 심층평가에서 각각 장기적 축소·폐지, 축소 연장 등의 평가가 나왔다. 2022년 심층평가에서도 제도 재설계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2018년과 2022년 일몰 당시에 확대 연장됐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당초 자영업자의 과세표준을 양성화하고 근로소득자의 세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과세표준 양성화라는 정책 목표는 달성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근로소득자의 세부담이라는 장벽에 부딪히면서 매번 일몰이 연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세액감면도 쟁점이 많은 조세지출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세액감면은 중소기업 본점 소재지와 업종, 기업규모 등에 따라 소득·법인세를 5~30% 감면해주는 제도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반길 수밖에 없는 제도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다른 지원 등을 감안해 2017년과 2020년 2022년 심층평가에서 각각 장기적 축소·폐지 평가를 받았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의 운명은?

이밖에 비과세 종합저축에 대한 과세특례, 조합법인 등에 대한 과세특례 등도 과거 심층평가에서 축소연장 등의 평가를 받았지만 일몰이 도래했을 때 단순연장으로 결론났다. 심층평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의미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5년 조세특례 심층평가가 시작된 이후 총 109건의 의무심층평가가 이뤄졌는데 이 중 폐지가 건의된 것은 6건, 장기적 축소·폐지가 건의된 것은 18건이다. 하지만 실제로 폐지된 조세지출은 6건에 불과했다. 심층평가에서 재설계가 건의된 21건의 조세지출 중에서 제도개선이 반영된 항목도 5건에 그쳤다.

연도별 일몰기한 도래 조세지출 현황/그래픽=이지혜

연도별 일몰기한 도래 조세지출 현황/그래픽=이지혜


이에따라 매년 일몰이 도래하는 조세지출은 약 80% 이상의 비율로 재설계 또는 적용기한 연장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세감면액은 최근 10년 사이에 연평균 10.8%씩 증가하고 있다. 올해 기준 국세감면액만 78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정부 예상보다 덜 걷힌 세입 규모가 30조8000억원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조세지출 재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조세지출은 경제여건이나 세입증감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세수손실을 초래한다"며 "항구화·기득권화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일몰이 도래한 항목에 대한 성과관리를 강화해 국세감면율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조세지출의 수혜자별 혜택도 정부의 전반적인 정책 방향과 엇박자다. 조세지출의 혜택을 보는 개인을 기준으로 올해 근로소득 8400만원 이하인 중·저소득자의 감면액 비중은 66.6%다. 해당 비중은 2023년(67.7%)과 비교해 낮아지고 있다. 기업 역시 대기업으로 통칭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의 혜택 비중이 2023년 16.7%에서 2025년 17.9%로 증가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오는 7월 발표할 세법개정안에 일몰 여부가 반영된 정부안을 담을 예정"이라며 "정부안이 확정되면 국회 논의를 통해 최종 일몰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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