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
미국이나 중국에서 운행되는 자율주행 택시를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반자율주행의 위험성을 알리는 문구를 고속도로에서 보면서 맞는 말이긴 한데 한편으로 우리나라 자동차의 반자율주행 기술수준이 낮아 시기상조라는 의미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의 자율주행 택시는 사람,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가 같이 다니는 혼잡한 길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운행하는데 IT 강국이라 자부하는 우리는 이렇게 위험성을 홍보하고 있어 든 생각이다. 사실 자율주행의 위험성이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것과 사고율을 비교해 상대적인 위험성을 평가하는 것이 공정한 평가인 듯하다.
의료서비스도 기술의 발전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원격진료는 미래사회에서나 실현될 것이 아니고 필수 의료인프라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환자가 거동을 못하면 보호자는 왕진을 올 수 있는 의사를 찾아서 치료를 받게 했다. 왕진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요즘같이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구급차가 없고 교통수단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통수단이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왕진문화는 없어졌다. 이렇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의료서비스 양상도 달라졌다.
환자를 가장 정확히 진찰할 수 있는 방법은 대면진료다. 외래진료 같은 경우 환자가 들어오는 모습부터 앉는 행위, 표정, 하물며 냄새도 환자를 정확히 판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원격진료는 대면진료와 비교해 한계가 있지만 원격진료의 시대가 오는 것 또한 분명하다.
환자들은 병원에 가서 접수를 해야만 진료를 보고 검사를 하고 처방전도 받을 수 있다. 사실 필요한 검사를 결정하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기는 하지만 미리 온라인 접수를 하면서 기초적인 검사나 필요한 정보를 결정하면 기초적인 검사는 환자가 몰리지 않고 편한 곳에서 받고 병원으로 가서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현재의 기술이나 인프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또 다른 예로 만성질환 환자는 간단한 검사결과만 확인하고 처방전을 받으면서도 매번 환자는 꼭 병원에 가야만 한다. 특히 지방의 환자들이 서울에 와서 검사를 받고 1주일 후 다시 병원에 와서 진료를 받는 불편은 거주지 근처에서 검사하고 결과를 온라인으로 보내 진료받는 것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원격진료는 미국에서 가장 먼저 활성화됐는데 땅이 넓은 지리적 특성으로 인한 필요성 때문인 것 같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 연방정부는 메디케어를 통해 원격진료를 적극 허용했다. 특히 건강보험 양도 및 책임에 관한 법(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HIPAA)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줌(ZOOM) 페이스타임(FaceTime) 등의 민간 플랫폼을 이용한 진료도 허용했고 원격진료 플랫폼기업으론 텔라닥헬스(Teladoc Health) 암웰(Amwell) 등이 있다. 팬데믹 이후 전체 외래진료의 20~25%가 원격으로 전환됐다. 영국에선 원격진료도 공공의료(National Health Service·NHS) 중심으로 제공되는데 2020년부터 '디지털 우선 전략'을 도입했고 공공시스템인 '이컨설트'(eConsult) '아스크마이지피'(askMyGP) 같은 정부지원 플랫폼을 이용한다. 환자는 NHS 앱을 통해 진료예약, 상담, 처방전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전화상담 및 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며 원격진료를 제한적으로 시작했다. 전 세계 주요국은 공공플랫폼 활용, 의료계와 신뢰구축, 법적 장치의 정비 등이 함께 진행됐지만 우리나라는 의료계 내부의 반발, 오진우려, 상업적 오용 등의 문제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이제 원격진료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자율주행처럼 기술의 발전에 따라 사회가 변해가는 과정으로 지금 우리는 의료시스템의 전환점에 서 있다.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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