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코칭스태프는 매 경기 등판마다 소형준의 팔 상태를 체크한다.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있으면 바로 등판 일정을 수정한다. 5월 14일 삼성전(6이닝 2실점) 이후 회복이 조금 느린 감이 있었다. 그래서 추가 휴식을 주기로 했다. 당초 20일 수원 KIA전에 등판한 뒤 1군 엔트리에서 빼 열흘 휴식을 주는 계획이었지만, 20일 경기에 임시 선발을 놓고 소형준을 25일 선발로 돌리기로 했다.
20일 경기의 임시 선발은 사실 큰 이견이 없었다. 퓨처스리그에서 소형준과 로테이션을 맞춰 돌아가고 있던 우완 조이현(30)이 준비되어 있었다. 마치 소형준의 그림자 같이 움직이던 조영우에게 이미 20일 경기에 등판할 수 있다는 언질은 간 터였다. 묵묵하게 2군에서 준비를 했고, 20일 경기에 등판해 자신의 몫을 120% 이상 수행하며 팀의 5-3 승리에 발판을 놨다. 기세가 좋았던 상대 타선을 묶으며 모두에게 박수를 받을 만한 피칭을 했다.
조이현은 이날 5⅓이닝 동안 5개의 안타를 맞았으나 노련하게 산발 처리하며 1실점으로 잘 막고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2㎞에 그쳤지만 보더라인을 파고드는 제구력, 그리고 구종 간의 구속 편차를 둬 노련하게 KIA 타자들의 방망이를 피해 갔다. 인플레이타구를 잘 막아낸 수비수들의 도움도 있었다. 동료들의 물벼락 세리머니를 받은 조이현은 경기 후 “(장)성우 형이 항상 공을 받아보시고 좋은 방향으로 잘 이끌어주신다. 나는 사인이 나는 대로 편하게 던졌던 것 같다”고 포수 장성우를 비롯한 동료들에게 첫 승의 공을 돌렸다.
사실 굉장히 힘든 보직이다. 1군 선발 로테이션이 펑크가 났을 때 가장 먼저 호출되는 선수이기는 하지만, 그 펑크가 언제 날지는 사실 예상하기가 어렵다. 비 때문에 예정에 없던 등판이 생길 수도 있고, 혹은 비 때문에 예정된 등판이 취소될 수도 있다. 1군과 2군의 경계에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큰 인내심과 강략한 멘탈을 필요로 한다. 그것을 알기에 kt 코칭스태프는 조이현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조이현은 이미 몇몇 경험을 통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제는 노하우도 있다. 조이현은 “평소처럼 똑같이 준비했다”고 했다. 1군 대체 선발 일자에 맞춰 2군에서 그림자처럼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다. 조이현은 “나는 이렇게 올라갔을 때는 그냥 첫 번째로 올라가는 투수라고 생각을 한다. 뒤에 나오는 우리 불펜 투수들이 좋고 하다 보니까 뒤의 투수들에게 편한 상황에 올라갈 수 있게 잘 던지려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승리는 승리고, 기쁨은 오늘까지다. 조이현은 다시 언제 올지 모르는 다음 1군 등판을 준비한다. 사실 기약은 없다. 심리적으로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을 믿는 팀을 위해 다시 뛴다. 조이현은 “kt에 와서 너무 행복하고 재미가 있다. 다시 이렇게 야구를 할 수 있게 해주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럼으로써 내가 더 열심히 하고 더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 “똑같이 평소처럼 운동을 하면서 준비하고 있겠다”고 웃어보였다. 다시 잠시 그늘이 되어 사라지지만, 팬들은 그 이름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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