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스포티비뉴스 언론사 이미지

그늘에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빛… kt의 영웅, ‘그림자’ 아닌 ‘주인공’ 자격 있다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원문보기

그늘에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빛… kt의 영웅, ‘그림자’ 아닌 ‘주인공’ 자격 있다

속보
김건희특검, '통일교 1억 수수' 권성동에 징역 4년 구형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kt 선발진의 핵심인 소형준(24)은 2023년 시즌 초 팔꿈치 수술로 이탈했다. 1년이 넘는 재활을 거쳐 지난해 시즌 막판 복귀했다. 올해 다시 선발 로테이션을 정상적으로 돌고 있다. 그러나 공백이 있었던 만큼 정상 로테이션은 힘들다. kt도 시킬 생각이 없다.

kt 코칭스태프는 매 경기 등판마다 소형준의 팔 상태를 체크한다.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있으면 바로 등판 일정을 수정한다. 5월 14일 삼성전(6이닝 2실점) 이후 회복이 조금 느린 감이 있었다. 그래서 추가 휴식을 주기로 했다. 당초 20일 수원 KIA전에 등판한 뒤 1군 엔트리에서 빼 열흘 휴식을 주는 계획이었지만, 20일 경기에 임시 선발을 놓고 소형준을 25일 선발로 돌리기로 했다.

20일 경기의 임시 선발은 사실 큰 이견이 없었다. 퓨처스리그에서 소형준과 로테이션을 맞춰 돌아가고 있던 우완 조이현(30)이 준비되어 있었다. 마치 소형준의 그림자 같이 움직이던 조영우에게 이미 20일 경기에 등판할 수 있다는 언질은 간 터였다. 묵묵하게 2군에서 준비를 했고, 20일 경기에 등판해 자신의 몫을 120% 이상 수행하며 팀의 5-3 승리에 발판을 놨다. 기세가 좋았던 상대 타선을 묶으며 모두에게 박수를 받을 만한 피칭을 했다.

조이현은 이날 5⅓이닝 동안 5개의 안타를 맞았으나 노련하게 산발 처리하며 1실점으로 잘 막고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2㎞에 그쳤지만 보더라인을 파고드는 제구력, 그리고 구종 간의 구속 편차를 둬 노련하게 KIA 타자들의 방망이를 피해 갔다. 인플레이타구를 잘 막아낸 수비수들의 도움도 있었다. 동료들의 물벼락 세리머니를 받은 조이현은 경기 후 “(장)성우 형이 항상 공을 받아보시고 좋은 방향으로 잘 이끌어주신다. 나는 사인이 나는 대로 편하게 던졌던 것 같다”고 포수 장성우를 비롯한 동료들에게 첫 승의 공을 돌렸다.


조이현은 “작년에 내가 첫 등판 때 여기서 (KIA를 상대로) 안 좋았었다. 그래서 좀 많이 신경이 쓰이고 평소보다 더 긴장했던 것 같다”면서 “1회에 내가 조금 잘 막고 내려와서 상대 투수가 조금 안 좋았을 때 2점을 뽑아냈다”면서 그 순간부터 잘 풀릴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실 굉장히 힘든 보직이다. 1군 선발 로테이션이 펑크가 났을 때 가장 먼저 호출되는 선수이기는 하지만, 그 펑크가 언제 날지는 사실 예상하기가 어렵다. 비 때문에 예정에 없던 등판이 생길 수도 있고, 혹은 비 때문에 예정된 등판이 취소될 수도 있다. 1군과 2군의 경계에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큰 인내심과 강략한 멘탈을 필요로 한다. 그것을 알기에 kt 코칭스태프는 조이현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조이현은 이미 몇몇 경험을 통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제는 노하우도 있다. 조이현은 “평소처럼 똑같이 준비했다”고 했다. 1군 대체 선발 일자에 맞춰 2군에서 그림자처럼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다. 조이현은 “나는 이렇게 올라갔을 때는 그냥 첫 번째로 올라가는 투수라고 생각을 한다. 뒤에 나오는 우리 불펜 투수들이 좋고 하다 보니까 뒤의 투수들에게 편한 상황에 올라갈 수 있게 잘 던지려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날은 ‘그림자’가 아닌, ‘주인공’의 자격이 충분했다. 이강철 kt 감독도 경기 후 “선발 조이현이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말 좋은 투구를 하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면서 “조이현의 시즌 첫 승 축하한다”고 가장 먼저 조이현의 이름을 꺼냈을 정도였다. 동료들도 항상 묵묵하게 준비하는 조이현의 어려움을 알기에 이날 물벼락으로 세리머니를 장식해줬다. 흠뻑 젖었지만, 싫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승리는 승리고, 기쁨은 오늘까지다. 조이현은 다시 언제 올지 모르는 다음 1군 등판을 준비한다. 사실 기약은 없다. 심리적으로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을 믿는 팀을 위해 다시 뛴다. 조이현은 “kt에 와서 너무 행복하고 재미가 있다. 다시 이렇게 야구를 할 수 있게 해주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럼으로써 내가 더 열심히 하고 더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 “똑같이 평소처럼 운동을 하면서 준비하고 있겠다”고 웃어보였다. 다시 잠시 그늘이 되어 사라지지만, 팬들은 그 이름을 잊지 않는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