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왼쪽부터),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중앙지검 반부패 수사 2부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대화하고 있다. 2025.02.24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이 20일 동반 사의를 표명했다. 헌법재판소가 국회 탄핵소추를 기각해 업무에 복귀한 지 두 달여 만이다. 이 지검장 등이 전격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지검장과 조 차장은 사의 표명 이유로 건강상 이유를 들었다. 아직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사표를 수리하지는 않았다. 사표 수리 절차 등을 고려하면 이 지검장과 조차장의 퇴직 예정일은 대선 전날인 다음 달 2일이라고 한다.
현직 검사로는 최초로 탄핵소추됐던 안동완 서울고검 검사도 최근 법무부에 사의를 밝혔다. 안 검사는 국가정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씨를 보복 기소한 의혹으로 2023년 9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됐는데 지난해 5월 헌재에서 재판관 5 대 4로 청구가 기각되면서 직무에 복귀했다.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중앙지검 지휘부가 동반 사의를 밝힌 것은 검찰 역사상 처음이다. 이 지검장과 조 차장은 당분간 업무 인수인계 등을 위해 정상적으로 출근할 예정이다.
앞서 이 지검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명품가방 수수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를 지휘한 뒤 김 여사를 지난해 10월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조 차장은 이 가운데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당시 검찰은 김 여사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된 건 맞지만,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했다고 볼 만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국회는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책임진 이 지검장과 조 차장, 최재훈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헌재가 지난 3월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 이 지검장 등은 업무에 복귀했다.
이 지검장 등은 애초 좀 더 이른 시점에 사의를 표명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중앙지검이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연루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 등 중요사건을 수사 중인 점을 고려해 사의 표명 시기를 미뤄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은 김 여사에게 피의자 신분 출석을 통보하는 등 수사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이 지검장은 이날 통화에서 “헌재에서 정당성을 인정받고 돌아오면 바로 사표를 내려고 했다”며 “그런데 후배들을 생각해 일단은 돌아와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이제 어느 정도 체계가 잡혔다. 더 늦으면 정부가 바뀌고 그러면 인사에 연연하는 사람이 되는 거라, 그걸 끊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 차장은 통화에서 “복귀해서 이제 어느 정도 안정화가 돼서 때가 됐다고 판단하고 결정한 것”이라며 “이 지검장이나 저나 심신이 많이 지쳐있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이 지검장과 조 차장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사건 재수사 결정에 항의성 사표를 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고검은 중앙지검의 무혐의 처분 6개월 만인 지난달 25일 재기수사를 결정했고, 검사 2명을 파견받아 3명으로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 중이다. 조 차장 등은 서울고검의 재수사 착수에 대해 주변에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검장 등이 6·3 조기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앞선 김 여사 수사의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재수사에서 김 여사를 기소하는 것으로 판단이 바뀌면 이 지검장 등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이 지검장은 성남지청장 때 이 후보의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을 지휘해 기소하기도 했다. 일선 검찰청 한 부장검사는 “대선 후 있을 인사에서 어차피 검찰을 떠날 것이 유력한 상황에서 떠밀리듯 나가기보다 먼저 사표를 내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지난해 7월 대통령경호처 부속 건물에서 이뤄진 출장조사에서 주가조작 인지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들에 대해 대부분 “잘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했지만, 검찰은 “10여년이 지나 기억의 한계일 수도 있다”며 납득하고 넘어갔다. 헌재도 이 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 “문자나 메신저 내용, PC 기록 등을 확보할 필요가 있을 수 있음에도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적절히 수사가 이뤄지도록 지휘·감독하였는지는 다소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김 여사 수사 결과뿐 아니라 과정상으로도 특혜란 비판이 거셌다. 김 여사 조사 사실을 사전에 몰랐던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수사팀을 공개 비판하고 대국민 사과를 하는 초유의 일까지 벌어졌다.
김 여사 수사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 사표를 내려해도 퇴직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징계사유가 있으면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사직할 수 없다. 이 지검장은 도이치모터스 재수사 결정이 사의 표명에 영향을 줬다는 해석에 대해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지검장은 “내가 그분(김 여사)을 보호할 이유도 없다”면서도 “고검도 정치적인 판단을 하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주 3일 10분 뉴스 완전 정복! 내 메일함에 점선면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