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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아이폰 조립만 안할래”...AI 대변신 선언한 이 기업은

매일경제 박승주 기자(park.seungjoo@mk.co.kr), 이상덕 기자(asiris27@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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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아이폰 조립만 안할래”...AI 대변신 선언한 이 기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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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최대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산업의 핵심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했다. AIDC 산업 규모가 2034년 1000조원으로 급성장할 전망인 가운데 기존 스마트폰 생산에서 벗어나 AI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메시지다.

영 리우(Young Liu) 폭스콘 CEO

영 리우(Young Liu) 폭스콘 CEO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20일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관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 기조연설에서 “스마트 제조, 전기차, 스마트시티를 아우르는 세 가지 플랫폼에 AI 역량을 접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폭스콘의 AI 팩토리 기술력을 글로벌 산업 표준으로 정착시킨다는 비전이다.

류 회장은 “AI 팩토리는 단순한 설비나 구조물이 아니라 폭스콘이 산업 전환 과정에서 어떤 철학과 흐름을 따라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결과물”이라며 “디지털 트윈, 생성형 AI, 로보틱스를 결합한 새로운 공장 모델이 기업의 정보기술(IT) 전환을 위한 표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폭스콘은 엔비디아 ‘GB300 NVL72’ 기반 AI 슈퍼컴퓨팅 인프라스트럭처를 비롯해 AI 서버, 고속신호 커넥터, 전력 시스템, 액체 냉각 장비에 이르기까지 AIDC 전체를 아우르는 하드웨어 제품군에 대한 로드맵을 공개했다. 또 엔비디아와 손잡고 이 같은 제품군을 활용해 대만에 AI 슈퍼컴퓨팅 센터를 단계적으로 구축할 방침이다.

폭스콘은 이미 전 세계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서버 시장의 40%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물론 엔비디아, 구글,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도 주된 고객사다. 엔비디아 첨단 칩인 GB200 등을 공급받아 서버를 제조한다.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는 2023년 2292억달러(약 320조원)에서 2034년 7757억달러(약 1085조원) 규모로 증가할 전망이다.

폭스콘은 이러한 AI 팩토리 기술력을 활용해 로봇 제어, 도시 운영까지 포괄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이번 전시에서는 반도체 배송 로봇과 함께 간호 로봇 ‘누라봇’을 선보였다. 대만 타이중 베테랑스 종합병원에 연내 배치될 예정인 누라봇은 간호 업무 시간의 최대 30%를 절감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폭스콘은 프랑스 방산기업 탈레스, 커넥터 전문업체 라디알과 손잡고 유럽 내에서 처음으로 ‘팬아웃 웨이퍼 레벨 패키징(FOWLP) 기반 반도체 후공정(OSAT)’ 공장 설립을 추진한다. FOWLP는 전통적인 반도체 패키징 방식보다 더 많은 입출력 단자를 탑재해 스마트폰과 AI 등 첨단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항공우주, 자동차, 방산을 비롯한 유럽 전략산업의 고급 패키징 수요를 흡수한다는 방침이다. 또 탈레스와 저궤도 큐브위성 생산에서도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 회장은 “스마트 제조뿐 아니라 전기차, 스마트시티 플랫폼까지 확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AI 팩토리는 단순한 자동화 설비가 아니라 다양한 제조 경험과 전문 지식을 축적하고 공유하는 지능형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 공장은 물리적 설비보다 먼저 데이터를 갖춘 AI 모델이 존재하게 될 것이며 이 모델이 실제 산업 설계를 이끌게 된다”면서 “폭스콘은 이를 위해 AI 기술과 디지털 트윈, 로보틱스를 통합한 차세대 제조 운영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을 대표하는 팹리스 반도체 기업 미디어텍도 AI 전략을 소개했다. 차이리싱 CEO는 “AI를 위한 특별한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그 위에 작동할 수 있는 540개 이상의 AI 모델을 이미 에지 플랫폼에 올려놨다”며 “모바일 플랫폼만 따져도 240개 이상의 최신 AI 모델이 이미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텍이 클라우드에만 의존하지 않고 칩 자체의 연산 능력으로 실시간·저지연·저전력 AI 처리 생태계를 구현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4세대 플래그십 모바일 AP △3D 패키징 기반 초고성능 연산칩 △차량용 AI 솔루션 등을 포함한 AI 전략을 잇달아 선보였다.


두 사람의 기조연설 무대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등장해 폭스콘·미디어텍과의 협업을 과시했다. 황 CEO는 류 회장 무대에서 “AI는 이제 하나의 산업이며 그 산업을 실현하는 것은 바로 AI 팩토리”라면서 “가장 복잡한 AI 서버를 가장 빠르게 만드는 회사가 폭스콘”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황 CEO는 미디어텍 무대에서는 “우리는 단순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를 넘어 AI 인프라를 설계하고 파트너들과 함께 지구 전체에 AI를 위한 기반을 깔고 있다”며 “미디어텍은 그 중심에 있는 최고의 협력사 중 하나”라고 밝혔다.

타이베이 박승주 기자·서울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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