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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법원 “베네수 이민자 ‘임시보호 체류’ 자격 취소 가능”···35만명 추방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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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법원 “베네수 이민자 ‘임시보호 체류’ 자격 취소 가능”···35만명 추방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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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추방된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이 지난 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중부 마이케티아 소재 시몬볼리바르 국제공항에 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추방된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이 지난 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중부 마이케티아 소재 시몬볼리바르 국제공항에 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미 정부가 베네수엘라 이민자의 임시보호지위(TPS)를 박탈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로 임시 체류 자격이 주어진 베네수엘라 이민자 약 35만명이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대법원은 19일(현지시간) 국토안보부가 지난 2월 베네수엘라를 TPS 대상국에서 제외한 조치를 취소해달라며 이민자 단체 ‘국가 TPC 연합’ 등이 제기한 소송에서 1심·2심 판결을 뒤집고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대법관 찬성 6, 반대 3 의견으로 내려졌다. 다만 대법원은 구체적인 판결 이유와 어느 대법관이 찬·반 의견을 냈는지 등을 밝히지 않았다. 대법관 6명은 보수 성향, 3명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대법원의 판결로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이민자의 TPS 자격을 박탈하고 이들을 추방할 수 있게 됐다. 미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34만8202명의 베네수엘라 이민자가 TPS에 등록됐다.

TPS는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인해 자국으로 갈 수 없는 이민자에게 주는 임시 체류 자격이다. 미국은 인도적 차원에서 1990년부터 이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아이티, 시리아, 미얀마 등 치안이 심각하게 나쁘거나 내전이 발생한 나라를 TPS 적용 대상국으로 선정했으며, 나라별로 TPS 적용 기간이 정해져 있다.

베네수엘라 이민자에 대한 TPS 기한은 당초 2026년 10월2일이었지만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은 지난 2월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이 공공 안보를 위협하고 자원을 고갈시킨다”며 베네수엘라 이민자에게 준 TPS를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소가 제기되자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은 1심에서 국토안보부의 TPS 철회 일시 정지 명령을 내렸다. 에드워드 첸 판사는 “놈 장관의 조치는 수십만명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위험이 있다”며 “그들의 삶, 가족, 생계가 심각하게 파괴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이주민 전체를 범죄자로 묘사한 것에 대해 인종차별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판결이 뒤집히자 수많은 베네수엘라 이민자가 위험한 상황에 놓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부정선거 의혹을 받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반정부 인사를 탄압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 12일 베네수엘라 여행 권고 수준을 4단계인 ‘금지’ 수준으로 올렸다.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는 권위주의 마두로 정권에서 도피한 35만 베네수엘라 국민을 위한 TPS를 잔혹하게 중단했다”며 “베네수엘라 국민은 극심한 억압, 자의적 구금, 처형, 고문 등에 맞닥뜨리고 있다. 빈곤율은 급증하고 있으며 전기, 수도, 의료 서비스도 부족하게 공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자 추방’을 주요 정책으로 삼은 트럼프 행정부는 TPS 자격 박탈 국가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국토안보부는 최근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과 동성애자를 처벌하는 카메룬 등 출신 이민자에게도 TPS를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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