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관저사용 비용 은폐 대통령비서실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나영 기자 |
‘안녕하세요. 대통령비서실입니다. 귀하가 청구하신 내용은 정보부존재함을 알려드립니다. 기안자 전00 행정관, 결재권자 최00 총무운영관리팀장. 전화번호 02-000-0000’
지난달 18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쪽에 도착한 정보공개청구 통지서 내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뒤에도 관저에 1주일간 머무르며 ‘환송 만찬’을 벌인 정황이 나오자, 이들 단체는 지난달 11일 대통령비서실에 윤 전 대통령이 ‘무단으로’ 사용한 비용 내용과 지출 주체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일주일 뒤 돌아온 건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1줄이 전부였다. 통상적으로 자료 하단에 들어가는 결재 담당자 이름과 내선 번호도 ‘00’으로 가려져 있었다.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2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관저사용 비용 은폐 대통령비서실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오전 11시22분 부로 대통령직을 잃고 대통령 관저 거주 자격이 사라졌지만, 이후 1주일간 관저에 머무는 당시 식자재를 실은 것으로 보이는 탑차와 조리사들이 관저를 드나드는 모습이 포착되며 세금으로 환송 만찬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해당 기간 동안 2인 가구 주 평균 물 사용량의 75배인 228톤이 넘는 물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이동규 민변 변호사는 “윤석열이 사용한 식비·생활비·공공요금 등이 사비라면 증빙 가능해야 하고, 세금으로 지출됐다면 형법상 횡령죄에 해당한다”며 “예산이 1원이라도 집행되었다면 ‘정보가 없다’는 말로 회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회계기록이 없다면 그것은 불법 집행이며 있다면 당장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임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도 “국가기밀도, 민감한 사생활정보도 아닌 국민의 세금이 쓰였는지를 알고 싶어 정보공개 청구한 것이다. 세금 집행이 아니라면, 대통령실 조리사를 불러들인 근거와 관저의 사적 이용에 대한 집행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대통령실 직원명단은 대법원에서도 공개하라는 판결이 나왔지만 이번 정보공개청구에서도 이름을 가렸다. 통지서에 적힌 내선 번호로 전화를 거니 없는 번호라고 뜬다. 우리는 대통령비서실을 어디까지 믿고, 얼마만큼 의심해야 하는 거냐”고 지적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이 관저에서 사용한 비용은 대통령(혹은 권한대행)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할 경우 최대 30년까지 열람이 제한되며 ‘봉인’ 상태에 놓일 수 있다. 이에 대해 단체들은 “진실이 묻히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은진 민변 변호사는 “관저 비용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죄, 기록이 존재함에도 대통령비서실이 부존재 결정 했다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허위공문서작성죄 등에 해당한다. 이러한 범죄혐의에 대해 고소, 고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대통령비서실이 계속 내역을 은폐할 경우 대통령기록관 이관 후 다시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또 거부한다면 거부 결정 취소를 다투는 행정심판 및 행정법원 취소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이나영 기자 ny379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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